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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 가나 마하마 부통령과 적도기니 오비앙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MB정부의 자원외교가 실세들의 정치자금을 만들어 주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이전 대선에서도 돈 한푼 안썼다"며 "누구한테도 당당하다"고 말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 가나 마하마 부통령과 적도기니 오비앙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MB정부의 자원외교가 실세들의 정치자금을 만들어 주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이전 대선에서도 돈 한푼 안썼다"며 "누구한테도 당당하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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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가 자원개발 외교에 적극 나선 이유"

-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에 적극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없어서 국가생존과 산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의 97%를 수입해서 쓴다. 그 규모가 2010년 1200억 달러, 2001년 1500억 달러가 넘는다. 우리 총 수출의 3분의 1를 에너지 자원 수입하는 데 쓰는 셈이다. 에너지 자원은 국가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관건이다. 그동안 고유가 현상이 생기면 국제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떼돈을 벌었다. 우리나라는 거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서민이 고통스럽고 산업경쟁력은 떨어지고. 선진국가로 도약하려면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난 정부 에너지 자주개발율이 10% 수준도 안됐다. 적어도 석유, 가스 등의 에너지 자원은 30%, 5대~6대 핵심 광물자원은 50%까지 확보해야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자원외교에 나선 것이다."

- 자원개발은 이전 정부들에서도 충분히 구상하거나 실행할 수 있는 과제 아닌가? 
"국가적 과제인데 그동안 제대로 못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IMF 극복에 매진하다 보니 해외자원에 눈을 못 돌렸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나이지리아나 사할린 가스 등에서 자원개발비리가 터져 수사를 받으면서 성과를 많이 못냈다."

- 자원외교의 중심에 정권실세인 이상득 의원과 박 전 차관이 있어서 특혜 의혹 등이 일고 있는 것 같은데.
"에너지 자원 개발은 정말 어렵고 힘든 길이다.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 세계적인 석유 메이저들도 성공율이 10% 안팎이다. 광물자원은 더하다. 그래도 하는 이유는 성공하면 100배, 1000배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스크 태스킹(risk-tasking)을 누군가 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 관료들은 리스크 태스킹을 안 하려고 한다. 에너지 자원개발은 10개 중 하나만 성공해도 대성공인데  성공한 1개보다는 실패한 9개에 더 주목해 문책하고, 국회-감사원에서 감사하고, 검찰수사까지 받아야 하고. 그러니까 거기에 선뜻 나서려는 공무원들이 없다.

이상득 의원과 나는 민간에 있던 사람이다. 에너지 자원개발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비즈니스도 많이 해봐서 누구보다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너지 자원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역사상 가장 성공한 것이 대우인터내셔날의 미얀마 가스전 개발이다. 그게 성공하기까지 15년 걸렸다. 그 다음에 SK에서 페루 등에서 개발한 것이 10년씩 걸렸다. 그렇게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 열심히 뛰면 그 성과가 이 정부 안에 안난다. 그 다음, 그 다음 다음 정부에 가서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단임정권이다 보니 그동안 역대정권에서는 관심이 있더라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공무원-공기업 직원들에게 '주식 투자 금지' 엄명 내렸다"

- 씨앤케이의 카메룬 다이아몬든 개발권 획득 과정에서 박 전 차관이 지원했지 않나? 
"내가 주로 아프리카를 상대로 자원개발 외교를 했다. 그 이유는 지난 10년간 6개 대륙에서 아프리카의 경제성장율이 가장 높았다. 인구가 10억이고 매년 평균 6%의 성장을 이뤘다. 재작년 한해 동안 아프리카 대륙에서 팔린 휴대폰이 8000만대다. 구매력 있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또 그동안 프랑스나 미국,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자원을 많이 가져갔지만 아직도 많은 자원이 있다. 우리에게는 수출시장도 되고 국가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많이 갔다.

