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김현수 ⓒ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이 떠난 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그 속에는 성적 부진의 책임을 모두 떠안고 스스로 물러난 김경문 감독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각오가 있었다.

 

두산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선발투수 페르난도 니에베의 호투와 김현수의 홈런포에 힘입어 5-3으로 승리했다.

 

마치 김경문 감독의 사퇴를 속죄라도 하듯 그동안 부진했던 두 선수가 약속을 한 것처럼 오랜만에 큰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김현수는 1회초 주자 2, 3루 찬스에서 넥센 선발투수 브랜든 나이트의 초구를 힘껏 잡아 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무려 37일 동안 기다린 끝에 터진 시즌 4호 홈런이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아직 만족할 수 없다는 듯 3회초에도 2루타를 터뜨리며 볼넷으로 출루한 이종욱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두산은 4-0으로 달아났다.

 

마운드에서는 페르난도가 힘을 냈다. 거듭된 부진으로 퇴출 위기에 몰렸던 페르난도는 3회말까지 넥센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순항하던 두산에 위기가 찾아왔다. 1승이 절박한 최하위 넥센도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페르난도는 4회초 조중근에게 왼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1점 홈런을 맞더니 6회초에도 조중근과 강정호에게 연속 타점을 허용하면서 결국 강판되었고 두산은 4-3으로 쫓겼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현수가 팔을 걷고 나섰다.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김현수는 좌전 안타를 터뜨리며 기회를 만들었고 후속타자 양의지가 적시타를 터뜨리자 홈을 밟으면서 다시 5-3으로 달아났다.

 

두산은 이혜천-고창성-정재훈의 무실점 계투로 넥센의 추격을 뿌리치며 2연패에서 벗어났고, 페르난도는 5⅔이닝 동안 7피안타 3실점을 기록하며 한국 무대에서 처음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김경문 감독 사퇴 후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김광수 감독 대행은 사령탑으로서 첫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날 승리는 모든 짐을 홀로 짊어지고 떠난 '옛 스승' 김경문 감독에게 바치는 승리나 다름 없었다.

 

두산에게 김경문 감독 사퇴의 충격이 과연 '약'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1.06.15 08:32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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