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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자 <더 힐(The Hill)>. 맥스 바커스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이 한국과 쇠고기 문제를 재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0월 14일자 <더 힐(The Hill)>. 맥스 바커스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이 한국과 쇠고기 문제를 재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더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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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후 6개월 안에 한국 쪽에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인 맥스 바커스 민주당 의원(몬태나주)은 지난달 14일 미국축산협회(National Cattlemen's Beef Association, NCBA)와 가진 전화회의(Conference Call)에서 "한미FTA가 발효되고, 6개월 안에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위한 재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바커스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같은 날 미 의회전문지인 <더 힐(The Hill)>에 그대로 보도됐다. <더 힐>에 따르면, 바커스 의원은 이날 전화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화를 내기도 했다"면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한미 FTA 협정문 안에 한국 쪽의 미국 쇠고기 수입 제한을 낮추기 위한 양국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안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화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에 대한 미국 쇠고기 (수출) 문제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는 등의 말도 덧붙였다.

맥스 바커스 상원의원 홈페이지.
 맥스 바커스 상원의원 홈페이지.
ⓒ 맥스 바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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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커스 의원 "협정문에 한국 쇠고기 시장개방 요구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화 내"

<더 힐>은 또 "한국 시장에 미국산 쇠고기의 모든 연령과 부위의 수출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한미 FTA 발효 후 6개월 이내에 한국에 시장개방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바커스 의원의 말을 전했다.

바커스 의원은 한국과의 협상을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주도할 것이라고 소개하고, "커크는 매우 영향력이 세고, 한국은 사실상 동의했다. (쇠고기 재논의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이고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한국인들은 이해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것이 없었다면 나는 (한미 FTA에)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힐>은 이어 바커스 의원의 목표가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 소고기의 연령과 부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나 30개월 미만의 뇌, 척수, 머리뼈 등의 특정위험물질(SRM)은 한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바커스 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대표적인 쇠고기 산지인 몬태나 주를 지역구로 하는 상원의원이다. 1978년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지금까지 미국 상원에서 5번째로 오래 그 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한국 쇠고기 시장이 미국 목축업자들에게 충분히 개방돼 있지 않다며 한미 FTA 상원 비준을 거부해왔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바커스 의원이 한미 FTA 상원 인준에 찬성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몬태나 주의 지역신문인 <보즈만 데일리 크로니클>(Bozeman Daily Chronicle) 10월 말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 5월 4일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두 가지를 약속 받았다.

2011년 5월 4일, 미국 농림부가 100만 달러의 시장 접근 프로그램(Market Access Program) 펀드를 미국육류수출연합회(USMEF)에 수여했고, 이 연합회는 이 자금을 한국에서 미국 소고기를 홍보하는 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미국 농림부 공보처 소식지. 이 소식지에서 톰 빌색 미국 농림부 장관은 농림부도 미국육류수출연합회가 한미FTA 하에서 마련될 새로운 시장을 적극 활용하려는 것에 동조한다고 밝혔다.
 2011년 5월 4일, 미국 농림부가 100만 달러의 시장 접근 프로그램(Market Access Program) 펀드를 미국육류수출연합회(USMEF)에 수여했고, 이 연합회는 이 자금을 한국에서 미국 소고기를 홍보하는 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미국 농림부 공보처 소식지. 이 소식지에서 톰 빌색 미국 농림부 장관은 농림부도 미국육류수출연합회가 한미FTA 하에서 마련될 새로운 시장을 적극 활용하려는 것에 동조한다고 밝혔다.
ⓒ 미국 농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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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미국 농림부가 미국 쇠고기의 한국 판매 증진을 위해 2011년에 100만 달러 지원을 비롯해, 이후 5년간 쇠고기 업계가 1000만 달러의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론 커크 미국 USRT 대표가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완전 개방이라는 목표를 위해 계속 일할 것이며, 일단 FTA가 발효되면 한국과 지속적인 논의를 할 것을 약속받았다는 것이다.

실제 론 커크 대표는 당시 바커스 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과 합의한 수입위생조건 25조를 들며, "양국 정부는 수입위생조건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어떤 문제에 대해 상대방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면서 "일단 한미 FTA의 효력이 발생하면, 이에 따라 미국은 위생조건의 완전한 적용에 관해 한국에 협의를 요청할 것이며, 이는 한미 FTA와 위생조건이 별개의 합의안임을 인정하는 것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5월 4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바커스 의원에게 보낸 편지.
 2011년 5월 4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바커스 의원에게 보낸 편지.

"한미 FTA 발효 후, 6개월 내 한국시장 개방 요구...한국도 사실상 동의"

미국 최대 축산지인 몬태나 주에선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곳 지역신문인 <빌링스 가제트>는 빌 도널드 미국축산협회 회장도 6개월 안에 미국의 무역 관리들이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국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목축업자들 사이에서 쇠고기 연령 제한은 매우 심각한 논쟁거리였다고 한다.

10월 15일자 <빌링스 가제트>.
 10월 15일자 <빌링스 가제트>.
ⓒ <빌링스 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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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회장은 "아마도 협상까지, 우리가 한국인들에게 그 기준을 재검토하게 하는 데까지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빌링스 가제트>는 한미 FTA로 인해 한국의 쇠고기 수입에 대해 미국에서 우려하는 내용이 공식적으로 재검토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지역신문인 <보즈만 데일리 크로니클>은 지난달 23일치 신문에서 미국 목축업자들의 말을 인용해, 한미 FTA로 향후 한국 시장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신문은 에롤 라이스 몬태나 주 송아지사육협회 부회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 쇠고기 업계에 있던 사람들은 2003년 12월 23일을 잘 기억하고 있다. 이날은 미국이 워싱턴 주의 한 젖소가 처음으로 광우병에 걸렸다고 발표한 날이다. 한국은 미국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고, 미국의 목축업자들은 초토화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 사건을 두고 '소가 크리스마스를 훔쳐갔다'고 했죠. 그 일이 업계 전반에 재정적 충격을 가했고, 몬태나의 목축업자들은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적었다.

한편, 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6월 특정위해물질(SRM, 광우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쇠고기 부위를 일컫는 말)을 제외하고, 30개월 미만의 쇠고기와 쇠고기 가공물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대신 향후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형성되면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 여부를 협의할 수 있다고 양국 정부는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 요구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그동안 미국 쪽의 시장 개방에 대한 협의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우리 국민의 미 쇠고기에 대한 신뢰 회복' 등의 이유를 들어 전면 수입개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방침이다.


태그:#한미FTA,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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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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