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약선생의 주연배우들이 2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배우 나수윤, 박혁권, 박희본(왼쪽부터)이 인터뷰 중 잠시 휴식을 취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도약선생의 주연배우들이 2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배우 나수윤, 박혁권, 박희본(왼쪽부터)이 인터뷰 중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윤성호 감독의 영화는 다르다. <은하해방전선>(2007)으로 단숨에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떠오른 그는 작년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이하 <구하라>) 시리즈를 인터넷 상에 무료로 공개하며, 다시 한 번 재기발랄한 감성의 '젊은' 감독임을 입증해 보였다.

그가 아리랑TV의 '영화, 한국을 만나다'의 두 번째 시즌 작품의 일환으로 대구육상선수권대회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도약 선생>(6월 30일 개봉)은 전혀 다른 스포츠 영화를 모색한다. 저예산과 짧은 촬영 일정으로 인해 일종의 '구강' 액션을 시도한 이 작품은 장대높이 뛰기에 집착하는 코치 전영록(박혁권)이 우연한 계기로 만난 원식(나수윤), 육상꿈나무에서 아이돌 지망생으로 돌변한 재영(박희본)과 한 달간 벌이는 '좌충우돌' 트레이닝 과정을 그린다.

"도약, 슬픈 믿음의 도약/ 약도, 약도를 들고 도착/ 도착, 제 시간에 도착/ 아아 그러나 나는 성도착" (<도약선생> 중 '도약은 패턴' 중에서)

마치 일본문학의 하이쿠와 랩의 라임을 섞어놓은 듯한 이 주제곡의 일부 가사는 이 65분짜리 '슬림한' 영화 <도약선생>의 특징을 잘 짚어낸다. 기상천외한 캐릭터와 대사, 상황이 그것으로, 목표를 향해 '도약'하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애처로우면서도 폭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 발랄한 영화의 탄생을 함께 이끈 건 바로 박혁권, 박희본, 나수윤 이 세 배우다.  영화 개봉 직전인 지난 6월 28일, 오누이들 같은 세 배우를 압구정의 한 카페에 불러 모았다. 자신이 아직 깨어나지 못한 '알'(영화 속 대사)일 뿐이라고 입을 모으던 이들은 '윤성호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임은 숨기지 않았다.

 영화 도약선생의 주연배우들이 2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배우 박혁권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배우 박혁권은 윤성호 감독의 페르소나다. <도약선생> 이전 <은하해방전선>과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등의 작품에서 함께 했다. ⓒ 이정민


[박혁권] '윤성호의 페르소나?' 소신남 박혁권의 사정

박혁권은 요즘 '윤성호의 페르소나'로 떠올랐다. <은하해방전선>의 엉뚱한 배우 '혁권더그레이트'로 친숙한 그는 드라마 <하얀거탑>을 비롯해 상업영화 <시실리2km>(2005) <차우>(2009) <의형제>(2010) 등으로도 얼굴을 알려왔다. <도약선생>에서 그는 꽤나 논리적(?)이면서 도착적인 육상코치 전영록 역을 맡아, Mnet의 기 소르망 박사('UV신드롬 비긴즈'에서 그가 맡은 배역.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UV를 연구하는 파리8대학 박사로 나온다)에 이어 또다시 엉뚱한 캐릭터를 열연했다.

- 대구국제육상영화제의 지원작이라 들었다. 그런데 평범한 스포츠 영화는 아니다.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모르지만, 전폭적인 지원은 아니었다고 하더라. 아무튼 그쪽에선 영화보고 놀라긴 했을 거다, 북한의 소행이 아닌지 하고.(웃음)"

- 엉뚱한 성도착자 전영록의 목표가 무엇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나?
"원인이 성적인 거든 아니든, 어쨌든 두 친구와 무언가를 만들어보자는 거 아닐까? 그게 기적일 수도 있고. 여하튼 간절함을 연기하는 게 목표였다."

- 장·단편 여러 작품을 함께한 윤 감독과의 호흡은 무르익었겠다.  
"윤성호 감독이 실제 큰 라인을 잡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때그때 잡아낸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후자 아닐까? 그래서 믿을 수 있었고, 우리가 의견도 낼 수 있었고. 배우의 첫째 덕목은 감독을 믿는 거다. 감독의 덕목은 몰라도 (연출 의도를) 들키면 안 되는 거고.(웃음)"

- 최근 <UV 신드롬>도 그렇고, 엉뚱한 이미지로 굳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이미지에 상관없이 내 할 일만 하는 편이다. 이제 독립영화만 나오면 관객들이 웃는데, 일부러 (이미지를) 만든 것도 아니고 또 계속 연연해하면 힘드니까 흘러가는 대로 놔두고 싶다. 이쪽일이 계속 고민하면 심리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어쨌건 이미지나 내 성격에 상관없이 광고는 좋아하려고.(웃음) 끝나면 제의가 올 줄 알았거든."