아프리카에는 54개 국가가 있다. 그런데 우리 역량상 54개 국가를 다 다닐 수 없다. 그래서 자원개발의 여지가 많고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는 나라를 선택해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 나라를 고르는 과정에서 카메룬의 잠재역량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교부의 경우 54개 국가 중 외교공관이 있는 곳은 12개 나라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차관 담당자 중에서 아프리카에 갔다온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결국 국내에 앉아서 아프리카 투자 우선지원, 지원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이건 탁상공론이다. 내가 탄자니아에 갔는데 그곳에는 우리가 ODA로 지원해서 지은 직업훈련소가 있다. 그런데 그 직업훈련소가 수도도 없고, 도로도 없는 산꼭대기에 있다. 그걸 우리는 지원했다고 보는 것이다.

아프리카와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을 정립하자는 차원에서 카메룬을 발견했다. 카메룬은 두 가지 점에서 유망했다. 첫째는 지금 대통령이 25년째 집권하고 있는데 그동안 석유를 제외하고는 에너지 자원개발을 거의 안했다. 그냥 덮어둔 것이다. 자원개발을 하면 내전이 일어났다. 그 배후에 강대국들이 있다. 내전이 일아나면 자원이 싸게 나오기 때문이다. 전비를 조달해야 하니까. 반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 대통령은 자원개발을 안한 것이다. 그걸 안하다 보니 발전이 뒤처졌다. 안되겠다 싶어 새롭게 법률도 만들고 해서 이제부터 자원개발을 하겠다고 나섰다.

둘째는 그 나라 내륙에 붙어 있는 차드나 니제르,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등에 자원이 많다. 차드에서는 대규모 유전이 발견됐다. 그 자원이 바다로 나와야 하는데 그 통과루트가 카메륜일 수밖에 없다. 즉 카메룬이 중부 아프리카의 물류 중심국가가 될 수 있다. 그러면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카메룬을 주목하기로 결정했다. 카메룬에 가게 된 계기는 탄자니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이다. 제가 그 포럼의 한 세션 책임자로 선정돼 가게 됐다. 아프리카를 방문하면 여러 나라를 가야 비용이 절감된다. 적도 기니도 가기로 했는데 그곳은 PPP(구매력 기준 국민소득)가 3만 달러가 넘는다. 우리는 2만5000달러에 불과하다. 그래서 꼭 가봐야 하는 나라라고 들었다. 탄자니아와 기니로 바로 가는 비행기가 없다. 카메룬을 거쳐 가야 한다.

그렇게 카메룬을 가려고 했는데 제 밑에 있던 김은석 당시 외교안보정책관이 카메룬에 3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그래서 카메룬을 잘 안다. 그 친구가 카메룬에서 금광개발로 성공한 중소기업이 있는데 그 기업이 5년 전부터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얻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지금은 획득단계에 있다고 했다. 어차피 그 나라에 가니까 보고를 한 번 받아보라고 제안해서 좋다고 했다. 그래서 카메룬에 가기 몇 달 전에 씨앤케이를 집무실로 불러서 보고를 받았다. 신빙성이 있는 것 같은데 다이아몬드가 인화성이 높은 아이템이어서 서류만 봐서는 안되고 현지에 가서 그 나라 정부 관계자에게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개발권과 관련된 모든 인허가 절차는 그 나라 정부에서 그 나라 법률에 따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없다.

씨앤케이는 민관합동 방문단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카메룬에 가서 총리를 만났다. 양국간의 현안을 논의한 뒤 내가 "당신 나라는 광물자원 중에서 금과 다이아몬드가 많은 걸로 안다"고 하자 제 말을 자르더니 자기가 연두기자회견 하면서 다이아몬드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개발하는 업체가 한국회사'라고 하면서 '씨앤케이' 이름을 직접 얘기했다. 이렇게 총리가 직접 회사 이름을 얘기하니까 '이것은 실체가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러면 한국기업이 잘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얘기하고 나왔다.

이후 카메룬 총리실에서 대사관을 통해 연락이 왔다. 한국기업이 신청한 다이아몬드 개발허가권을 심사하는 '마이닝 컨벤션'이 수도에서 280km 떨어진 해안가 한 도시에 열린다는 것이다. 담당 차관을 딸려 보낼테니 가서 축사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원래 내가 거기에 갈 예정이 없었다. 내부 회의를 해보니까 총리가 요청하고 담당 차관까지 딸려 보낸다는데 거절하면 예의에 안 맞는다고 해서 제가 거기 현장에까지 간 것이다. 밀림을 거쳐서 가니까 그 나라 8개 부처 실국장이 모여서 우리 중소기업이 제출한 서류를 놓고 공동심사를 하고 있다.

