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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온라인 프로그램들은 비싼 오피스 프로그램과 같은 기능임에도 공짜로 제공됩니다.
 구글의 온라인 프로그램들은 비싼 오피스 프로그램과 같은 기능임에도 공짜로 제공됩니다.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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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싸움 끝에 전 세계 IT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배하에 들어갔습니다. MS는 거의 100%에 가까운 컴퓨터 운영체계 점유율을 가지게 되었고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기업 시장도 평정했습니다. 애플·아이비엠·넷스케이프·썬 등 수많은 경쟁 업체들은 도태되어 생존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이때 일개 검색사이트에 불과했던 업체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싸우겠다고 나섰습니다. 구글이 등장한 것입니다.

구글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검색엔진업체였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공정한 검색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모든 인터넷 사이트와 상생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했습니다. 공짜 무선랜을 연결해 누구나 구글의 검색을 사용할 수 있게 하였고 사용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초대용량 메일도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기업을 위한 무료 홈페이지도 제공합니다. 공짜 사진 프로그램, 무제한의 동영상 트래픽을 허용하는 유튜브, 무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오피스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지도 프로그램은 기업들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리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휴대폰 업체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소스까지 무료로 넘겨줌으로써 스마트폰 시장이 재편되도록 만들었습니다.

구글은 이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전 세계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MS는 운영체계와 오피스 독점을 위해 표준을 위배하고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으며 사용자들을 PC에 가두어 둠으로써 인터넷을 데스크톱을 위한 보조 콘텐츠 저장소로 한정하려 했습니다. 때문에 구글이 MS와 싸우게 된 것은 필연일 수밖에 없습니다.

싸움은 시작됐다... 포스트PC 시대 지배자는 누구?

순다르 피차이 구글 제품관리 부사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대회에서 크롬운영체제로 작동하는 노트북인 '크롬북'을 선보이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제품관리 부사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대회에서 크롬운영체제로 작동하는 노트북인 '크롬북'을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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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그들의 목표를 클라우드란 방식으로 구현하였습니다. 초대규모의 저장장치와 다중백업을 통해 사용자 데이터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네트워크에 연결되기만 하면 어떤 장치에서도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온라인 컴퓨팅이 클라우드 컴퓨팅입니다. 구글은 지난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 '구글 I/O 2011'에서 크롬운영체계가 담긴 크롬북을 발표함으로써 MS와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크롬북은 MS 윈도우 위주의 PC 환경을 바꾸기 위한 수많은 시도의 결정판입니다. 기업체에서 오피스 프로그램을 제거함으로써 MS의 영향력을 없애고 모든 데이터를 온라인화시킴으로써 구글의 검색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입니다. 구글은 소프트웨어·하드웨어·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해 아무도 데이터를 독점하지 못하게 만든 다음, 검색을 통해 광고 수익을 올리는 환경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MS는 역사 이래로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만났습니다. MS는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검색엔진 빙(Bing)의 성능을 개선하고 오피스 프로그램을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에 투자함으로써 측면에서 구글과 싸우는 지원군도 확보했습니다.

야후 인수 시도와 스카이프 인수는 구글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그 어떤 경쟁자도 소홀히 취급하지 않았던 MS의 전통을 생각해보면 윈도우8에서는 내 문서함을 MS 클라우드에 무료로 백업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크롬북과 비슷하게 MS 클라우드와 온라인 오피스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윈도우북을 발표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물론 또 다른 한쪽에는 애플이 있습니다. 애플도 거대 규모의 클라우드를 구축 중인데 곧 콘텐츠 중심의 온라인 스트리밍 뿐만 아니라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서비스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장 메모리가 없는 저가 아이폰, 스트리밍 위주의 콘텐츠 마켓에 대한 소문도 무성합니다. 거의 모든 비즈니스 모델에서 구글과 MS와 충돌하고 있는 애플 또한 이 전쟁의 중요한 한 축임이 틀림없습니다.

이제 싸움은 시작되었습니다. 사용자들은 구글과 MS 그리고 애플이 기계 값을 낮추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클라우드로 상징되는 포스트PC 시대를 누가 지배할지는 모르지만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매력적인 업무용 컴퓨터의 대안 '크롬북'

한국은 MS 웹브라우저 점유율이 90% 이상으로 MS가 지배하는 나라입니다. 웹표준은 커녕 MS의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웹 사용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한국은 MS 웹브라우저 점유율이 90% 이상으로 MS가 지배하는 나라입니다. 웹표준은 커녕 MS의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웹 사용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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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북은 일단 기업과 공공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만든 하드웨어는 12.1인치(1280x800) 화면에 인텔 아톰 듀얼코어 프로세서, 2GB 램, 16GB 저장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배터리는 8시간30분을 보증함으로써 업무용으로 요구되는 사양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해 있는 한국의 기업들은 빠른 속도의 네트워크를 통해 대기 시간 없는 작업이 가능할 것입니다. 작은 크롬북은 상대적으로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PC보다 사무실 공간 임대 비용을 줄여줄 것입니다. 더구나 비싼 윈도우와 오피스 라이선스를 절약해주고 운영체계 패치, 오피스 버전업, 바이러스 체크와 같은 관리 비용뿐만 아니라 데이터 안전을 위한 백업 비용도 줄여 줄 수 있습니다.

