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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파죽지세' 류현진, 미니 한일전에서 13승 도전

지난 5일은 학교에 가는 토요일, 그것도 2주 연속 수업을 하는 토요일이었다. 현재 학교는 월 2회 주5일제(둘째, 넷째 토요일 휴업) 수업을 하고 있는데,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이 5주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왜 지난 주에 왔는데 또 와야 하냐고 웅성웅성했다.

"지난 주에 왔는데 왜 또 오늘 나와야 하는 거예요?"
"다음 주에는 쉬는 거 맞죠?"

이런 날에는 체험학습을 신청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반 아이 중에는 힘들었는지 안 나온 아이도 있다. 다른 반에는 학교 안 오는 줄 알고 안 왔다가 나중에야 확인전화가 온 경우도 있었다.

"그래요. 다음 주에는 쉬는 토요일 맞아요. 앞으로는 이렇게 2주 연속 나오는 일이 없을 거예요."
"아, 내년부터 주5일제 해서 그렇구나."
"맞아요. 대신 내년 1, 2학년은 5교시 수업을 일 주일에 3번 정도 하게 될 거예요."
"왜요?"
"토요일 시간표가 다른 날로 가야 하니까요."
"에이, 그럼 너무 힘들잖아요."

수업시간 안 줄인 주5일제, 최악의 시간표 나오려나

그렇다. 내년부터는 모든 초, 중, 고등학교에 주5일제 수업이 시행된다. 교과부와 국무총리실은 지난 6월 14일에 2012학년부터 "주5일수업제 전면 자율 도입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2학기에는 전국 10%의 학교에서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교과부 주5일수업제 전면 자율 도입 계획 요지
- 수업일수 현재 205일에서 190일로 감축, 수업시수는 그대로임
(190일=교과진도일수 170일 + 학교장 재량휴업일 20일 이내)
- 학교운영위에서 주5일제 수업 결정, 돌봄교실, 토요방과후 학교 확대
- 토요 스포츠클럽 활성화, 돌봄교실 확대 등

교과부가 발표한 대로라면 방학이 4일 정도 줄고 수업시수는 그대로라서 평일 수업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즉 토요일 4시간이 그대로 평일로 가면 주당 25시간인 1, 2학년은 현재 주1회 5교시 수업이 3회로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주당 30시간인 3, 4학년은 주당 27시간이 되어 지금보다 6교시 수업이 1회 정도 늘어난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1시간(3학년 국어, 4학년 창의적 체험활동)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5일제가 오히려 학생들의 수업시간을 늘리고 학습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5일수업에 맞춰 토요일 4시간을 평일로 분산한 경우의 시간표입니다. 현재 많은 지역에서 일주일에 하루는 4교시 수업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다른 날 수업이 많아져 5교시로 잡은 결과입니다. 1,2 학년은 주3일 5교시 수업을 하고, 5, 6학년은 7교시 수업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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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등학교 학년별 교과시수
1, 2학년 25시간 : 국어7, 수학4, 바른생활2, 슬기로운 생활3, 즐거운 생활6, 창체3

3, 4학년 29시간 : 국어6, 수학4, 사회3, 과학3, 도덕1, 체육3, 음악2, 미술2, 영어2, 창체3

5, 6학년 33시간 : 국어6, 수학4, 사회3, 과학3, 도덕1, 체육3, 음악2, 미술2, 실과2, 영어3, 창체4

* 시수표1처럼 시간표를 짜게 되면 주어진 교과시수 때문에 시간표가 주마다 달라져 매우 복잡할 수 있고, 시수표2처럼 짜면 시간표짜는 건 수월하나 수업부담이 너무 커진다.

5, 6학년은 더 심각하다. 올해부터 5, 6학년은 2007개정교육과정을 적용받아 영어수업이 1시간씩 늘어 주당 평균 33시간 수업을 하고 있다. 내년에 주5일제가 되면 7교시 수업을 2-3회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현재 중고등학생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5, 6학년도 내년에 재량, 특활 시간을 1시간 줄여 수업시간을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아직 교과부는 묵묵부답이다.

 내년도 주5일제에도 올해처럼 주당시수를 그대로 운영할 경우 1,2 학년은 날마다 5교시, 3,4 학년은 주4회 6교시, 5,6 학년은 주3회 7교시를 하게 됩니다. 올해 1,.2 학년에서 2009개정교육과정을 적용하며 수업시수가 더 늘어난 걸 보면 내년에 많은 학교가 이런 시간표를 운영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간표입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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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수업을 해보면 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보통 학교에서 수업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을 보면 연간 수업시간을 34주 기준으로 나눠서 그대로 주당수업시간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학년이 연간 850시간인데 34주로 나누면 25시간이므로 주마다 25시간을 운영하면 날마다 5교시를 하게 된다. 그래서 주5일제가 되면 1, 2학년도 날마다 5교시를 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것이다.

삶의 질 높인다는 주5일제, 학생들은 오히려 악화?

우리 사회에서 주5일제가 시작된 것은 2004년부터이고 점차 확대되어 왔다.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주40일 노동제가 실현되고, 주말에 가족단위 체험학습이나 다양한 사회활동이 이루어져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주말 노동시간을 평일로 나눠 야근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학교는 어떤가? 주5일제 수업은 2005년부터 주1회, 2006년부터 주2회로 확장됐지만 관련 대책이나 준비는 제자리걸음이다. 주5일제 수업을 하는데 토요일 수업이 평일로 이동해 수업부담이 늘어나야 하고, 중고등학생은 교과보충수업을 하라는 식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습부담만 늘어나고 삶의 질이 악화되는 것이다. 주5일제 수업이 이러려고 하는 거였나?

