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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말 한국에 출시된 삼성 크롬북
 8월 말 한국에 출시된 삼성 크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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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크롬북이 한국에 '조용히' 들어왔다. 지난 6월 미국에 출시된 크롬북은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에 기반한 '네트워크 PC'로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액티브엑스'가 없으면 인터넷뱅킹조차 할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크롬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연 '마이크로소프트 천국' 한국에서 크롬북은 무용지물일까? (관련기사: 구글 크롬북 도입? 한국에서는 꿈도 꾸지마! )

삼성전자는 이번 주부터 일부 모바일숍에서 '센스 크롬북 시리즈5(XQ500C21-A11)' 판매를 시작했다. 대만 에이서 제품과 함께 전 세계에 '유이'한 크롬북이다. 하지만 삼성에도 구글코리아에도 '언론 리뷰용 제품'은 따로 없었다. 수소문 끝에 지난 8월 30일 서울 종로에 있는 삼성 모바일 매장에 전시된 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10초 부팅 시대, '커피 타임'은 끝났다

"기다릴 필요 없이 10초 이내 부팅"이란 홍보 문구가 무색하지 않게 부팅 속도는 확실히 빨랐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로그인 화면까지는 8~9초, 웹브라우저가 뜨기까지는 13~14초 정도(비밀번호 입력시간 제외) 걸렸다. 사용 도중 화면을 닫으면 대기 상태에 들어가고 화면을 다시 열면 태블릿PC처럼 바로 사용할 수 있었고 전원을 끄는 데도 5초면 충분했다. 일반 노트북 부팅에 2~3분, 끄는 데도 1~2분 넘게 걸려 '커피타임'이란 오명을 들었던 걸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마침 같은 매장에 있던 삼성 넷북, 애플 맥북 에어와도 비교해 봤다. 넷북에 맞춰 부팅시간을 최소화했다는 '윈도7 스타터' 운영체제에선 40초 정도 걸렸고, 부팅시간을 7초로 줄였다는 맥북 에어 역시 13~14초 정도 걸려 크롬북과 큰 차이가 없었다.

 부팅 시간 비교. 왼쪽부터 삼성 크롬북(14.5초), 맥북 에어(15.4초), 삼성 넷북(41.0초)
 부팅 시간 비교. 왼쪽부터 삼성 크롬북(14.5초), 맥북 에어(15.4초), 삼성 넷북(41.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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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북은 가로 29.4cm, 세로 21.9cm로 넷북 정도 크기였고 겉모습도 평범했다. 12.1인치 액정화면(해상도 1280X800)을 사용했고 두께는 20mm, 무게 1.48kg 정도로 휴대에 한 손으로 들기에 약간 묵직한 정도였다. 착탈식 배터리 대신 내장형을 사용했고 최대 사용 시간도 8.5시간으로 일반 노트북보다 2배 정도 오래가는 편이었다.

중앙처리장치(인텔 아톰 N570, 클럭속도 1.66Ghz)나 2GB 메모리 등 기본 사양도 일반 넷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 띄는 건 터무니없는 적은 저장 용량이었다. 하드디스크보다 비싼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를 사용하긴 하지만 용량이 16GB(기가바이트)에 불과해 200~300GB는 기본인 요즘 저가형 넷북 '스펙'에도 한참 모자란다.
  
구글 마니아에겐 매력적... 웹브라우저 이참에 바꿔?

크롬북은 애초부터 '네트워크 PC'로 관심을 끌었다. 내부 저장 용량이 16GB뿐인 것도 무거운 응용 프로그램과 사진, 동영상 같은 각종 데이터를 외부 서버에 저장해 뒀다 인터넷으로 그때 그때 불러다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신 인터넷 접속이 필수여서 집이나 직장 등 무선인터넷 환경이 잘 갖춰진 곳에서만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삼성 크롬북의 경우 유선 랜 접속도 안 되는 데다 국내엔 3G(이동통신망) 겸용 모델도 출시되지 않아 무선랜(와이파이)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크롬북은 다른 전시 제품들과 달리 '로그인'이 필수였다.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고객이 직접 아이디를 만들어 들어가야 한단다. 개인정보 유출 걱정도 잠시 내 구글 계정으로 접속해 보니 윈도우 환경에서 익숙한 바탕화면 대신 크롬 웹브라우저가 바로 떴다.