거기에서 '지금까지 다이아몬드는 고통과 눈물의 상징이었는데, 이제 한국의 중소기업이 개발하는 다이아몬드는 카메룬 국가발전과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고 양국간의 협력에 보석 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는 요지의 5분 축사를 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따라 갔던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이 현혹될까봐 공항에 다 불러서 '다이아몬드는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켜 피의 다이아몬드, 눈물의 다이아몬드라고 했다, 우리는 공직자다, 공직자로서 이 부분에 욕심을 내면 나중에 큰 화가 미친다, 그러면 용서 안 한다, 여러 분 포함해서 친인척이든 누구든 절대로 이것과 관련된 주식을 사면 안된다'고 엄명을 내렸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도 다시 강조했다. 그게 전부다."

"외교부가 보도자료에 매장량 언급한 것은 실수"

- 누가 국무차장실에서 보고했나? 
"김은석 대사가 오덕균 회장을 불러서 브리핑을 받았다."

- 앞서 설명한 정도라면 필레몬 양 총리와 만나 씨앤케이의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을 논의했다고 봐야 하지 않나? 
"논의한 게 아니다. 양국의 다른 현안들을 다 얘기한 후에 그 얘기를 꺼냈다. 그 나라가 이것에 관심이 있는지 사업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것(직접 물어보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었다."

- 그런데 외교통상부에서 두 차례 보도자료를 내는 바람에 씨앤케이의 주가가 상승하지 않았나?
"그것은 제가 지식경제부에 있을 때다.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에너지 자원외교도 외교의 중요한 부분이다. 문제가 된 것은 외교부가 첫 보도자료를 내면서 다이아몬드 매장량 수치를 제시했다. 다른 곳에 나온 걸 인용했다고 하지만 그 부분은 오버했다. 사실 보도자료를 내는 것도 몰랐다. 난 지식경제부에 있고 김은석 대사는 총리실에서 다시 외교부로 돌아갔으니까."

- 외교통상부가 나서서 특정민간업체의 자원개발 소식을 보도자료에 담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 아닌가?
"김은석 대사 얘기로는 그 전에도 한 번 있었다고 한다. 한 중소기업이 페루에서 유전개발에 성공해 보도자료를 냈다는 것이다."

- 그렇게 보도자료를 내는 게 보통의 일은 아니지 않나? 
"그동안 외교부에서 에너지 자원을 계속 추진했는데 특히 조건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이 탐사권이 아니라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것이 외교부로서는 업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카메룬 건을 모델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해서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 그 보도자료를 작성한 사람이 박 전 차관을 씨앤케이에 소개해준 김은석 에너지 자원대사 였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씨엔케이의 다아이몬드 개발에 특혜를 줬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
"정부가 특혜를 줄 수 있는 건 전혀 없다. 개발권 등 인허가는 그 나라 정부가 법률에 따라 하는 것이지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은석 대사의 경우 본인이 카메룬에서 3년이나 근무했고, 그 기업을 관심있게 지켜봤는데 성공하니까 업(up) 되겠지. 우리 외교관들이 굉장히 소극적이다. 의전 중심 외교다. 그런데 그 친구는 외교관으로서는 드물게 몇 안되는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이 친구가 유엔에서 일제강점기 종군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킨 핵심주역이다. 그런 일까지 할 정도로 외교부에서 보기 드문 마인드를 가진 친구다."

"김은석 대사 일부 친인척이 씨앤케이 관련 주식투자했다"

- 보도자료를 내고 주가가 오르면서 실제 씨앤케이 일부 임직원과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외교부 직원 2명, 한 방송사 간부 등이 주가 차익을 얻었다고 하는데. 
"나도 얘기를 들었는데 조중표 전 실장 얘기는 의외였다. 같이 근무한 적은 없다. 본인이 해명자료를 냈더라. 나와 같이 현장에 간 직원 중에서 주식을 직접 투자한 사람은 없다. 곁다리로 따라간 공기업 직원 한명이 주식한 것 정도의 얘기만 들었다. 김은석 대사나 나랑 같이 간 외교부, 총리실 직원 중에 주식을 산 사람은 없다 지금 조사하고 있으니까 결과가 나올 것이다."

