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두 엔터테인먼트

무더운 여름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공포영화다. 공포와 스릴을 느끼며 서늘한 기운을 느끼기에 좋기 때문이다.

사실 공포영화는 다양한 관객층을 아우르기 어려운 장르다. 공포만큼이나 호불호가 강한 장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여름만 되면 다양한 공포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런 공포영화를 애타게 찾는 공포영화 팬들도 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공포영화는 여름 시즌에 집중적으로 개봉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잠시 주춤했던 국산 공포가 올해에는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게 될까?

<미확인 동영상> <고양이 :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 <기생령>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첫 국산 공포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가 먼저 관객들을 찾았다.

인기는 물론 존재감조차 없는 핑크돌즈는 총 네 명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백댄서 출신 리더 은주(함은정), 고음이 늘 불안한 제니, 예쁜 얼굴에 집착하는 아랑, 댄스머신 신지가 핑크돌즈 멤버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옮긴 연습실에서 은주는 '화이트'라고 적힌 낡은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한다. 그 속에 담긴 것은 이름없는 한 가수의 뮤직비디오. 핑크돌즈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 노래를 리메이크해 무대에 오르기로 한다.

'화이트' 노래는 단번에 핑크돌즈를 인기그룹으로 만들어주지만, 핑크돌즈 멤버들은 인기가 더해갈수록 메인 보컬 자리에 섬뜩할 정도의 욕심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하나 둘씩 의문의 사고를 당하기 시작한다.

공포 시즌을 여는 괜찮은 첫 국산 공포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두 엔터테인먼트


영화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는 2011년 국산 공포영화 문을 활짝 여는 첫 주인공이다. 분명히 그 '처음'이 부담스럽겠지만, 영화는 그 부담을 날려도 좋을 만큼 꽤 괜찮은 공포를 선사한다.

우선 신선함이 돋보인다. <여고괴담> 시리즈나 <고사> 시리즈 등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공했던 공포영화들이 대부분 학교를 배경으로 삼았던 것과는 달리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는 아이돌과 공포를 붙여놨다.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걸그룹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 위 모습과 무대 뒤의 모습을 다루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동시에 인기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묘한 섬뜩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것이 실제이든 가상이든 아이돌의 생활과 무대에서의 모습 등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 영화는 우선 성공적이라 하겠다.

공포를 주는 방식에 있어서도 신선함이 느껴진다. 물론 대부분의 장면이 많이 봐왔던 것들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공포스러운 장면이 터질만한 포인트가 꽤나 정확해서 예측 가능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스토리 구성 자체가 탄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포 장면에서는 꽤나 스릴있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것.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처럼 영화는 공포스러운 장면에서 한 템포 쉬었다가 몰아서 공포를 선사하는 연출을 많이 보인다.

연예계의 문제점을 들춰내려는 노력도 보여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두 엔터테인먼트


한편 영화는 아이돌을 흥미끌기용으로만 사용하지는 않는다. 아이돌이라는 소재는 분명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만한 것이지만 영화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는 아이돌을 통해 연예계의 문제점을 건드려 보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는 대놓고 연예인과 인기 그리고 스폰서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극 중 은주는 스폰서가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하고, 실제로 인기를 얻기 위해 스폰서를 만나기도 한다.

분명 영화는 깊게 이 문제를 건들지는 못하고 있다. 영화의 초점은 연예인과 스폰서에 맞춰져 있다기 보다는 노래에 담긴 저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연예계의 부정적인 문제는 살포시 언급만 하는 정도다.

스폰서 이야기가 없어도 극 중 인물들은 저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영화는 이 문제를 중심에 놓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관객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관객들은 그 메시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의 매력은 '청각적 공포'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가 가지고 있는 또다른 매력이자 강점은 청각적인 공포다. 주인공이 아이돌이고, 제목에서도 이미 언급하고 있듯이 극에서 공포가 시작되는 출발점은 바로 노래 '화이트'다.