여기에는 교육당국의 책임이 매우 크다. 2007개정교육과정은 2005년 개발 당시 "주5일제대비 교육과정"이라고 하며 "토요일 4시간을 다 줄이느냐, 2시간을 줄이느냐?"까지 이야기되다가 막판에 좌절됐다. 여기에 MB정부가 영어몰입정책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3-6학년 영어수업시수를 1시간씩 늘려놓았다.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다.

2009개정교육과정도 처음에는 "주5일제 대비 교육과정"으로 설계하다가 임기내에 실행하기 위해 초고속으로 만들어 2011년부터 적용하느라 관련 내용은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관련기사:2011년부터 주5일제 전면 시행되나? ) 2009개정교육과정 공청회에서 연구진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했다. 2012년부터 주5일제를 시행한다는 언론 보도가 심심찮게 나왔는데, 이는 교과부와 교총이 수 년 전에 주5일제 도입을 합의했었기 때문이다. 

교과부의 책임회피 꼼수, 도 넘어

이렇게 책임을 회피하다 보니 현장교사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나온다. 교과부가 주5일제 수업을 "자율도입"하라면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를 맡겼다. 수업일수 190일 중 170일(34주 기준*5일)이 교과진도일수이고 나머지 20일은 학교장 재량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재 학교장 재량수업일 16일에서 4일이 늘어난 것이다.

 7차교육과정에서 처음 나온 교육과정 기준 시수와 학교에서 운영하는 시간의 배치표입니다. 이 표는 2005년부터 월1회 주5일제 수업이 시작되면서 사문화된 내용입니다. 2007개정이나 2009개정교육과정은 이런 내용 자체가 포함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주5일제를 시행하면서 없는 내용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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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학교장 재량수업일은 주로 학교의 재량 휴업이나 천재지변시 임시휴업을 정할 때 이용댔다. 교육과정에서는 7차교육과정(2000년부터 적용, 현재 고3 적용중)기에 재량활동을 도입하면서 수업일수 220일 중에서 교과진도일수 204일에 학교재량수업 16일 정도를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학교재량수업일에는 학교 행사나 현장체험학습, 전일제 특별활동 등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05년부터 주5일제 수업이 부분적으로 적용되면서 수업일수가 줄었기 때문에 이 말 자체가 없어졌다. 지금은 2007개정교육과정, 2009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영어 때문에 수업시수도 늘어 6차교육과정기만큼 많아져서 학교에서 따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교육과정 내용이 어려워 수업시간을 줄이고 학교행사를 하기에는 부담도 크다. 결국 "주5일제 자율도입"이란 교과부가 할 일을 학교장들에게 슬그머니 미루고 책임도 학교로 전가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과부의 무대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토요휴업일이 시행되던 초기부터 관련대책으로 내놓은 돌봄교실 확대, 토요프로그램은 아직도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교과부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도 초중고 가정의 30%, 즉 30만 정도 가구의 학생들이 주5일제의 사각지대라고 한다. 2010년 한국교육개발원 자료를 보면 초등돌봄교실에 참여하는 학생 10만4496명중 62.3%에 이르는 6만5116명이 맞벌이가정의 아이들이다. 그리고 참여학생의 27%가 전액 자부담으로 돌봄교실에 다니고 있다. 이 아이들 중 초등1, 2, 3학년은 90.9%에 이르는데 토요일 돌봄교실 이용률은 평일 참가아동의 6.2%밖에 되지 않는다. 돌봄교실이 별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인데, 수익자부담 돌봄교실을 확대해봤자 결국 학부모들의 부담만 더 커지는 셈이다.

토요스포츠교실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학생들이 얼마나 참가할지가 불분명하다. 여기에 주5일제수업 정책관련예산 946억 원도 모두 시도교육청에 맡겨 버렸다. 주5일제 생색은 교과부가 내고 책임은 학교와 시도교육청에 미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 세워야

내년부터 주5일제가 전면도입된다지만, 학교에서는 수업부담 때문에 걱정이고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방치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이젠 토요일까지 보충수업비를 내고 수업하게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사교육비가 늘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이나 단체에서는 토요일에 학생들이 올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부분적인 노력에 그치고 있다.

시범학교의 경우 명확한 내용을 몰라 혼란이 많다. 평일시간이 늘어 주5일제가 싫다는 학생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 시간을 그대로 둔 채 주마다 교과수업시간 균형을 맞춰 시간표를 짜려니 2학기에 17개의 시간표가 나온 학교도 있다. 서류 만드느라 교사들이 정신이 없다는 이야기다. 학부모들이 토요일 프로그램이 좋다고 학교에 꼭 보내는 경우가 있어 학생들이 주5일제 수업이 되어도 원래 학교에 나오는 건가 보다 생각하기도 한단다. 

주5일제 수업의 원래 취지는 이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교과부는 지금부터라도 주5일제로 교육의 방향과 질이 전환될 수 있도록 수업시간 및 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다른 부처와 함께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여 무늬만 주5일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주5일제가 실행되도록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에도 비슷한 기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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