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뮤직뱅크 인 파리> 공연 포스터 언론을 통해 알려진 K-POP의 위상은 거품일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한류'라는 단어는 국내 가요팬들로 하여금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 2월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뮤직뱅크 인 파리> 공연 포스터 언론을 통해 알려진 K-POP의 위상은 거품일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한류'라는 단어는 국내 가요팬들로 하여금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 KBS


K-POP이 한류의 선두주자로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는 소리가 자주 들리고 있다. 2011년 6월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파리 공연이 성황리에 끝났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게 그 시작인 듯하다. 물론 소녀시대와 카라를 비롯한 국내 아이돌 그룹이 일본에서 놀라운 인기를 얻은 것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비스트가 월드투어를 시작해 독일 등지에서 공연하게 되면서 더더욱 관심이 증가하는 모양새다.

가수들의 해외진출 소식을 자주 들으면 좋은 게 아니냐고들 하겠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한류의 바람직한 모델과 언론에서 선전하는 한류의 방향이 서로 같다고 볼 수 있을까?단언하건데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K-POP의 위상은 그 자체로 거품일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한류'라는 단어는 국내의 K-POP 팬들로 하여금 두 가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 K-POP로드쇼>의 모스크바 편에 출연한 샤이니.

< K-POP로드쇼>의 모스크바 편에 출연한 샤이니. ⓒ MBC


K-POP에는 한국식 댄스 음악으로 규정지을만한 스타일 패턴이 없다

일단 K-POP은 그 자체로 장르나 트렌드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 가수들의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유행이고 트렌드다'? 뭔가 좀 이상하다. 한국 스타일의 댄스음악이 해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거나 특정 댄스그룹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표현이면 모를까 그런 거국적 트렌드를 세계 어디에서도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다. 순전히 개인적 판단이지만 K-POP은 위의 두 경우 중 전자보다 후자에 가깝다. 적어도 케이팝이라는 단어 내에는 한국식 댄스 음악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일정한 스타일 패턴이 전혀 담겨있지 않다.

한국의 댄스음악 시장에서 한국만의 스타일을 갖춘 부속적인 장르들이 파생되어야 한국 스타일이라는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다. 그래야만 전 세계 음악시장에 더 강하게 영향을 줄 수가 있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가수들과 기획사간의 각개격파만이 있을 뿐이다.

쉽게 말해 K-POP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장르나 트렌드, 또는 스타일이 아니며 국내 출신 인기 가수들의 집합체의 성격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것은 한국의 음악시장이 세계 음악시장에서 트렌드를 창조해내는 구조에 여전히 편입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흔히 음악을 즐겨듣는 젊은이들은 미국하면 힙합, 영국에는 모던록과 펑크, 일본을 생각할 때는 시부야 케이와 비주얼 록을 반사적으로 떠올리곤 한다. 그렇다면 보자. 당신은 한국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악 장르가 있는가? 아마 많은 이들이 트로트 외의 것은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한국 가수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한 프랑스 현지인들이 k-pop을 부르고 추면서 추가공연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 가수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한 프랑스 현지인들이 k-pop을 부르고 추면서 추가공연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박채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악 트렌트...해답은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활성화

정말 한국이 음악 강국이 되고자 한다면 특정 가수의 해외진출 뿐 아니라 세계 음악시장 구조에 편입되어야 한다. 그 지름길은 에 전 세계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음악 트렌드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 세계 음악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호주 등 음악산업 강국들의 공통점은 모두 트렌드 창조가 가능한 실험의 장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그만큼 튼튼하다는 말이다.

일본의 시부야케이, 영국의 덥스텝, 미국의 하우스, 유럽의 유로 트랜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파생되어 수조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록과 재즈 스타일. 이들 중 순수하게 대형 기획사 소속의 작곡가에게서 탄생한 스타일은 많지 않다. 대형 기획사들은 대규모의 자본이 오가는 탓에 가시적인 성과와 투자자의 손실 여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당장 인기를 끄는 트렌드에 적합한 가수들과 음악들을 내보내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음악적 실험이 대형 기획사에서 이뤄지기는 당연히 어렵다. 자생적인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생태계 보존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메이저 기획사에서 할 수 없는 실험들을 그곳에서는 열악하게나마 아무런 간섭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규모 자본이 동원되는 연예기획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지금 K-POP의 위상을 일궈온 공로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발굴돼 효과적으로 인지도를 높이려면 넓은 배급망이 필수적이다. 좋은 가수들을 수출해 수익을 얻는 것은 모든 기업이 하고자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만큼 음악적 실험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언더그라운드 생태계도 동시에 마련, 아니 보존돼야 한다. 가뜩이나 좁은 시장에 방송이 실질적인 홍보를 독점하는 시스템이 지배하는 국내 음악 시장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한류라는 단어가 주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기존 국내 음악시장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들을 한류라는 이름이 너무나도 쉽게 덮어버린다는 점이다. 기획사-방송사간 카르텔의 핵심이었던 가요순위프로그램은 이제 공중파를 넘어서 케이블, 종편으로까지 확대된 상황이고 음악 전문 프로그램의 방송 편성에는 음악이 없어진지 오래다.