- 사석에서나 인터뷰에서나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는 걸로 안다. 혹시 소셜테이너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정치색은 띠지 않더라도, 특정 사안들에 대해 의견 제시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연예인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도 대한민국에서 세금 내는 사람이니까. 한국사회는 너무 좁아서 한 쪽으로 휩쓸려 가는 경향도 있고, 금기시되는 것도 많은 것 같다. 미국은 맷 데이먼이 오바마가 요즘 이상하다고 비판하면 또 오바마는 맷 데이먼 연기가 이상하다고 맞받아치던데."

- 새로운 소속사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던데, 근황과 차기작, 향후 계획에 대해 들려달라. 
"<의뢰인>이란 영화가 9월에 개봉하고, 드라마도 개런티만 맞으면 들어가려고 한다. 사실 이름을 바꿀 생각인데, 본명만 아니면 개똥이도 괜찮을 것 같다.(웃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울 때도 원치 않게 주목을 받는 게 부담스럽다. 생활과 일을 분리하고 싶기도 하고. '혁권'이라 성만 빼고 외자로만 바꿔도 사람들이 잘 모르지 않을까?"

- 셋 중 연장자로서, <도약선생>을 볼 관객들에게 당부가 있다면. 
"우리도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지만, 영화보기 전 후로 윤성호 감독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보면 좋을 것 같다. 감독 스타일에 훈련을 할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또 공짜고, 영어 자막도 있으니까 공부도 되고.(웃음)"

 영화 도약선생의 주연배우들이 2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배우 박혁권, 나수윤, 박희본(오른쪽부터)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도약선생의 주연배우들이 2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배우 박혁권, 나수윤, 박희본(오른쪽부터)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박희본] '아직은 부화 전이라니까!' 순탄한 길이 재미없는 박희본의 경우

박희본은 아이돌 그룹 밀크 출신이라는 사실로 뒤늦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가보고 싶은 길로만 굽이굽이 돌아가더라도 '배우'가 되고 싶다. 이 예쁘고 깜찍한 이미지의 여배우가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심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구하라>를 통해 만난 윤성호 감독은 박희본에게 있어 말 그대로 '도약 선생'이 돼 줬다. 

- 자연스런 표준어를 구사하는데, 대구 사투리 연기는 힘들지 않았나?
"내가 봐도 어색하던데? 첫날은 특히 심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대구 사람 아니지 않으냐'는 대사를 넣었을 정도다. 대구 사투리가 귀엽다고? 재영은 짜증만 낸다. '와, 미치겠다'(대구 사투리 톤으로)면서. 내 연기를 객관적으로 보는 어머니에게 보여드리고 싶다(웃음). 사실 촬영 현장에 함께 있던 대구 학생들이 많이 도와줬다."

 영화 도약선생의 주연배우들이 2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배우 박희본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선배 김태희와의 친분을 과시한 박희본은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 이정민



- 기자 시사 때도 그렇고, 윤 감독이 현재 인생을 이끌어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영화 속 재영은 전영록 코치를 만나서 사람이 됐다고 하는데, 내게 있어선 윤성호 감독이 그렇다. 함께 작업하면 깨알 같은 재미가 넘쳐난다. 사상이나 관념이 넓어진 다랄까? 심지어 술자리에선 '네이버 지식인'을 하는 느낌이다."

- 투덜대면서도 또 열심히, 천진난만하게 훈련에 임하는 재영은 평상시 모습일까?
"감독님은 내 일상적인 모습이나 습관을 다 반영해 준다. 그래서 한 번 해보라고 할 때 다른 현장에서 망설이는 부분도 과감하게 할 수 있다. 이번에도 뛰거나 하는 장면에서도 별로 힘들지 않았고 다음 촬영이 기대됐다. 스태프들은 힘들었다지만.(웃음)"

- <도약선생>은 대중적이라기보다 재기발랄하고 신선한 감수성이 도드라진다. 
"굳이 칭하자면, 관객들이 이런 영화도 봐야하지 않을까? 감히 말하자면, 당신들의 영화 보기 관점을 업그레이드 시켜 줄 수 있는 다양성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복수극 한 편 성공하면 또 다 그런 영화들만 나오고 그러잖나."

- 차기작은? 아이돌 출신이지만, 또래 여배우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올 2월에 <언니가 간다> 김창래 감독과 서울예대 교수인 소재영 감독과 함께 <학생영화>를 찍었다. 지금은 이렇게 가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여러 일을 다 해보며 내가 잘 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 '알' 같은 상태라 부화될 시기를 기다리는 중? 누가 품어주고 또 어떤 타이밍에 깨고 나오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나수윤] '상명대 뮤즈에서 윤성호의 배우로' 신인 나수윤의 이야기

나수윤은 '상뮤'(상명대 뮤즈)로 불렸다. 상명대 연극영화과 내에서 여러 단편에 출연했던 그를 윤성호 감독이 3년 전 인디포럼에서 눈여겨봤고, 영화 크랭크인 1주일 전 인사동에서 우연히 만나 길거리 캐스팅했다. 아직까지 기성 배우 같지 않은 풋풋함이 엿보이는 나수윤은 <도약선생>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목표를 확실히 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왠지 이 '새내기'를 자주 만나고 싶어졌다.

