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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정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대표
 도경정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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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도경정 대표는 "대법원까지 가면 이긴다. 3~4년이 걸리겠지만 그때까지 질기게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지난 12일 부산 영도에 있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투쟁위원회(준) 사무실에서 만난 도 대표는 "파업이 7개월이 되어가지만, 이슈로 떠오른 것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다"며 "희망버스가 오기 전 우리가 힘들다 외쳤을 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고 외면하다 이슈가 되어야 주목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또 희망버스에 대해서는 "경찰들에 의해서 가로막혀도 당황하지 않고 즐기면서 발언하는 모습과 한진 가족 연행에 함께 분노해 주어서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2주 전에 있었던 노조지회장의 일방적 합의를 놓고 도 대표는 "조금만 더 투쟁하면 이길 수 있는데 왜 회사 측에 양보를 했는지 너무 허망했다"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한진중공업 경영진은 "노동자를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취급한다"면서 "기업 윤리 같은 것은 없고 오직 이윤 창조만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도 대표는 "아이가 아플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만 아이에게는 당당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기 때문에 다시 힘을 낸다"고 털어놓았다.

다음은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도경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희망버스 이후에는 저희 가족들 외롭지 않아요"

- 먼저 지난 토요일 '희망버스'부터 애기를 해보죠. 그날밤 트위터 보면서 눈물 흘린 건 처음이었어요. 현장에 계셨을텐데 그때 상황 설명 부탁드립니다.
"희망버스가 온다고 해서 저희를 위해 오는 분들이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환영을 해야겠다 해서 아이들하고 같이 부산역으로 마중을 나갔어요, 부산역에서 만나서 회사까지 행진을 했는데 경찰들에 의해서 가로막혀 있는데도 희망버스 분들이 당황하지 않고, 즐기고 놀면서 발언을 하시는 모습과 충돌이 있어서 저희 가족 분들이 연행되었는데 이에 분노해주시고 다 한목소리 내주시는 데 감동했어요, 저희 아이들 뿐만 아니라 희망버스 안에도 아이들이 있었는데, 빗속에서 같이 있어줘 무지 감동했어요. 만 명 넘는 사람이 영도 안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 2차 희망버스때 연행된 사람들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연행된 가족들은 다음날 다 나왔구요. 그리고 대학생들은 오늘(12일)인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현재는 희망버스 관련된 사람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3차 희망버스는 언제 할 계획인가요?
"일단은 경찰측에서 30명까지는 크레인 앞까지 와서 (김진숙) 지도위원님과 만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희망버스측에서 거절했어요. 왜냐면, 희망버스는 엄선된 지도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같이 지도위원을 보러 온 거지 그속에서 지도부를 고를 수 없다면서 가족들이 대신 들어가라고 하는데 저희 가족 역시 '우리는 지도위원님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지도위원님을 보러 오신 여러분들이 오늘의 주인공이 아니냐?'면서 괜찮다고 했거든요. 그럼 그 자리에서 희망버스 사람들이 한달 안에 3차를 준비해서 오는 것으로 결의를 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한달 안에 3차가 올 것 같아요. 정확한 날짜는 아직 모르겠어요."

- 분위기는 어땠나요?
"경찰들 하고 살벌했어요. 경찰들은 못 들어가게 하고 저희는 들어가려고 하고 그랬어요. 희망버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못 들어오게 했거든요. 많이 불편했지만 시민들 또한 저희와 한목소리를 내주셨어요.

- 한국땅에서 파업 노동자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건가요?
"희망버스 이전에는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회사와 저희 가족들과의 싸움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 그 전에는 억울하고, 외롭고, 분노했는데,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으니까 힘들었죠. 하지만, 희망버스 이후에는 이런 노동자 가족이 너무 많고, 저희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억울하지만 이제는 외롭지는 않어요."

