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북 제천시 백운면 박달재에 있는 <박달재노래비>
▲ 사진1 충북 제천시 백운면 박달재에 있는 <박달재노래비>
ⓒ 이병렬

관련사진보기

충북 제천시 백운면에 있는 박달재를 넘다보면 언제나 구슬픈 가요가 들린다. 바로 <울고 넘는 박달재>다. 노래만이 아니다. 박달재 정상을 둘러보면 여러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데, 금방 눈에 들어오는 것이 경상도 선비 박달(朴達)의 사연을 적은 기념 조형물과 <박달재 노래비>다.

노래비에는 검은 대리석 판에 '작사 반야월, 작곡 김교성, 노래 박재홍'은 물론 노래 가사가 빼곡이 새겨져 있다. 이를 통해 박달재란 명칭의 유래 그리고 그 사연을 담은 노래를 알 수가 있고 나아가 박달재라는 고개와 함께 노래를 통해 그 지역, 제천시와 백운면을 널리 알리는 효과도 있다.

1969년에 <목포의 눈물 노래비>, 일명 <이난영 노래비>가 대중가요 노래비로는 처음으로 목포 유달산 공원에 세워진 이래 우리나라 곳곳에는 이처럼 가요를 기념하는 노래비가 많이 세워졌다.

특히 지방자체제가 정착되면서 광역지자체는 물론 기초단체까지 앞을 다투어 그 지역과 연관된 대중가요 혹은 가수를 찾아 이를 기념하는 노래비를 세웠는데, 부산광역시 영도구 영도다리 앞에 있는 <굳세어라 금순아>,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만리포 해변에 있는 <만리포 사랑>, 강원 춘천시 근화동에 있는 <소양강 처녀>, 경남 함안군 악양루에 있는 <처녀 뱃사공>, 대전시 대전역광장에 있는 <대전 부루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돌아가는 삼각지>, 충남 청양군 정산면 칠갑산 중턱에 있는 <칠갑산> 등이 대표적인 노래비들이다.

이 노래비들은 널리 알려진 노래와 함께 그 지역의 축제로까지 발전하며 해당 지역을 알리는 데에 톡톡한 구실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각 지자체에서는 이를 충분히 활용해 자신의 지역을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방 수입을 늘이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대중가요의 노래비라는 것이 분명 노래 혹은 그 노래를 부른 가수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지역에 세워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각 지자체에서는 노랫말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다든가 아니면 작사자나 작곡자 혹은 가수와 아주 보잘 것 없는 인연까지 찾아내 자신의 지역에 유치하려 혈안이 되어 있다. 그렇기에 지방에 가보면 '이 노래비가 왜 여기에 있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노래비들이 여럿 있다.

정작 있어야 할 곳에 세워지지 않고 미미한 인연을 빌미로 억지로 세워진 노래비는 없는지, 진실로 그 노래비가 그곳에 세워져야만 했는지, 지자체 장의 개인적인 인연 혹은 정치적 야망을 위해 세워진 것들은 없는지, 아니면 꼭 있어야 할 노래비가 없는 경우는 없는지, 이러한 것들을 살펴 우리의 대중문화가 그야말로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 속에 뿌리깊게 스며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1982년에 발매된 <독도는 우리땅> 앨범 자켓
 1982년에 발매된 <독도는 우리땅> 앨범 자켓
ⓒ 해오라기

관련사진보기

바로 <독도는 우리땅>이 그렇다.

이 노래를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게다가 그 노래의 의미를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그렇다면 <독도는 우리땅> 노래비는 어디에 세워야 할까. 당연히 독도다. 그런데 정작 그 노래를 기념하는 노래비는 독도에 없다.

울릉도 도동항에 세워져 있는 <독도는 우리땅> 노래비.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라는 노랫말을 근거로 '울릉도'가 주인 행세를 한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역사 교과서 왜곡, 위안부 망언,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일본과의 마찰이 있을 때마다 많은 국민들은 명확한 정부 입장을 요구했고, 책임자의 확실한 주장을 듣고 싶어 했으며, 더불어 독도에 <독도는 우리땅> 노래비를 세워 우리의 입장을 견고히 하자고 외쳤다.

그러나 정부는 그간 일본의 눈치를 살피면서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기도 어려워 슬그머니 울릉도에 노래비를 세웠다. 그리고 내세운 이유가 독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기에 인공 조형물을 세우기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럴까.

독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라는 말은 맞다. 그리고 그러한 자연을 우리 모두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입도하는 관광객 숫자도 제한을 하지 않는가. 그러나 노래비 하나 세운다고 독도의 자연생태계가 얼마나 파괴된다는 것일까.

몇년 전 정부에서는 대대적인 독도 접안시설 공사를 했다. 그 공사에는 수십 톤의 철근과 콘크리트가 쓰여졌다. 천연기념물인 독도에 인공적인 공사가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기왕 접안시설이란 필수적인 공사를 했고, 그것이 인공적인 것이라면, 그 한 켠에 자그마한 <독도는 우리땅> 노래비를 세운다고 무슨 커다란 자연파괴가 될까. 자연생태계 파괴를 들먹이며 속으로는 일본의 눈치를 살피는 꼼수를 부리는 것은 아닐까.

독도의 접안시설(1)
▲ 사진3 독도의 접안시설(1)
ⓒ 이병렬

관련사진보기


1982년에 만들어져 온 국민이 알고 있는 노래. 그리고 일본의 망언이 있을 때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외쳐 부르는 노래, 1996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 5절까지의 가사가 실려 있는 노래, 2005년에는 그 노래를 부른 가수 정광태에게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까지 수여한 우리의 노래 <독도는 우리땅>. 그 노래를 기념하는 노래비를 독도에 세우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일까.

2012년. <독도는 우리땅>이 불려진 지 30년이 된다. 그리고 며칠 후면 일제를 향해 대한독립을 외친 삼일절이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일본의 망언에 확실한 징표로서, 아니 아직도 일재 잔재 혹은 친일파들의 후예가 판을 치는 이 세상을 향한 외침으로라도 독도에 <독도는 우리땅> 노래비를, 독도 주인의 자존심까지 합쳐서 멋지게 세웠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작성한 이병렬 기자는 소설가, 문학박사입니다. 이 기사는 블로그(http://lby56.blog.me/150132834782)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독도는우리땅, #노래비, #독도접안시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