크롬북의 모든 기능은 웹브라우저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평소 크롬 웹브라우저를 비롯해 구글 검색, 독스(문서도구), 지메일, 캘린더, 웹앨범, 리더, 구글 플러스, 지도 등 구글 서비스를 10가지 이상 활용해온 '구글 마니아'라면 크롬북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구글 서버를 통한 '동기화' 덕에 언제 어디서 어떤 기기로 접속하든 동일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롬북이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끈 것도 그만큼 '구글 마니아'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MS 인터넷 익스플로러(IE) 비중은 42%대로 곤두박질쳤고 크롬은 1년 만에 2배 늘어난 22%대로 치솟았지만 한국은 딴판이다.(스탯카운터 2011년 7월 조사) 익스플로러 점유율은 여전히 90%가 넘고 크롬 사용자는 4.5%에 불과하다.

익스플로러에서만 쓸 수 있는 '액티브엑스' 탓에 한국에서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같은 '기타' 웹브라우저를 쓰려면 금융기관이나 정부기관 사이트들과 단절을 각오해야 한다. 그나마 구글 검색, 지메일을 비롯한 구글 서비스들 역시 네이버, 다음 등 토종 포털 앞에 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당장 크롬북이 한국 시장에 정착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정작 활용도 면에서도 '맥 앱스토어'를 앞세운 애플 맥북 에어나 아이패드2 같은 태블릿PC만 못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삼성 크롬북 두께는 20mm, 무게는 14.8kg으로 일반 넷북과 비슷하다.
 삼성 크롬북 두께는 20mm, 무게는 14.8kg으로 일반 넷북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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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프로그램의 유혹, 네트워크PC는 대세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크롬북 같은 '네트워크 PC'는 앞으로 노트북 시장에서 대세가 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보호가 강화되면서 기업뿐 아니라 개인 사용자들도 수십만 원짜리 운영체제나 오피스 프로그램 구입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크롬 운영체제는 '공짜'다. 또 애플 앱스토어처럼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크롬 웹 스토어'에서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크롬 웹 스토어에는 유-무료 웹 애플리케이션이 수 만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스마트폰에서 유명한 '앵그리 버드' 같은 게임만 1만 1천여 종에 달하고 워드, 액셀, 파워포인트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도 무료로 쓸 수 있다.

PC 제조사 입장에서도 운영체제나 소프트웨어 구입비용이 줄면 제품 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 삼성 크롬북 국내 출고가는 63만 9천 원이고 매장에선 59만 9천 원에 판매하고 있어 일반 넷북보다 비싼 편이지만 미국 출고가 430달러(46만 원)에 불과했다.

현재 '아마존'에서 삼성 크롬북은 출고가에서 10% 정도 할인된 400달러(약 43만 원, 와이파이 전용)~450달러(약 48만 원, 3G 겸용) 정도에 팔리고 있다. 함께 출시된 대만 에이서 제품 출고가 역시 각각 350달러, 430달러에 불과하다. 크롬북 제조사가 늘면 늘수록 하드웨어 가격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크롬북, 한국에선 당분간 천덕꾸러기 신세

크롬북은 올해 초 모토로라에서 선보인 '아트릭스 랩독'을 닮았다. '랩독' 겉모습은 노트북과 다를 게 없지만 두뇌에 해당하는 CPU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접속 기능이 없어 스마트폰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크롬북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지금 넷북과 태블릿을 놓고 저울질하는 평범한 한국 소비자들에겐 아직 '그림에 떡'일 뿐이다. 앞으로 '액티브엑스' 같은 장애물이 사라지고 무선인터넷 환경이 개선되더라도 '구글 마니아'가 충분하지 않다면 역시 '무용지물'이다. 이래저래 한국에서 크롬북은 당분간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키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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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교육,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