- 희망버스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김진숙 지도위원님을 통해 모인 사람들과 배우 김여진씨의 '날라리 외부세력' 분들이 제안을 해서 모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 한진 사태가 나기 전과 후에 노동운동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제가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하기에는 해고자 가족이니까 주제 넘은 것 같지만 느낀 점을 말하자면 그전에는 원래 투쟁하던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노동운동도 내용이 합의되고 내용에서 공감만 한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을 해요. 지금 희망버스에 오시는 분들은 소위 말해서 노동운동 하시는 분들도 있고,  일반 시민들도 있지만 목소리를 내는 부분은 '정리해고 반대, 비정규직 반대'잖아요. 그것은 어떻게 보면 노동운동에서 늘 얘기했던 주장이었는데, 이제는 같이 말하잖아요. 예전에는 민주노총이나 이런 분들이 하시는 것이 노동운동이라 한다면, 이제는 폭넓게 구호를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노동운동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 또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 파업을 상당히 오래 했는데, 언론에서 한줄도 보도 되지 않을 때 어떠셨나요?
"언론에 분노했고 지금도 저는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공감을 해주셔서 제 마음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언론도 있지만, 인터뷰 하고 약간 다르게 보도하는 언론사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섭섭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죠. 희망버스가 오고 이슈가 됐을 때만 힘들고 소외 받는 사람들을 쳐다보지 그 전에 저희가 힘들어서 알아달라고 외쳤을 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어요. 그런 점이 가장 섭섭해요."

"지회장이 사측과 합의한 이유를 모르겠어요"

- 2주 전에 지회장이 사측과 합의했잖아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습니까?
"지회장은 합의했지만 노동자들은 '더 투쟁할 수 있다. 투쟁할 수 있는데 왜 그러느냐?'고 했고, 저 역시 우리는 희망버스를 통해 힘을 얻었고, 더 투쟁하고  조금만 더 투쟁하면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회사측에 한발 양보를 했는지 너무 허망하더라구요."

- 합의 후에 지회장은 뭐라고 했나요?
"해고 노동자를 제외한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그랬다라고 했어요. 왜냐면 손해배상이나 다른 것들을 회사측에서 하겠다고 협박을 했는데, 그렇게 되면 조합원들이 상당히 힘들어 지잖아요. 그것을 지키기 위해 했다고 말은 하는데 저희는 그런 것도 협박이고, 또 그렇게 되기까진 시간이 있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돼요."

- 지난달 29일에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합의를 이유로 한나라당에서 거부해 열리지 못했잖습니까? 혹시 지회장과 사측의 합의가 청문회와 관련되었을까요?
"한나라당과 사측에서는 '노조와 합의를 했는데 청문회가 왜 필요하냐?'는 이유로 오지 않았구요. '혹시'라고 질문 하셨지만 당연히 그것 때문에 청문회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가 없는 거죠. '문제가 해결됐고, 노사가 합의를 했는데 왜 청문회를 하냐?' 이렇게 된것이죠."

- 지회장에게 합의 권한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저희 노조는 금속노조 소속 조합인데 원래 합의는 금속노조 중앙에서 내려와서 하기로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것은 단체협약이구요. 지금 지회장이 합의 본 것은 노사 협의에 대한 부분인 거에요. 노사협의는 지회에서 합의를 볼 수가 있어요. 그런데 노사 협의 안건은 이런 것이 될 수는 없는데 복합적인 문제가 있어요. 금속노조에서는 '이 합의를 인정하지는 않는다'고 기자회견을 했어요."

- 남편께서 해고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아이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초등학교에서 학습능력 떨어지는 아이들 모아서 가르치고 있거든요. 원래 청소년 상담사가 꿈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안돼서 못하고 있지만 공부를 할 거에요."

- 170여 명이 해고 당했잖아요. 대부분 가장일텐데 가족들 생활은 어떤가요?
"거의 대부분 부업하고 공장 나가고 이런 식으로 해서 생계유지를 하고 있죠."

"아이가 돌인데 4개월 이후엔 거의 아빠를 못 봤어요"

도경정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대표
 도경정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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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한 부부도 있다던데.
"네 가정 정도로 알고 있어요."

- 옆에서 지켜보기 힘들지 않으세요?
"안타깝죠. 서로 성격이 안 맞아서 이혼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서 이혼하는 것이잖아요. 어쨌든 돈 문제나 남편이 집에 못 들어오는 것도 그렇고 외부 환경에 의해 이혼을 하니까 그런 점이 가장 안타깝죠, 저희는 그 가족들을 다 알거든요, 이해가 되는데도 그렇죠."