- 현장에서 정보를 얻은 공무원들이 자기 이름으로 주식을 투자할 리 있겠나?
"금감원에서 몇 달째 조사하고 있으니까 결과를 봐야지. 나는 수차례 경고했다. 김은석 대사에게 '투명하게 해야 하고 마음을 비우라'고 했다. 그렇게 수차례 얘기했다."

- 주변 사람들을 동원해 차명으로 투자할 수도 있지 않나?
"들리는 얘기로는 김은석 대사의 동생이나 처남인가가 주식을 좀 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해명을 들어봤다. 씨앤케이 오너가 청주 사람인데 처가쪽이 청주다. (그 오너가) 김은석 대사 누나하고도 친하다고 한다. 김은석 대사가 처음 이 사건이 문제됐을 때 저한테도 그랬고, 외교부 장관에게도 수차례 감사원 자체 감사를 청구하자고 본인이 강력하게 요구했다. 자기는 정말 자신있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 조사를 해보니까 친인척 일부가 (주식투자를) 했다. 자기도 그제야 알았다고 한다. '형제간인데 어떻게 그러냐?'고 했는데 형제간에 교류가 거의 없다고 하더라. 일반적 상황으로는 김은석 대사가 얘기해서 샀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알았다면 자체 감사를 청구하자고 할 수 있겠나? 공식석상에서 세 차례나 요구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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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가족과 오덕균 회장이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면 김은석 대사가 얘기해줘서 투자했다고 봐야 하지 않나? 
"글쎄. 두 달 전엔가 중앙신문사 간부와 식사하는데 자기는 1년 전에 카메룬건을 알아서 투자했다고 하더라. 그렇게 수익을 본 사람도 있다. 감사원에서도 감사를 하고 있으니까 지켜보자."

- 민주당에서는 박 전 차관이 총리실 근무자들에게 씨앤케이 주식을 사라고 권유했다고 주장하는데. 
"신건 의원이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 것이다. 밖에 있던 총리실 직원들이 다 웃었다."

"씨앤케이 관련 감사원 조사에 협조했다"

- 총리실 직원 중에는 주식투자한 사람은 없다고 확신하나?
"나하고 같이 일한 사람 중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총리실 직원 중 현장에 간 사람 중에서는 주식투자한 사람 없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엄하게 얘기했는데."

- 조중표 전 실장이 씨앤케이 고문으로 영입된 걸 몰랐나?
"전혀 몰랐다."

- 조중표 전 실장과 관계가 전혀 없나? 
"그렇다."

- 오덕균 회장과 친분관계가 있나? 
"전혀 없었다. 처음으로 카메룬을 방문하려 할 때 사전 브리핑 받을 때 처음 만났다."

- 금감원은 지난 3월부터 조사하고도 아직 조사결과를 내놓지 않아 더 의혹을 증폭시킨다.
"나도 답답하다. 빨리 하면 깨끗해질 텐데 나도 답답하다. 빨리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면 좋겠다. 감사원 얘기로는 곧 결과가 나올 거라 하더라."

-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것 아닌가? 
"단순 주식투자만이 아니라 전환사채 발행 등까지 포괄적으로 조사한다고 한다. 저도 감사원에 협조했다."

- 감사원에서 조사받았나?
"감사원에서 협조를 부탁하기에 협조했다. 협조를 못할 이유도 없고."

"이영수 회장은 나를 욕하고 다닌 사람"

- 미얀마의 가스 개발권을 따낸 케이엠디씨의 이영수 회장을 아는가?
"안다. 그분은 옛날부터 한나라당 청년분야에서 활동을 했다. 그래서 현장에 가면 늘 있었다. 대선 때 그분은 당원을 대상으로, 나는 비당원을 대상으로 조직작업을 했다. 그래서 조직을 같이 할 일도 없고, 무엇을 논의할 일도 없었다."

