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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계속 범행을 부인한다면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진술을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는 것으로 형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삼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천안 동남구에 있는 S사 노조위원장인 A(35)씨는 지난 2009년 11일 파업과정에서 조합원들과 출근 선전전을 하는 모습을 관리부 직원 L씨가 사진기로 찍자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생겼다.

그 과정에서 A씨는 L씨의 가슴과 목 부위를 2~3회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벌금 3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

그러자 A씨는 "L씨를 때려 상해를 가한 사실도 없고, 적법한 집회신고에 따라 합법적으로 선전전을 개최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얼굴 등 초상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L씨의 무단촬영을 막기 위한 정당한 행위이며, 노조위원장인 자신을 모함키 위해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인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안동철 판사는 2011년 4월 상해 혐의로 기소된 S사 노조위원장 A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안동철 판사는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의 범행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며 자신의 노조위원장 지위와 이 사건을 결부시켜 누명을 쓰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애초 벌금 30만 원에 약식기소된 이 사건은 증인 신문과 CCTV 영상 화질개선 등의 절차를 위해 1년 넘게 재판이 진행됐고, 적지 않은 소송비용이 소요된 점 등을 종합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A씨는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항소했으나,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방승만 부장판사)는 2011년 9월 "목격자 진술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 부위 등을 2~3회 때려 상해를 가한 사실이 인정되는데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원심의 형량은 적정하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A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파업과정에서 사측 인사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불구속 기소된 A(35)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은 방어권에 기해 범죄사실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거나 거짓 진술을 할 수 있고, 자백을 강요할 수 없다"며 "그러나 피고인에게 보장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객관적으로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진실의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에 기인한 경우에는 가중적 양형조건으로 참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헌법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더라도 명백한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거짓진술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재판부는 "1심은 피고인의 범행 부인으로 인한 재판의 장기화와 적지 않은 소송비용의 소요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피고인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고, 원심은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1심 형량이 적정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약식기소, #정식재판, #방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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