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가 현행 FA제도에 대해 전체적으로 연구 및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1999년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의 설립과 함께 선수들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위해 만들어진 FA제도는 그동안 수많은 모순점에도 쉬쉬하는 구단들과 암묵적으로 이를 묵인해준 KBO덕에 스타급 선수 1프로를 위한 제도로 불렸다.

다시 말해 대어급 선수들에게는 대박을 보장해주지만 특별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는 FA신청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것.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FA자격을 얻기 위해 최소 8년 또는 9년 이상을 프로에서 뛰며 희생했지만 돌아오는 결과의 차이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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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스타급 선수들의 경우 FA신청을 하더라도 구단과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몸값을 흥정하며 FA대박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의 경우 FA신청을 했다가 괘씸죄에 걸리기라도 하면 자칫 FA미아로 전락해 원치 않게 선수생활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 오류를 가지고 있다.

선수들의 판단가치는 구단의 몫? 현실성 있는 등급제도 필요

2011시즌 FA시장은 역대 가장 많은 17명의 선수가 FA권리를 행사했고 많은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FA최대어 이대호를 잡기 위해 100억 원을 준비했던 롯데는 비록 이대호를 붙잡는데 실패했으나 SK의 핵심불펜 정대현과 이승호를 영입하며 문제로 지적되었던 불펜을 보강했다. 이에 질세라 SK도 롯데에서 임경완을 영입한데 이어 LG의 안방마님 조인성까지 품에 안으며 전력보강에 열을 올렸다.

정대현, 이승호, 조인성 누가 보더라도 이들은 대어급은 아니더라도 어느 팀을 가든지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여기에 친정팀으로 돌아간 이택근과 한화로 자리를 옮긴 송신영 그리고 구단을 떠나지 않은 신명철과 정재훈, 이상열 등도 전력보강이 필요한 구단의 입장에서 보면 대어급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탐이 날만한 선수들이다.

때문에 각 구단들로서는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자금을 준비하고 심지어는 유망주까지도 내 줄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FA최초의 리턴픽 임훈의 웃지 못 할 사례도 발생했다. 반면 지난 3일 한화에서 조건 없이 풀려난 최영필의 경우를 보면 현 FA제도의 심각성을 다시 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FA자격을 취득 후 권리행사를 했던 최영필은 한화구단과 단 한 차례의 만남만 가졌을 뿐 그 이후 어떠한 팀과의 만남도 가지지 못했고 결국 한화로부터 프론트 제의를 받았으나 선수생활을 고집해 계약에 실패하고 말았다. 현행 FA제도 규정상 FA신청 후 이듬해 1월 15일까지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하지 못할 경우 해당 선수는 다음 시즌에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

1997년 현대를 시작으로 무려 14년을 프로에서 뛰었던 최영필이지만 선수로서는 불혹을 넘긴 나이와 14시즌 동안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점은 분명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선수에게 스타급선수와 같은 동일한 보상규정을 적용한다는 것은 그 선수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상 어느 구단이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선수로서는 불혹의 나이를 넘긴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보상금과 유망주를 내주려 하겠는가? 결국 2011시즌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하지 못하고 1년을 허송세월하며 재기를 노렸던 최영필은 뒤늦게라도 보상권리를 포기해준 한화구단이 고마울 따름이다.

FA제도 시행 후 10년이 넘도록 매년 FA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당했던 KBO로서는 FA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미 언론과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등은 현 FA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미국, 일본 등 선진야구를 하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FA제도와 KBO의 FA제도에 대해 낱낱이 비교를 했고 현 FA제도를 현실성 있게 수정해 주기를 원했다.

다행히 뒤늦게라도 모순투성이인 현행 FA제도에 대한 전체적인 검토와 이에 따른 연구를 하겠다는 KBO의 입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현행 규정을 검토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탁상공론을 하며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지 않고 현장의 의견과 선수들의 입장을 되돌아보고 야구 선진국들의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여 우리 프로야구의 실정에 맞게 현실성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현 FA제도는 지난 1999년 시즌부터 시행되었으며 최초 FA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10시즌 이상을 프로에서 뛰어야 했고 2001년 9시즌(대졸은 8시즌)으로 줄어들었다. 단, 해외진출을 노리는 선수의 경우 7시즌을 채운 후 구단의 동의를 얻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서 해외에 나갈 수 있었다. 타자의 경우 매 시즌 경기수의 2/3이상 출장 투수는 매 시즌 규정이닝의 2/3이상 등판을 한 시즌으로 인정한다. 또한 FA 보상 규정은 현행 야구규약 제164조 제1항에 따라 해당 선수의 연봉 200%+보호선수 20명외 1명 또는 해당 선수의 연봉 300%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FA제도 한국야구위원회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FA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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