- 첫 장편 데뷔작에서 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역할을 맡았다. 
"여자끼리 사랑하는 내용의 단편 <두근두근 레드카펫>을 봤는데, 거부감은 들지 않더라. 그저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거? 또 거기 출연한 이우정이란 배우가 내 여자 친구로 나오니까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영화 도약선생의 주연배우들이 2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배우 나수윤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도약선생의 주연배우들이 2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윤성호 감독에게 길거리 캐스팅 됐다는 신인배우 나수윤에게서 풋풋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 이정민


- 대구에서 1주일 남짓 게릴라식으로 촬영이 진행됐다고 들었다.
"
학교에서 영화를 몇 편 찍어서 봐서 그런지 학생들이 영화를 찍는 방식이랑 비슷한 것 같았다.(웃음) 윤성호 감독이 이런 표현은 싫어하려나?(웃음)"

- 아무래도 완벽하게 '신인'인데, 개봉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친동생한테 영화를 보여줬는데, 일반관객으로서 의외로 재미있게 보더라. 막 재는 눈으로만 보지 않으면 같이 개봉한 <트랜스포머3>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아, 이 말은 취소. 재미없는 블록버스터보다 <도약선생>이 신선할지도?(웃음)"

- 윤성호 감독에게 '길거리 캐스팅'됐다고 하던데.  
"먼저 제안을 해줘서 내가 덥석 물었다. 원래 영화과 학생들 사이에서 감독님이 유명하기도 했고. 연기를 전공한터라 앞날이 좀 막막했었다. 정말 큰 경험이었고 인생이 확 바뀐 거 같다. 그저 좋은 경험이 아니라,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 함께 연기한 박혁권, 박희본 선배에 대한 실제 느낌은 어떤가. 
"모르는 분들이고 감독님도 두 번 본 상태라, 대구 내려가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근데 누구하나 불편한 사람이 없었다. 희본 언니는 언론 시사 때 옷도 챙겨줄 정도였고, 혁권 오빠도 실제 코치님 같았다. 이 은혜를 언제 다 갚을지(웃음)."

 영화 도약선생의 주연배우들인 배우 나수윤, 박혁권, 박희본(왼쪽부터)이 2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밝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도약선생의 주연배우들인 배우 나수윤, 박혁권, 박희본(왼쪽부터)이 2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밝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프렌드] "김태희랑 친해? 내 얘기도 했어?"

인터뷰 말미, 현재 삶에 있어서 연기자로서 지탱해 줄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오마이프랜드'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던지자, 먼저 박희본이 김태희란 이름을 꺼냈다. 그러자 박혁권은 즉각 "내 얘기도 했어? 모른데?"라며 사심이 담뿍 담긴(?) 너스레를 떨었다.

박희본은 영화 <그랑프리>(2010)에서 함께 작업한 김태희에 대해 "언니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며 "실제로 가까이서 보고 얘기를 나눠보니 이래서 이 사람 얼굴이 더 예뻐 보이는구나 싶었다"고 운을 뗐다.

"언니랑 얘기 많이 한다. 쓸데없는 농담도 하지 않고 필요한 얘기만 간결하게 하는데 항상 정확하다. 또 진지하고. 그래서 최근엔 고민도 많이 얘기한다. 언니처럼 생각하고 말하면서 살고 싶다. 한편으론 굉장히 맑아서, 어린이 같을 정도다."

박혁권은 대배우 로버트 드니로를 꼽았다. 연기기술자로서의 선배라면서 존경을 표시했다.

"드니로가 만약 돌아가시거나 하면 너무 슬플 거 같다. 그를 보며 연기를 공부했고, 그 사람이 쓰는 (연기) 기술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도 고민하고. 항상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잖나. 영화 <15분>에서 술 깨려고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세세한 부분에서도 에너지가 느껴지는 게 어떻게 하면 저렇게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다. 연기는 기술이니까 기술자 선배인데, 만약 그 분이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정말 슬플 거 같다."

끝으로 나수윤은 '상뮤'답게 역시나 학교 선배들을 꼽았다. 1학년 때부터 함께 작업했다는 한재웅과 전현구 예비 감독이 그들이다. 나수윤은 "윤성호 감독이 본 단편도 전현구 선배 작품이고, 선배뿐만 아니고 좋은 동료인 것 같다"며 "학교 들어가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연이 이어질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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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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