-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인가요?
"지금 사원 아파트 사는데 이달 말로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거주지 문제가 가장 크죠. 거의 대부분 목돈을 모아둘 여유가 없거든요. 두 번째는 남편의 건강이죠. 계속 밖에서 생활하니까 그런 것도 마음이 아프고, 또 아이를 키우는데 아이가 아빠와 있는 시간이 거의 없잖아요. 저희 아이가 돌인데 4개월 이후엔 거의 못 봤어요. 아이에게 아빠의 존재가 미미하니까 그런 것이 가장 아쉽죠."

- 사원 아파트에서 나오면 가실 때는 있는지.
일단은 계속 안 나오고 버텨야죠(웃음). 갈 때가 없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 파업한 지 7개월이 지나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아이가 아플 때는 포기하고 싶죠. 남편은 밖에 있고, 제가 아이를 데리고 투쟁하고 하는데 아이가 아프면 '아이가 우선인데 이게 무슨 짓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는 그만둬 편하고 아이가 불안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지만 아이에게는 당당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맞기 때문에 다시 힘을 내죠."

- 우리나라는 친노동 환경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반노동환경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은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노동자인데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에서 노동자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있다는 했는데 언론에 의해서든 뭐든 옛날부터 그렇게 인식된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는 대기업 노동자에 대해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 투쟁한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고요. 그중에 가장 큰 원인은 보수세력, 권력 가진 자들이 언론을 통해 노동자들을 부정적으로 말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 우리나라 초중고를 통틀어 노동에 대한 교육이 없잖아요. 한다 해도 부정적인 내용을 가르치잖아요, 교육이 문제일 것 같은데.
"네, 교육도 문제가 있죠. 저는 대기업 사무실에 와이셔츠 입고 컴퓨터 두드리는 사람도 노동자고 저희처럼 땀 흘려 용접하는 사람도 노동자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연예인도 노동자에요. 자기 능력으로 일을 해서 임금을 받는 거 잖아요. 그런데 다 노동자라고 가르치진 않잖아요. 노동이 나쁜 것이 아닌데 나쁜 것으로 가르치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것 역시 우리 몫인 것 같아요. 이번에 한진중공업 파업을 계기로 그런 것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한진중공업에서 '제2의 용산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는데, 현재 상황이 어떤가요?
"하루 하루가 위급해요. 어제(11일)도 끌어 내리려고 그물망을 쳤고 밥을 넣어주니 마니 했어요. 크레인 밑에도 사람이 있거든요. 그럴 가능성은 늘 존재해요."

- 전기는 들어가나요?
"아뇨. 안 들어가고 있어요."

- 그럼 생활은 어떻게 하시나요?
"저희가 밑에서 넣어 드리고요. 전기도 없고 화장실도 없이 지내세요."

- 연세가 많으신데.
"네, 50대세요. 건강이 원래 안 좋으셨는데 위에서 혼자 계시니까 마음이 약해지시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아래에서 지켜보는 저희들은 마음이 조마조마해요."

- 현재 필리핀 공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에 대한 경영진의 시각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필리핀 공장에서도 사람이 많이 죽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대한 보상도 미흡하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필리핀 국회에서도 안건이 올라왔어요. 그런데도 회사에서는 눈하나 깜짝 안 하죠. 환율이 다르다지만 우리나라 돈으로 50만 원을 주는 거에요. 악덕이죠.

그리고 저희 역시 수주가 안 되어서 회사가 어렵다는데 수주가 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든지 수주 담당자를 징계하든지 아니면 그네들이(임원) 월급을 적게 받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네들은 수익 배당금을 다 분배했고, 그 다음에 저희들 줄 돈이 없으니까 저희를 다 자르는 거에요. 10년동안 흑자였는데 한해 적자니까 '적자다, 자르자' 이렇게 된 거에요. 경영진에서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돈이 되면 데리고 있고, 안되면 자르는 거에요. 한마디로 도구로 밖에 안 보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두 기계가 있는데 이윤이 더 크게 나는 기계를 쓰지 안 남는 기계는 안 쓰잖아요. 저희를 그렇게 보는 것 같아요. 기업 윤리 같은 것은 아예 없고 오직 이윤 창조만 있는거죠."

- 이후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조직이 꾸려졌으니까 복직될 때까지 투쟁해야죠. 대법원까지 가면 이긴다고 보거든요. 대법원까지 가는 데에 3~4년이 걸릴텐데 그때까지 질기게 투쟁을 해야죠,"

-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태그:#한진중공업가족대책위, #도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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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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