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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참여정부 시절 비화와 노 전대통령과의 일화를 담은 <문재인의 운명>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17일 법무법인 부산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문 이사장이 책에 얽힌 뒷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참여정부 시절 비화와 노 전대통령과의 일화를 담은 <문재인의 운명>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17일 법무법인 부산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문 이사장이 책에 얽힌 뒷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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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침묵)…. <오마이뉴스>도 포함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당하는 핍박엔 굉장히 강했다. 그를 못 견디게 한 건 주변 사람들까지도 나쁜 사람으로 매도되고 참여정부가 지향했던 가치와 철학까지 깡그리 부정되는 상황이었다. 진보언론도 이에 일조했다. 여러분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했을 때, 모든 가치들이 동반 침몰되는 걸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문재인(58)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당시 참여정부 평가에 가혹했던 진보진영에 대한 원망도 느껴졌다. 노무현정부 비판에 진보언론도 일조했다는 대목에선 <오마이뉴스>도 빼놓지 말고 꼭 써달라는 당부도 했다.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진 채로.

문 이사장은 17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문재인의 운명> 출간에 담긴 뜻과 미래의 진보개혁정치, 참여정부 재평가 등에 대해 설파하다 문득문득 긴 한숨을 토해냈다. 특히 참여정부에 대해 진보진영의 가혹한 평가를 떠올릴 때마다 그는 몹시 힘들어했다.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제안할 게 아니라 왜 민주노동당과 협력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는 허탈하게 웃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과 정책 공조했던 사실을 잊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 참여정부 철학 부정되는 상황 못 견뎌"

무엇보다 문 이사장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증언 이외에 아무런 증거가 없었던 이 사건을 반드시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는데 그 전에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해버린 슬픔에 몹시 아파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가 지향했던 가치와 철학 자체가 깡그리 부정되고 매도되는 상황을 가장 못견뎌했었다"며 "진보언론들도 당시 여기에 일조를 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검찰조사를 받을 당시 "여러분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했던 것은 그 자체로 진보개혁진영의 동반침몰을 막아보겠다는 마지막 몸짓이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법정에서 박연차 게이트의 무죄를 끌어내 결백을 주장할 수 있었는데도 그가 스스로 떠난 것은 "아무래도 자신 스스로 실패한 대통령이 된 것을 넘어 알고보니 부패까지 했더라는 식의 매도를 당하고 참여정부가 지향했던 가치가 뭉개지는 걸 못 견뎌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엔 끝이 있는 법인데 몇 달간만이라도 노 전 대통령을 덜 외롭게 했다면 다 바로잡을 수 있었는데 참으로 아쉽다고 토로했다.

문 이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평가에 인색했던 진보개혁진영에 대한 섭섭한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진보개혁진영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개별 정책에 대한 반대 때문에 전체를 싸잡아 부정한다"며 "그건 잘못된 평가"라고 일갈했다. 우선 전체적으로 평가하고 개별 항목에 대해서는 별도로 점수를 낼 수 있는데도 오로지 개별 항목에 집중해 전체를 평가하지 않았다는 게다.

특히 문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에 진보개혁진영의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대통령으로서는 실패했지만 인간 노무현은 좋아한다는 식의 분열적 평가를 한다"며 "노무현에서 대통령과 인간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주로 진보적 지식인들이 이런 식으로 평가한다"며 "이런 평가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 답답한 상태에 놓일 것이며 설령 정권교체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다고 해도 그 정부는 금세 참여정부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보 지식인들 분열적 평가, 오류 인정 않는 비겁함"

문 이사장은 "진보적 지식인들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분열적 평가를 하는 것은 아직도 과거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비겁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참여정부가 진보정당들과 좀 더 정책협의를 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무슨 소리 하는 것이냐"며 "욕만 더 보탰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우리는 당시 대연정 제안 때문에 굉장히 욕을 많이 들었"지만, "당시 한나라당 연정이 힘들다면 민노당과의 소연정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그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힘든 풍토였다"고 설명했다. 민노당의 공식 반응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실개천이 흐른다면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사이에는 큰 강물이 흐른다"였다는 게다.

당시 진보정당이 참여정부에 각을 세웠던 것은 "민주정부 두 번의 집권을 통해 진보진영도 헤게모니 싸움에 들어갔던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가짜 진보로 규정하고 자신들을 진짜 진보로 규정했던 게 아니냐"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판단할 때 참여정부 5년 간 정말 잘못했다고 성찰하는 부분은 "이라크파병이나 한미FTA, 대연정 등은 아니"라며 "우리가 산업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동시에 이루면서 빈부격차 문제를 국가가 제대로 책임지지 못했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IMF 이후 기업들이 구조조정되면서 고용보장이 되지 않았는데 이걸 국가 차원에서 보장을 했어야 했는데 사회보장제도가 확장되는 속도는 더뎠다"며 "개인들의 삶이 무너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졌고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가장 상징적인 게 이자제한법이었다고 밝힌 문 이사장은 "이자제한법은 사회통합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이 문제는 지금도 중요하고 개정문제는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부분에서 참여정부의 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당시 정권을 맡았던 우리가 가장 아프게 책임을 느껴야 하는 부분"이라고 책임을 통감했다.

한편 그는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 그리고 친노의 분열과 관련해 "우선 언론이 친노 진영이라고 그룹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옛날에 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고 해서 모두 대통령과 행보가 같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그는 "설령 친노 진영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존재한다고 해도, 결국 과거 대통령과 함께 했기 때문에 친노 진영일 뿐"이라며 "노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현실정치에서는 다른 정파가 될 수 있고 이를 분열이라고 하는 것은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태그:#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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