구글 온라인 프로그램은 호환성과 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회사의 기존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이전하고 사용중인 업무 프로그램과 연동하는 비용만 감당할 수 있다면 크롬북은 대단히 매력 있는 업무용 컴퓨터의 대안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크롬북을 업무용으로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한국에서는 아직 크롬북이 시기상조입니다. 여기서 다시 그 지긋지긋한 MS-익스플로러-엑티브엑스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업무용 컴퓨터는 각종 금융권과 행정기관을 상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다양한 단말기를 고려하여 웹 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이런 분야는 요지부동입니다. MS의 익스플로러를 사용하여 엑티브엑스를 깔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보안방식에서는 하루빨리 엑티브엑스를 제거하고 국제 표준을 준수해야 함에도 스마트싸인이라는 또 다른 독자 규격을 들고 나와 웹을 왜곡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간편하며 구현 비용이 저렴하고, 현존하는 모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지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어떤 제품에서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표준이 확립되어 있음에도 또 다른 갈라파고스로 달려가고 있는 한국에서 업무용으로 크롬북을 서둘러 도입하는 것은 회사를 망치려는 자살 행위에 불과합니다.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기업은 없습니다. 아무리 회사 내에서 크롬북 위주로 업무를 보게 만들어도 타 업체에서 날아오는 문서들을 크롬북으로 처리하기는 역부족입니다. MS의 워드 문서가 완벽히 호환되지 않을뿐더러 HWP라는 비호환 포맷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은 크롬북을 거의 사용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크롬북의 실패는 정해진 운명

삼성 크롬북은 대만 제품에 비해 좀 더 큰 화면, 좀더 긴 배터리 시간을 제공합니다. '넷북'이라 불리는 저가형 노트북 제품과 비슷한 사양으로 운영체계와 성능에 대한 부담이 없는 제품 특성상 가격은 끝없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 크롬북은 대만 제품에 비해 좀 더 큰 화면, 좀더 긴 배터리 시간을 제공합니다. '넷북'이라 불리는 저가형 노트북 제품과 비슷한 사양으로 운영체계와 성능에 대한 부담이 없는 제품 특성상 가격은 끝없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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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위주의 PC 환경을 크롬북으로 이전하는 동안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업체들도 나타났습니다. 소위 운영체계 가상화란 방식을 통해 서버에서 윈도우를 돌린 다음 네트워크를 통해 크롬 브라우저에 화면을 표시하게 함으로써 크롬북을 쓰면서도 윈도우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가상화를 한다 해도 윈도우를 돌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PC 한 대 이상의 자원이 필요합니다. 가상화를 통해 동작하는 윈도우 화면을 크롬북에서 보는 동안 서버 쪽에서는 한 대의 PC가 동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냥 PC를 동작시켜 작업하면 될 일을 서버에서 PC 한 대 분량의 자원을 소모한 다음 그 결과를 네트워크로 전송해 크롬 위에 다시 띄우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이중의 자원이 낭비되고 네트워크 자원이 소모되며 느리고 불편합니다. 가상화는 결코 윈도우 프로그램이 필요한 크롬북을 위한 임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삼성이 최초 크롬북 생산 업체로 지정되었습니다. LCD·메모리·낸드플래시 등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은 제품 생산으로 이익을 보겠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에는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일입니다. 더구나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전담하므로 오로지 하드웨어 가격 경쟁력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크롬북 제조에는 PC보다 더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구글에 의해서 크롬북 생산 업체로 지정된 순간 국내 대기업은 대만 기업과 동급의 제조업체로 전락한 것입니다. 곧 값싼 부품을 갖춘 초저가 제품이 출현하게 될 것입니다. 중소기업들과 연계한 PC 생산 기반이 갖추어진 대만과 달리 이런 인프라가 전혀 없는 한국은 곧 이 시장에서 도태될지도 모릅니다. 대만에서는 다양한 주변기기 업체들이 크롬북을 위한 주변기기를 개발하고 이런 다양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크롬북은 중소기업의 창의력을 통한 다양성 확보는커녕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그리고 플랫폼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는 하드웨어 제조업체로서의 한국의 위상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크롬북은 새로운 IT 시대의 개막을 보여주는 놀라운 제품입니다. 애플도 곧 새로운 서비스와 하드웨어를 들고 이 시장에 동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MS는 저항하겠지만 이 흐름을 꺾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MS 윈도우–익스플로러-엑티브엑스에 안주하며 비공개 문서 포맷인 HWP가 득세하는 한국에서 크롬북의 실패는 정해진 운명입니다.

개인이 실험적으로 사용해볼 수는 있겠지만 기업이 크롬북을 도입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크롬북 도입과 관련해 MS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해 줄 수 있다고 가상화를 거론하는 영업사원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 것을 권합니다.

그렇다면 언제 크롬북을 도입할 수 있을까요? 윈도우 위주의 웹 환경이 개선되고 국제 표준의 보안 시스템이 확립되며 모든 문서 포맷이 공개된 후라면 가능합니다. 물론 우리 모두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인성은 시스템 엔지니어이자 IT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 <한국IT산업의 멸망>을 출간한 바 있다,



태그:#크롬북, #구글, #MS,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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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서 전달하고, 엔지니어 입장에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정보통신, 컴퓨터, 인터넷, 방송, 사회적 인물등이 관심분야입니다. http://minix.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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