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화이트 언론시사회에서 아이돌 그룹 핑크돌즈 역할을 맡은 배우 메이다니, 최아라, 진세연, 함은정(왼쪽부터)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화이트 언론시사회에서 아이돌 그룹 핑크돌즈 역할을 맡은 배우 메이다니, 최아라, 진세연, 함은정(왼쪽부터)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공포감은 밀폐된 공간이 아닌 무대 위에서 극대화된다. 아이돌 스타를 주인공으로 삼은 공포영화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는 2011년 대한민국 대중문화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한 공포물이었다. 올 여름 첫 공포영화라는 수식답게 화려한 효과를 자랑했다. 빛의 명멸과 흰색과 붉은색의 대비는 잘 만들어진 댄스곡과 효과음이 만나 눈과 귀에 강한 자극을 줬다.

30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자리엔 김곡, 김선 감독을 비롯해 '핑크돌즈' 멤버들과 기획사 대표 역을 맡은 변정수가 함께했다.

김선 감독은 "기존 공포물이 폐쇄된 공간 혹은 집과 학교 등이 주 배경이었다면 이번 영화에선 공연장과 뮤직비디오로 다소 새로운 공간에서 공포를 실현시키고 싶었다"며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에선 물론 밀폐된 연습실과 녹음실에서 공포를 주는 요소가 있긴 하지만 핑크돌즈가 공연하는 무대 위에서 하나씩 멤버들이 죽어나가는 설정이기에 묘한 긴장감이 있다.

특히 그는 "촬영한 멤버들이 은정이를 빼고는 다 매달려 죽었는데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크레인에 매달리는 찍을 땐 아픈지 몰랐는데 집에서 보니 갈비뼈가 흔들리고 있었다"는 메이다니의 말에 대한 답이었다.

메이다니는 실제 촬영 때 이틀동안 크레인에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아니면 내가 또 언제 크레인에 매달려보나 하는 심정으로 촬영했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배우는 티아라의 함은정이었다. 아무래도 실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영화자체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 법했다. 실제 아이돌 생활과 비슷한가라는 질문에 함은정은 "영화에서처럼 과장되진 않지만 어렵지 않게 몰입할 수 있었다"며 "무대 욕심은 똑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대에 오를 때 무서울 때가 있어요"라고 운을 뗀 함은정은 "관중들 틈에 무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고 무대 위에서 특수효과 때문에 순간 앞이 안 보일 때 있는데 무서운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경험이 영화에서 공포 연기를 할 수 있게 한 토대라는 설명이었다.

 3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화이트 언론시사회에서 황우슬혜와 함은정이 마주보며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화이트 언론시사회에서 황우슬혜와 함은정이 마주보며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 이정민


'핑크돌즈'를 실제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까. 변정수는 "스케줄은 나에게 물어야 한다"고 말해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핑크돌즈의 노래 '화이트'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동석한 배우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 가운데 함은정은 "영화 홍보를 위해서라도 무대에 설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티아라 멤버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다.

<고양이>(7월에서 8월 개봉 예정) <미확인 동영상>(8월 예정) <기생령>(8월 예정) 등 올해 한국 공포 영화는 비교적 풍성하다. 첫 출발선을 넘은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6월 9일 개봉)가 공포영화 흥행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아이돌 모인 공포 영화는 어떤 모습?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춤과 노래를 자랑하는 아이돌들의 뒷모습, 그들이 담아내는 이미지가 무서웠고 그들의 슬픔과 한을 공포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연출자의 말처럼 영화는 등장 인물 각각의 상황과 심리 상태를 주목한다.

'핑크돌즈'라는 4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은 요즘 우리가 TV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의 전형이다. 인기도 없고 실력도 부족했던 이 그룹이 출처와 소재를 알 수 없는 노래 '화이트'의 뮤직비디오를 연습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하지만 이른바 '메인' 자리를 차지한 멤버들이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그 원인을 파헤치려는 자와 주변 인물 간의 갈등 상황이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영화 속 한 장면 극중 신지(메이다니 분)가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

영화 속 한 장면 극중 신지(메이다니 분)가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 ⓒ 두엔터테인먼트


은주(함은정), 신지(메이다니), 제니(진세연), 아랑(최아라)으로 이루어진 '핑크돌즈'와 기획사 대표(변정수)라는 설정은 충분히 현실적이었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리더 은주는 춤, 노래, 그리고 비주얼을 맡은 동생들 사이의 갈등 구도 역시 무대 욕심과 경쟁 심리를 활용해 설득력을 갖는다.

다만 기괴한 소리와 급작스런 존재의 등장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공식은 기존 한국 공포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새로움을 기대했던 관객에겐 아쉬운 부분일 수 있다.

영화는 미스터리 추적이라는 토대에 슬래셔 무비(피가 튀고 난도질이 등장하는 공포물)의 성격을 담았다.

 3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화이트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김 곡 감독과 김 선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두 감독은 쌍둥이 형제로 김 곡 감독이 형이다.

3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화이트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김 곡 감독과 김 선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두 감독은 쌍둥이 형제로 김 곡 감독이 형이다. ⓒ 이정민


김곡, 김선이라는 인디영화계에선 이미 그 실력을 검증받은 연출자들의 첫 상업 영화라는 부분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쌍둥이 형제인 이들은 <반변증법> <자본당 선언 : 만국의 노동자여, 축적하라!>로 국제 영화제 무대에 초대되기도 했다. 음악 역시 티아라, 비스트, 포미닛 등의 아이돌그룹의 노래를 비롯해 여러 히트곡을 만들었다는 '신사동 호랭이'가 담당했다는 점도 영화를 위해 공을 들인 부분이다.

화이트 함은정 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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