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을 위한 Rent, 그 때문에 쫓겨난 사람들

2004년, 미국 2보병사단과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 대추리 일대로 이전이 결정되었다. 대추리 주민은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며 시위를 했지만, 경찰병력 1만6000명이 동원된 행정대집행에 의해 주민들은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고, 대추리에서는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공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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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리 일대는 토지가 모두 수용하여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사진은 내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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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1년 11월 23일. 대추리를 찾았다. 대추리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펜스에 가려 전경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건물이 들어선 것은 아직 없었다. 지반을 다듬는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사장에는 많은 수의 덤프트럭과 굴착기가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 주위로 근로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근로자들은 마을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오히려 마을 주민보다 공사 근로자들의 수가 더 많은 듯 보였다. 마을 주위에는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신축 빌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일부 빌라에는 'For Rent'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신축 빌라들은 대부분 이곳으로 이전하게 될 미군들을 위한 건물 같았다. 대추리를 찾은 이유는 제주 강정마을 때문이었다. 지금 강정마을에서 또 다시 대추리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과연 대추리는 잘 해결되었을까 궁금했다.

조용한 마을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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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리 마을 입구를 지키는 장승과 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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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마을 대추리라고 쓰인 비석과 두 개의 장승이 마을 초입에서 나를 반겨주었다. 대추리 대장군, 평화 여장군이라고 쓰인 장승은 대추리의 평화를 빌고 있었다. 아름답게 단장된 마을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 나는 이 마을이 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의 말은 달랐다. 토지는 국유지였던 것을 개인이 산 것이고, 집을 짓는 데에서 정부의 보조는 태양열과 태양광이 전부라고 했다. 토지보상금을 받아 집을 짓고, 땅을 산 집도 있지만, 빚을 얻어 집을 지은 집도 많다고 했다.

토지공사에 따르면 정부에서 토지 보상금으로 지급한 돈은 평당 15만 원. 평당 82645원(2007년)인 공시지가의 180%라고 한다. 하지만 방효석 할아버지는 "논 15만 원 짜리 있으면 어디 보여줘 봐"라며 정부의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농사짓던 토지 3000평과 집 한 채를 바꾼 셈이라고 했다. 그나마 집만 덩그러니 있을 뿐 생계에 대한 보장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대추리 주민의 현재 생계 수단은 공공근로이다. 이주민 지원 사업을 위해 통과된 조례안에 따르면 2014년까지 65세~75세 사이의 주민은 공공근로를 통해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후의 대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대추리에서 차로 5분만 가면 추팔공단이 나온다. 마을 주민은 그곳에서라도 일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길 바라지만, 노인들이 전부인 그들을 공장은 받아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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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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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과 반대로 갈라진 마을

대추리에는 162가구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대추리 평화마을에 남은 가구수는 불과 44가구이다. 미군기지에 찬성을 한 이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가고, 끝까지 반대한 이들만 이곳에 남았다. 주민의 말에 따르면 아직도 찬성하는 이들과 아는 척 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동네에서 수십년을 같이 살던 이들이 미군기지 이전을 사이에 두고 한순간에 사이가 멀어진 것이다.

찬성과 반대가 나뉘어져 벌어진 문제가 또 있다. 대추리 명의로 된 마을 공동재산 문제이다. 평택시에 따르면 마을 회관 건물과 토지 등 3억8000만 원이 대추리 명의로 있어 있는데 아직 찾아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평화 마을 주민은 그것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찾아가려고 했지만, 다른 곳으로 이주한 이들이 법적 조치를 취해 놓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마을 재산은 현재 평택시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10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국고로 환수될 처지라고 한다.

지금 강정마을도 주민이 찬반으로 갈라서 대립하고 있다. 강정마을에는 친목단체가 200여개가 있었는데 해군기지 찬반 문제로 전부 없어졌다고 한다. 강정마을은 제2의 대추리다. 정부는 이번에도 대추리처럼 강제집행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겨울방학이 되면 강정마을에 다녀와야겠다. 내 작은 힘을 보태 강정마을을 지켜야겠다. 나 혼자 지킬 수는 없겠지만, 많은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