- 2010년 12월 4차 한미얀마 경제협력회의에 이 회사 실무 임원이 동행하지 않았나?
"실무 간부 한명이 따라갔다. 나는 해외 나갈 때 항상 민관합동으로 간다. 비즈니스는 기업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나라 정부와 연결해주고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할 뿐이다. 해외 나갈 때 내 일정을 공개하고 같이 갈 기업은 신청하라고 공개 모집했다. 그렇게 해서 신청이 들어오면 직원들이 선정한다. 나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가급적 다 데려 간다. 중소기업이 희망하면 다 데리고 간다. 그런데 그때 그 회사가 신청해서 데려간 것이다. 에너지 장관과 면담할 때도 그 회사 혼자만 간 게 아니라 대기업 4곳, 중소기업 서너 곳을 같이 데리고 갔다."

- 미얀마에 가기 전에 이영수 회장한테 전화 오지 않았나?
"전화 받은 기억이 없다. 그분하고 통화할 일이 없다. 그분이 제 욕을 많이 했다. 같이 조직활동을 했는데 선거가 끝난 뒤 내 조직(선진국민연대)만 조명이 되어서 소외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굉장히 공격을 많이 했다. 여의도 기자들은 다 안다."

- 미얀마 에너지 장관에게 케이엠디씨를 특별하게 소개하지 않았나?
"양국간 논의할 일을 먼저 한 뒤 장관한테 같이 온 민간기업을 소개했다. 당시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도 있었다. 물론 시간이 있으면 양해를 구하고 직접 회사를 소개할 기회도 준다. 제가 그냥 소개하면 기억을 못하지만 회사에서 직접 소개하면 인상에 남는다. 그러면 다음에 한국기업이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면 받아준다. 그러면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 그날 케이엠디씨는 여섯 번짼가 일곱 번짼가 소개했다. '미얀마 해상가스 개발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까 장관이 그것을 한참 얘기하더라. 이 회사의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얘기하는 등 이례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심이 있더라고 그렇게까지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좀 이상하다 싶었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날 성공의 주역인 양아무개 전무(현 부사장)가 배석했다. 그가 장관하고도 친하고 미얀마를 잘 안다. 그도 의아한 표정이었다. 회의를 끝내고 나오면서 양 전무에게 '저렇게 반응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냐, 좀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 양 전문가 알아보더니 저에게 보고했다. '그 회사(케이엠디씨)를 보고 가스개발권을 준 게 아니라 그 회사가 잡은 미얀마쪽 파트너가 미얀바의 실력자였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가능성이 있냐?'고 물었더니 양 전무가 '가능성이 있었으면 내가 가만 두었겠나? 100% 장담을 목하지만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 배석했던 에너지자원개발 국장과 석유개발 과장을 불러서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해야 하는데 이것은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어서 굉장히 위험하다, 이건 원칙을 지켜서 철저히 주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 단계까지 우리가 도와주는 건 없다. 자기 돈으로 탐사해보고 뭔가 나오면 그걸 근거로 석유개발자금을 신청해 심사를 받는다. 그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다. 그래서 관련 공무원들에게 '이거 위험하니까 당신들이 눈뜨고 봐야 한다'고 했다.

주미얀마 대사한테도 '이영수라는 사람이 정치권 인사이고, 한나라당 국회의원 몇 명이 한두 차례 왔다 간 걸로 아는데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가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우리가 방문한 걸 가지고 자기들 펀딩할 때 이용할 수도 있다, 대사가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러고 나서 현지 대사의 전문이 하나 외교부 본부에 날아왔다. '자금조달에서 무리가 있을 수 있으니 이 회사를 워치(감시)하라'는 내용의 전문이 날아왔다."

"미얀마 파트너가 유력자라 가스 개발권을 준 것"

- 경험이 전혀 없는 신생에너지개발 업체인데 현지동행하고 장관에게 소개해주나?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자원개발 분야에서 경험이 있는 회사들이 별로 없다. 심지어 가스공사나 석유공사의 경우에도 상업적으로 지분을 사는 경험은 있어도 탐사권을 얻고 나아가 개발권까지 얻는 경험은 별로 없다. 유가가 폭등하고, 광물자원까지 폭등하니까 중소기업이 달라붙는 것이다. 성공사례도 꽤 있다."

