탄생은 어처구니없는 '종편발' 기사 한 줄이었다.

JTBC와 '한 몸'인 <일간스포츠>가 "'JTBC 기상캐스터' 이선민 환상 몸매 '김사랑 비켜!'란 기사를 내보낸 것은 7일 오전. "JTBC 기상캐스터의 '핫'한 몸매가 폭풍 클릭을 유발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 짧은 기사에 기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는 내용을 단서로 달았다.

이후 이선민 캐스터의 사진을 몇몇 연예 매체가 퍼 나르면서, 급기야 '이선민'이란 포털 검색어가 탄생했다. 1%대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는 종편용 홍보 기사가 평소 포털에 오르내리고 있는 '기상 캐스터'란 키워드와 결합, 포털을 달군 것이다.

 7일 <일간스포츠> 이선민 기상캐스터 보도

7일 <일간스포츠> 이선민 기상캐스터 보도 ⓒ 홈페이지 캡쳐


낚시질 기사가 포털 검색을 장악하기까지

하지만 이 <일간스포츠>의 '낚시질'은 처음이 아니었다. 작년 8월 "'지나급 몸매!' 이진희 기상캐스터 출현에 '온라인 후끈'"은 기상캐스터만 바뀌었을 뿐, 방송 사진 화면 캡쳐와 "지나·김사랑보다 못지 않은 몸매다"와 같은 누리꾼의 의견을 싣는 등 형식이 똑같았다.

혹여 <일간스포츠> 기사에서 언급된 온라인 커뮤니티 글 작성자가 봤다면, 이 광경에 실소를 터뜨리지 않았을까.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된 나비효과 말이다. 하필 이날 <손바닥 TV>에서 '원자현의 모닝쇼'를 진행 중인 방송인 원자현의 요가 시범 장면이 역시 검색어를 장식하면서, <일간스포츠>의 이선민 아나운서 '몸매 사랑'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결국 '검색어 이선민'은 기상캐스터에게 유독 관심을 보이던 <일간스포츠>의 낚시질에 포털과 누리꾼들이 제대로 낚인 셈이 됐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MBC 박신영 기상캐스터가 <일간스포츠>를 비롯해 검색어 장사에 나선 '기상캐스터' 기사들에 일침을 가하면서 일이 커졌다.

 박신영 기상캐스터 트위터

박신영 기상캐스터 트위터 ⓒ 트위터 화면 캡쳐


"언젠가 꼭 (말)하고 싶었던 내용, 후회 없어요"  

"기상캐스터를 두고 자극적인 기사 좀 내보내지 마세요. 그리고 그런 기사가 나간다면 본인도 가만있지 마세요.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를 더 채우세요. 저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후배님들 사랑해요."

포털 검색어를 장악한 연예매체의 선정적 기사에 일침을 가한 것은 2004년 MBC에 입사한 박신영 기상캐스터였다. 박 캐스터는 7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 글이 화제가 되자 재차 "예상 안 한 건 아니지만 언젠가 꼭 한 마디하고 싶었던 내용이라 후회는 없네요"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박신영 기상캐스터도 몸매 드러나는 옷 입은 적 있지 않냐. 자신부터 잘 하시길"이란 트위터 상의 비판에도 박 캐스터는 "네, 저도 그런 적 있어요. 9년을 방송했는데 없었겠느냐"며 "코디가 옷을 갖고 오다보니 그야말로 '어쩌다'입니다^^전 요즘 트랜드에 대한 비판을 한 거에요. 누구 한 명을 두고 한말이 아니랍니다. 오해 없으셨음 좋겠어요. 더 노력하겠습니다"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예상은 현실이 됐다. 박신영 캐스터의 소신발언은 '오해'를 낳으며 논란이 됐다. '종편 캐스터에 대한 디스'부터 '특정 기상 캐스터를 겨냥한 것', '자기 의상부터 돌아보라' 등 그간 여성 기상캐스터에 대한 자극적 보도에 대한 각양각색의 반응들이 기사로, 댓글로 쏟아지고 있다.

성상품화 경계하는 '세계여성의날'에 벌어진 일상적 풍경

기상캐스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지금은 프리랜서를 선언한 박은지 전 MBC 기상캐스터의 의상이 화제가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인터넷상에서의 지대한 관심은 미인대회 출신인 박은지 전 캐스터에게 프리랜서를 선언하며 소신을 펼치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박신영 불쾌감'으로 명명된 박 캐스터의 소신은 시청자들의 관심보다 부풀려 양산되는 자극적인 기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일부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대재생산하는 매체들의 행태 말이다. '종편 홍보'와 맞물린 것으로 보이는 이번 <일간스포츠>의 기사에서 촉발된 검색어 '이선민'의 탄생 과정이 그러하듯이.

기상캐스터들의 의상 선택은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다. 그것이 가까이 일부 일본의 민영방송이나 멀리 유럽이나 남미 방송의 기상캐스터들 만큼의 과감한 의상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여성 캐스터의 의상과 이에 대한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을 일일이 중계하는 기사와 낚시질이야말로 박신영 캐스터가 경계한,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만 보는 행태인 것이다.

성상품화를 경계하는 '세계여성의 날'이 104주년을 맞은 8일, 한국의 인터넷과 연예 매체의 보도행태는 딱 이만큼이다.

박신영 이선민 박은지 기상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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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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