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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김선영, 류정한, 민영기, 옥주현, 김준수 거기에 더해 최근 뮤지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거머쥔 '대세' 박은태까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한국 뮤지컬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배우들을 한 무대에서 만난다는 건,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생각만 해도 꿈 같은 일일 것이다.

뮤지컬 <엘리자벳> 포스터
 뮤지컬 <엘리자벳> 포스터
ⓒ EMK Musical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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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앞서 말한 배우들이 함께 꾸미는 무대를 머지 않아 만나볼 수 있다. 내년 2월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엘리자벳>(로버트 요한슨 연출, EMK 뮤지컬 컴퍼니 제작)에서다.

22일 오전 10시, 한 온라인 티켓 예매 사이트에선 전쟁이 벌어졌다. 바로 내년 국내 뮤지컬 시장의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 <엘리자벳>의 첫 티켓 오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티켓 전쟁은 작년 이맘때 '왕의 귀환'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공연되었던 <지킬 앤 하이드>의 조승우와 올 초 공연된 <천국의 눈물>의 김준수의 티켓을 구하기 위한 팬들 사이에 벌어진 그것을 가뿐하게 능가했다. 공연에 함께하는 배우들의 면면을 보자면 충분히 예상된 결과, 제작사는 배우들의 일본 팬들을 위한 공식 예매처까지 오픈했을 정도다.

그러나, 분위기가 썩 좋아보이진 않는다. 예매에 성공해 기뻐해야 할 관객과 단 몇 분 차이로 좌석 사수에 실패한 관객의 표정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횡포에 가까운 제작사의 정책 때문이다.

<엘리자벳>에는 여타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좌석이 있다. 이름하여 '다이아몬드 클래스'(예매처상에는 줄여서 D.class라 표기했다). 제작사의 안내에 따르면 최고의 작품을 최상의 좌석에서 볼 수 있는 객석이란다.

VIP석보다 25~50% 비싼 다이아몬드 클래스

설명처럼 이 좌석은 공연을 보기 가장 좋은 공연장 중앙 객석 6줄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최대 15만 원에 이르는 터무니 없는 가격이다. 기존 공연들의 최상위 등급인 VIP석 가격이 10~12만 원임을 생각하면 무려 25~50%가량 비싸다.

뮤지컬 <엘리자벳> 좌석 배치도. 붉게 표시된 부분이 D.class등급 객석이다.
 뮤지컬 <엘리자벳> 좌석 배치도. 붉게 표시된 부분이 D.class등급 객석이다.
ⓒ EMK Musical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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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작품도 VIP석은 비슷한 가격(12~13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공연의 VIP석은 1층 객석의 중앙은 물론이거니와 양 쪽 사이드 좌석의 절반, 심지어 2층 3번째 열을 아우르는 사실상 가장 많은 좌석을 차지 하는 등급. 바로 아랫 등급인 R석까지 더하면 그 수는 1000석에 육박한다.

1700여 석 공연장 객석의 3분 2에 달하는 객석이 10만 원이 넘는 로얄석이라니! 이 감동적인(?) 좌석 배치에 이미 예매처 게시판과 SNS 창은 제작사의 횡포에 대한 글들로 가득차고 있다. 불매운동을 하자는 의견도 눈에 들어온다. 정말 어느 관객의 말처럼 제작사는 '아무리 비싸도 볼 사람들을 본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고개를 돌려 제작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은 가격 및 좌석 정책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3개월이라는 짧은 공연기간에 200억 예산을 쏟아 붓는다니, 막대한 손해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두 명씩 캐스팅하기도 힘든 배우들을 15명이나 한 무대에 세우려면 출연료 역시 여타 작품보다 엄청날 것이다.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그저 가야 할 길을 간 것이고,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다.

<삼총사>도 특별 객석 있었지만... 이해됐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이번 <엘리자벳>과 같은 식의 좌석 정책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여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9일이라는 짧은 기간 공연한 뮤지컬 <삼총사>에서도 15만 원짜리 '삼총사석'이 판매된 적이 있고, 현재 샤롯데 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캣츠>도 VIP석과 별도로 할인 없이 정가로만 구매 가능한 '젤리클석(12만 원)'이 판매되고 있다. 다만, 위 두 경우엔 관객을 납득시킬 어느 정도의 이유가 있었다.

뮤지컬 <삼총사>의 한 장면
 뮤지컬 <삼총사>의 한 장면
ⓒ 엠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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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한 장면
 뮤지컬 <캣츠> 한 장면
ⓒ 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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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삼총사석'은 좌우로 넓은 형태의 객석을 갖춰 뮤지컬을 보기에 열악하기로 알려져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장 좋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좌석이다. 또 극 중 무대 아래로 내려온 배우들에게 장미꽃이나 키스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가 더해져 공연을 보며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그 덕에 이 좌석은 가격이 가장 비쌌음에도 티켓 오픈 즉시 매진되었다. 캣츠의 '젤리클석'도 비슷한 이유에서 탄생한 좌석으로, 배우들의 객석 난입이 잦은 작품의 특성을 반영해 관객들로 하여금 오히려 호평을 얻고 있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뮤지컬 <엘리자벳>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았던 아름다운 황후 엘리자벳과 죽음의 사랑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결합된 스토리로 1992년 9월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 초연되어 유례없는 인기를 얻었다. 이후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헝가리, 일본 등 세계 10개 국가에서 9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유럽 최고의 흥행 대작이다.
그러나 <엘리자벳>의 D.class는 앞선 두 작품과는 달리 관객들에게 그 어떠한 차별점도 안내하지 않고 있다. 오직 '최고의 작품을 최상의 객석에서'라는 허울 좋은 수식어만이 듣도 보도 못한 국적 불명의 좌석에 대해 설명해준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엘리자벳> 제작사 관계자는 "여타 공연의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 됨에 따라 좋은 좌석을 원하는 관객들의 수가 늘어났고, 장고 끝에 지금과 같은 가격과 좌석 정책을 결정했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D.class 등급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혜택을 드릴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고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까지 남은 3개월의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티켓 가격이 아닌 작품으로 평가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논란 속에도 <엘리자벳>의 일부 회차 티켓은 빠른 시간 내 매진되었고, 단숨에 다른 작품들을 밀어내고 예매 랭킹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 작품의 제작사가 티켓 판촉에 앞서 절대 잊어선 안 될 것이 있다. 공연까지 남은 3개월간 '최상의 객석'에 앉은 관객이 만족할 이름처럼 '다이아몬드 급 감동'을 안겨 줄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국내 공연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장담하는 이 작품의 제작사가 가장 먼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태그:#뮤지컬, #엘리자벳, #캣츠,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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