 2011년 6월 10일 한류 팬들이 라빌레뜨 광장에 모여 일종의 개막식을 열고 K-POP 춤을 추고 있다. 궂은 날씨 탓인지 모인 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2011년 6월 10일 한류 팬들이 라빌레뜨 광장에 모여 일종의 개막식을 열고 K-POP 춤을 추고 있다. 궂은 날씨 탓인지 모인 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 한경미


인기 연예인과 콘텐츠를 수출이 한류?...한류 불꽃 소멸시키는 지름길

그마나 나오는 음악도, 출연진들도 9할은 아이돌그룹이고 순전히 댄스 음악들 뿐이다. 시청률이 고작 6%도 안 되는 가요순위 프로에 거의 모든 기획사의 간판 아이돌 그룹들이 총출동하는 이해 안 되는 현상들이 수십년간 지속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름과는 맞지 않게 한류라는 타이틀이 그간 우리 음악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여러 구조들에 대한 정당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닐까? 아이돌 그룹 일변도의 획일화된 음악시장 구조, 방송의 홍보 수단 독점구조, 불투명한 음반 유통구조와 저평가된 음원 사용료, 음반 차트의 난립 등은 한류가 뜨기 10년 전과 비교해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늘어난 것은 대형 기획사들의 놀라운 주식 실적 뿐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2008년 191억이던 시가총액이 2010년도에는 1000억 원을 넘어섰다. 1년 뒤인 2011년 SM타운 뉴욕 공연 이후에는 그 두 배인 2000억 원을 돌파했다. 3년 반에 10배가 넘는 주가 상승이 이뤄진 것이다. YG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양현석은 2011년 겨울 YG의 코스닥 상장이 성공하자마자 시가총책 1400억 원대의 주식 보유 연예인이 됐다. 구조적으로 다져진 내실이 없는 산업의 관련 기업 주가가 수십배씩 폭등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음악 산업에 껴있는 거품이다.

방송사-기획사-예능 프로로 이어지는 공고한 카르텔이 깨지지 않는 이상 더 나은 형태의 케이팝은 없다. 인기 많은 가수들 몇 명을 외국에 진출시키는 것을 넘어서 한국이 전 세계 음악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입지를 다지기 위한 K-POP을 원한다면 말이다. 인기 있는 연예인과 콘텐츠를 수출하는 것이 한류의 전부인 줄 아는 그 시간 동안 한류 가능성은 점점 더 시들어갈 뿐이다.

한국 음악 시장의 고질적 카르텔 구조 개선과 생태계가 축적되어야...

이미 한국에는 걸출한 아이돌이 많다. 가요순위 프로그램도 차고 넘친다. 이제 한국에는 춤 잘 추고 노래 잘 부르는 아이돌과 가요순위프로가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뮤직 페스티벌,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한국형 음악 장르가 필요하다. 외국의 젊은이들이 가요를 듣고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음악을 카피하고 한국 스타일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돈을 들여서 될 문제가 아니다. 특정 음악인의 역량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문화의 문제고 시장구조의 문제다. 따라서 장기간의 함몰 비용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 음악 산업의 고질적인 카르텔 구조를 바꾸고 음악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는 등의 문화적 역량이 장기적으로 축적되어야 한다. 시장이 협소하면 투명하기라도 해야 다양한 음악이 더 많이 나올게 아닌가.

정착이 될 때까지 당장은 막심한 손해가 따르겠지만 해야만 한다. 지금 하는 이야기는 결코 대단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제기된 문제를 다시금 주장하는 것뿐이다. 되레 너무 나이브한 이야기라 이야기를 더 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다.

아무튼 진정한 음악 강국이란 그런 것이고 그래서 '한류' 한국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지금은 샴페인을 터뜨려도 너무 일찍 터뜨린 거다. 핵심은 가수가 아닌 장르와 트렌드다. 한국은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그룹에 아직 편입되지 못했다. 음악이 아닌 쇼에 집착한 산업구조는 개선의 여지없이 계속 병들어만 간다. 당장의 이익과 화려함만을 좇다 보면 어떤 산업이든 몰락하기 마련이다. 한류도 K-POP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케이팝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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