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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조직정비를 위해 열린 공무원노조 충북본부 임시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22일 조직정비를 위해 열린 공무원노조 충북본부 임시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 대의원대회에서 '민중의례'를 하는 조합원들(자료사진)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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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A씨(지방직 공무원)는 전국통합공무원노조 간부로 일하고 있었다. 2009년 11월, 그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간부 결의대회에서 사회를 보았다. 

"쉬는 날 없이 하루 16시간씩 지하 작업장에서 노동착취를 당했던 어린 여공들을 위해 온 몸을 불살랐던 전태일 열사, 조국해방과 조국통일을 위해 노력하시다 총탄에 쓰러지신 김구 선생, 그리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시다 먼저 가신 선배 열사의 뜻을 기리는 묵념을 하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발언한 뒤 참석자들과 함께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방식으로 민중의례를 진행하였다.

A씨는 이듬해 징계를 받게 된다. "공무원이 민중의례를 실시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공무원에겐 민중의례도 허용되지 않는 걸까. 결국 법정에 서게 된 민중의례,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민중의례는 헌법 질서 훼손, 공무원 품위 손상" 정부 금지령

2009년 10월 행정안전부(행안부)는 공문을 통해 공무원에 대하여 민중의례를 금지하고, 실시하는 경우 관련자에 대해 엄중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같은 복무관리지침을 만들어 각급 기관에 통보했다. 정부는 왜 금지했을까. 행안부는 이렇게 설명했다.

"민중의례는 소위 노동운동권에서 행해지고 있는 의식으로 애국가 대신 주먹을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지 않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는 의식이다. 이러한 행위는 헌법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로서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 신분인 공무원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다."

그런데 노조 전임자였던 A씨는 공문이 나온 지 한달 뒤쯤 벌어진 집회에서 민중의례를 진행하였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소속 기관장에게 A씨를 징계하라고 요청했다. 소속기관인 전주시는 정직 1월을 내렸고, 전라북도소청심사위를 거치면서 A씨에겐 '감봉 1월' 처분이 내려졌다.

당시 A씨는 직권휴직상태였다. 다시 말해 신분은 공무원이었으나 공무를 하지 않고 공무원 노조법에 따라 무급으로 전임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민중의례를 실시한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고 여긴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공무원 '민중의례 금지명령'은 정당... 위반은 징계사유"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1심을 맡은 전주지법은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29일 내려진 판결의 요지다.

'헌법과 관련 법률 규정에 비추어 보면, 공무원에겐 정치적 중립을 요구할 수 있고, 정치활동의 제한을 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행안부장관 등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신분인 공무원에게 품위를 손상시킨다는 이유로 민중의례의 실시를 금지한 것은 적법한 명령이다. 이를 어긴 건 복종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A씨가 상사의 직무상 명령에 따르지 않고,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이상 징계는 정당하다는 게 1심 판결이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심 판결을 보니 몇가지 의문이 남는다. 공무원은 공무가 아닌 활동에도 상사나 소속기관의 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가. 민중의례가 공무원을 징계할 정도로 품위를 손상하거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만큼 위험한 의식인가. 공무원의 기본권,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항소심 "정당한 노조활동 일환... 복종의무 없다"

항소심 판결은 이런 의문에 어느 정도 답을 내려줬다. 지난 7월 18일 항소심인 광주고법 전주1행정부는 1심과 달리 "징계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일단 "노조 전임자인 공무원이라도 성실의무, 복종의무 등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직무상 명령이 유효하려면 상급자가 하급자의 직무 범위 내에 대하여 발하는 명령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원은 "A씨가 민중의례를 실시한 것은 공적 직무와는 무관하게 노조 전임자로서 한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노조 활동의 일환"이며 "민중의례 실시 자체가 정당한 노조 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라고 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민중의례 금지명령에 대해선 따를 필요가 없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설사 민중의례 금지가 직무상 명령이라고 보더라도 "공무원들의 단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배되어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리하자면 항소심은 공무원의 복종의무에 대해 ▲ 공적 직무와 연관이 있어야 하고, ▲ 공무원 단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정부나 1심 판결과 상반된 의견을 밝힌 것이다.

물론, 공무원은 사생활에서도 품위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공무원의 품위에 대해 대법원은 "주권자인 국민의 수임자로서의 직책을 맡아 수행해 나가기에 손색이 없는 인품"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민중의례가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의식'이라는 견해에 대해 항소심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정당한 노조활동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항소심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민중의례는 적어도 노조 활동에선 정례화 또는 의례화된 의식의 일부로서 행해질 뿐 더 이상 그 자체로 어떤 사상적, 정치적 성향이나 입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임을 위한 행진곡도 과거 민주화운동에서 애창된 노래이고 정부가 주관하는 5.18 기념일 행사에서 연주되는 노래이므로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할 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항소심은 A씨의 집회 발언 내용에 대해서도 "근로자의 인권, 통일, 민주화 등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를 되새기며 과거 노동운동, 통일운동,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 열사들을 기리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법원은 "일부 국민에게는 민중의례 실시 자체가 특정한 정치세력을 대변하거나 그 성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추어질 여지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시민의식의 성숙 정도, 공무원 노조 활동의 보장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민중의례를 정치적인 의사표현과 결부시키지 않고 정당한 노조 활동 범위 내에서 의례적인 방식으로 실시하는 한 그것이 공무원의 직무집행이나 전체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곧바로 실추될 정도에 이른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어떤 판단 내릴까

2심의 징계 취소 판결에 대해 징계권자인 전주시장은 다시 상고를 하였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갔다. 대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그 전에 따져볼 게 있다. 정부의 말마따나 민중의례가 "헌법의 기본질서를 훼손"할 정도로 부적절한 행위라면 모든 국민에게 금지해야 맞다. 유독 공무원만 금지하고 징계하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더구나 공무원의 노조 활동을 법으로 보장하는 마당에, 정부가 복종의무를 내세워 노조 행사에 개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공무원들이 공무 외의 활동에서 '애국가'와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대신 민중의례를 했다고 해서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으로 단정하는 정부의 시각이 아쉽다.

헌법(7조 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되어있다. 이 말은 공무원이 특정 계층이나 정파의 눈치를 보거나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지 않아도 되고, 국민 전체를 위해 공정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 위한 안전장치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조항은 공무원에게 정치적 침묵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공무원들이 세상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한 사회일까.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건 관심을 끊고 살아야 된다는 말이 아니라면, 이제는 법률과 관련 규정도 바뀔 필요가 있다.

공무원의 정당가입, 선거운동과 같은 적극적인 정치행위 허용 문제는 '사회가 더 성숙할 때' 논의한다고 치자. 공무와 직접 관련 없는 사안에 대해 자기 견해를 표명할 자유, 자주적으로 노조 활동을 할 자유 정도는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모든 국민'에게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도 들어 맞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법률서적인 <생활법률상식사전>과 <생활법률해법사전>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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