- 카메룬의 씨앤케이처럼 15년 사업을 진행해온 노하우도 없는데 그런 정도의 대우는 특혜 아닌가? 
"그전에 미얀마 유력자와의 인맥을 만들었고 국회의원들도 두 차례 갔으니까. 상대국가가 권위주의정부이지 않나. 그런 저개발국가에서는 정치적인 걸로 개발권을 주기도 한다."

- 미얀마 방문할 때 케이엠디씨의 회장이 이영수라는 것을 몰랐나?
"알았다. 그런데 따라가겠다는데 오지 말라고 한 경우는 없다. 실무진에서 (방문단을) 선정하면 나는 데리고 간다."

- 박 전 차관이 미얀마를 방문한 지 1개월만 올 1월 양해각서 체결도 없이 사업권을 따냈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케이엠디씨만 보면 안된다. 이 회사의 미얀마 파트너가 미얀마 유력자다. 미얀마에서 랭킹 3위인가 5위인가 하는 사람이 오너인 회사다."

- 대우인터내셔날의 요청을 받고 미얀마에 간 것은 아닌가?
"그런 요청은 전혀 없었다. 대우는 이미 상업적 생산단계에 접어들었다. 해상광구건은 관심도 없었다. 관심있는 것은 육상광구였다. 그런데 양 전무에게 물어보니 미얀마의 경우 육상광구는 한국에 안 준단다. 자기 나라 어려울 때 도와줬던 러시아, 중국, 인도 외에는 안 준다는 것이다."

-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날을 인수한 것도 MB정부 자원개발외교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 거기에 이상득-박영준-정준양이 연결돼 있다는 의혹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이 60% 가까이 된다. 그래서 함부로 M&A를 결정할 수 없다. 포스코 처지에서 보면 철광적 가격이 몇배 올랐고, 유연탄 가격도 엄청 올랐다. 그런데 자기들은 해외 자원을 확보한 경험이 없다. 캐나다 정도만 빼고. 그런데 대우는 100여개 국가에 지·상사가 있는 글로벌한 기업이다. 그런 점에서 자기들이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본 것이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난 10일 오후 대구시 남구에 위치한 자신의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벽에 걸려 있는 아프리카 지도를 가리키며 자원외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난 10일 오후 대구시 남구에 위치한 자신의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벽에 걸려 있는 아프리카 지도를 가리키며 자원외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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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원외교 통해 정치자금을 챙긴다고?"

- 시중에는 박 전 차관이 자원외교 등을 통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챙겼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미얀마는 미국에 의해 외환출입이 다 드러난다. 정치자금을 만들 이유가 없다. 내가 463만명의 선진국민연대를 만들었다. 이것은 한나라당 조직이 아니라 사조직이다. 하지만 단 한건의 금전사고도 없었다. 철저히 자기 돈 쓰게 했다. 그 원칙 만드느라 정말 고생했다. 처음에는 욕을 많이 얻어먹고 고생했다. 난 감옥가기 싫었다. (역대 정권에서) 사조직에 있었던 사람들은 다 구속됐다. 하지만 나 구속되기 싫었다. 처음부터 엄청나게 노력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책으로 쓰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명망도 있고, 돈도 있는데 돈을 안 쓰는 부류가 교수다. 그래서 처음에 교수조직을 만들었다. 그때 자기 돈 쓰는 것을 제1원칙으로 하자고 했다. 그것에 기분 나빠서 빠져 나간 사람이 3분의 1이다. 그런데 그걸 6개월간 지속적으로 하니까 정착이 되더라. 교수그룹이 포럼과 세미나 할 때 자기 돈으로 차비, 식비, 숙박비 등을 다 냈다. 거기에 대중조직을 결합했다. '교수도 자기 돈 내는데...' 하면서 조직을 만들었다.

내가 전국을 다녀보니까 보수정권 창출을 바라고 MB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구에만 해도 동문회, 향우회 등의 조직이 30군데 넘었다. 어느 단위는 100명이고, 어느 단위는 500명이었다. 그런데 다 제각각이었다. 내 역할은 그런 개별조직을 수평적으로 연대시키는 것이었다. 씨줄이 있으면 저는 날줄의 역할을 한 것이다. 전국단위, 시도단위의 수장들이 씨줄이라면 나는 그 수장들을 씨줄로 연결했다. 그렇게 하니까 실이 천이 되더라. 어느 순간 전국적으로 통합되니까 회원수가 463만명이다. 그런데 어떻게 정치자금을 만드냐?"