'화이트'는 사실 영화에서만 쓰이고 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노래다. 생각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가사가 돋보이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흥얼거리고 있는 사람들을 꽤나 많이 만나볼 수 있을 정도다.

그 정도로 노래 '화이트'는 강한 인상을 주는, 중독성이 강한 노래다. 영화에서 수시로 들려주는 이 노래는 댄스곡이기 때문에 분명히 신나지만, 묘하게 공포를 주는 가사와 반복적인 멜로디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면 다시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선뜻 찾아서 듣기에는 기분 나쁠 수 있는 노래 '화이트'. 이런 묘한 매력을 지닌 '화이트'는 리메이크 되기 전 노래와 리메이크 되고 난 후 노래, 이 두 가지 버전의 노래로 관객들 귀를 계속 건드린다.

이렇게까지 인상적이면서 공포를 주는 노래 '화이트'는 사실 신사동 호랭이 작품이다. 입에 척척 붙으면서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를 주문한 감독의 요청에 정확하게 감독의 마음에 드는 노래를 써냈다고 하니, 그것이 '화이트'다.

실소를 자아내는 몇몇 엉성함은 아쉬울 뿐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두 엔터테인먼트


늘 그렇지만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도 아쉬운 점은 있다. 우선 대부분 우리나라 공포영화들이 늘 가지고 있는 문제인 '사다코 출연'이다. 영화 <링>에서 우물과 TV 밖으로 온갖 관절을 꺾으며 나오는 사다코 귀신은 늘 대부분 공포영화에 재등장하고는 했다.

이름과 사연, 약간의 생김새 변화를 제외하고는 공포영화에 나오는 귀신들은 하나같이 사다코 그 자체였다. 이 바쁘디 바쁜 사다코 귀신은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또 아쉬운 점은 실소를 자아내는 몇몇 엉성함이다. 우선 주인공인 은주와 은주를 돕는 순예는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영화의 엉성함에 한 몫을 한다. 노래에 저주가 깃들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그들은 무척 쉽게 믿고 추리를 시작한다.

게다가 약간의 실수를 반복하기는 하지만 꽤나 놀라울 정도로 추리를 척척 해낸다. 오히려 주인공 은주가 모든 일을 계획한 듯한 느낌까지 줄 정도로 모든 것을 무척 쉽게 알아내니 극의 재미가 떨어진다.

공포를 주는 방법에 있어서도 엉성함은 있다. 하나 둘씩 사고를 당하는 핑크돌즈 멤버들을 죽이려다가 살리고 다시 죽이려는 시도는 관객들에게 공포를 주기보다는 다소 어이없음을 선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죄는 있지만 생각보다 간단하게 처리하는 몇몇 캐릭터도 아쉽고, 열린 결말이라기보다는 보통 공포영화 엔딩 대세를 따르는 듯한 이해하기 다소 힘든 결말은 아쉬운 점이다.

시원한 공포를 선사하니 그걸로도 합격점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두 엔터테인먼트


출연진들은 무척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어색한 연기로 공포도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은주 역할의 함은정은 그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 무난한 연기로 극을 이끌어나가기에 무리가 없다.

SBS '영재육성프로젝트'를 통해 얼굴을 알린 신지 역할의 메이다니는 춤으로도 섬뜩한 공포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확실히 알려준다. 모 아이스크림 광고에서 커다란 눈망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아랑 역할의 최아라도 반갑고, 드라마 <짝패>에서 한지혜 아역으로 등장했던 제니 역의 진세연도 반가운 얼굴이다.

어설퍼도 무척이나 어설펐던, 혹은 공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시함으로 무장했던 지난 몇몇의 국산 공포물에 비하면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는 앞서 언급한 몇몇의 아쉬운 점들은 있지만 꽤 괜찮은 공포를 선사한다.

공포영화라는 장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얼마나 제대로 된 공포를 선사하느냐에 기준을 둔다면 영화는 만족할 만하다. 이제 2011년 국산 공포의 문을 연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 뒤를 이어 다른 공포영화들도 얼마나 신선한 공포를 선사할 것인지 기대해본다.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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