- 하지만 MB정부 자원외교가 실세들의 정치자금을 만들어 주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가 정치자금이 왜 필요하나?"

- 정치하려면 정치자금이 당연히 필요하지 않나?
"나는 이전 대선에서도 돈 한푼 안 썼다. 캠프에서 한 푼도 안 갖다 썼다. 그래서 나는 누구한테도 당당하다."

- 그런 정치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기존의 정치행태에 물들어 있고 그런 것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판단이다. 내가 조직을 어떻게 꾸려왔는지 그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대통령도 당선된 뒤 '정말 돈 한푼 안 받고 선거를 치렀다'고 했다. 그때 우리 회원 중 일부가 책상을 차고 나갔다. '우리가 돈 쓰지 않았냐?'는 것이다."

"자원외교는 기다리고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 자원외교의 성과가 얼마나 있었나?
"대우의 미얀마 가스는 15년 걸렸다. SK에서 페루 가스를 개발하는 데 10년 정도 걸렸다. 영국의 부활을 가져온 북해산 브렌트유전을 35번 뚫고 성공했다. 해상에서 한번 뚫는 데 1억 달러 들어간다. 자원개발, 에너지 개발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실패를 용인할 줄 알아야 한다. 유전지대의 성공률도 25%밖에 안된다. 비유전지대는 10%다. 하지만 성공하면 100배, 1000배의 효과가 난다. 이상득 의원과 내가 다닌 곳은 이명박 정부에 가는 혜택이 전혀 없다. 다음 정권까지 가야 성과가 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실패만 생각한다."

- 쿠르드 유전사업은 실패하지 않았나?
"5군데 가운데 한 공구만 뚫었다. 한 곳만 보면 안된다."

- 융정포럼의 회원이던데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시민단체를 오랫동안 한 분이 있다. 우연히 알게 됐는데 재야단체에서 유명한 분이다. 지금도 몽골이나 중국에 사막화 방지사업을 하고 있다. 그분과 아는 몇몇 분들이 모여서 차 한잔 했다. 융정이라는 것이 녹인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려면 이렇게 양극화로 가서는 안된다. 우리가 진정성을 가지고 모여서 논의해보자고 해서 시작됐다. 유명한 진보적 스님도 회원이고, 대학에서 좌파학생운동을 한 사람도 있다. 골프 전문가나 해설가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공부하는 모임이다."

- 강남 자산가들이 구리펀드를 만들어 주식상장을 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모르겠다."

- 거기에 융정포럼 일부 회원이 관여하고 있다는데. 
"구리펀드는 금시초문이다. 회원 중에 말레이시아에서 팜유공장을 크게 한 분이 있다. 그 분은 서울대에서 꽤나 알려진 운동권출신이다. 그리고 태양광 랜턴을 개발한 사람도 있다. 일본 것보다 성능이 좋은데 아프리카에서 아주 유용하다. 낮에 충전했다가 애들이 밤에 그걸로 공부할 수 있다. 그런 정도 사람들만 기억한다."

- 융정포럼 회원들에게 해외자원외교 정보를 제공한 적은 없나.
"없다. 아프리카가 왜 중요한지 얘기한 정도다."

- 차관이 전세기를 이용해 자원외교 하러 다니는 경우가 있었나? 자원외교라고 하지만 실세차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닌가? 
"그것은 아프리카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프리카는 바로 옆나라를 가는데 교통수단이 없다. 육로도 해상로도 공항도 없다. 그래서 옆나라 가는데 파리까지 갔다가 다시 간다. 그렇게 세 나라만 방문하려고 해도 엄청난 시간과 경비가 소요된다. 인원이 20명 이상이고 방문할 나라가 3곳 이상이면 전세기로 가는 게 시간도 절약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장도 전세기로 다녔다."


태그:#박영준, #해외자원개발외교, #씨앤케이, #케이엠디씨, #김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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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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