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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는 모두 깨끗하고 좋은 물일까? 수돗물은 더럽고 냄새나는 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PET병에 들어 있는 생수에 대한 규제는 제각각이다. 정부 당국은 생수 회사의 자체 검증을 믿을 뿐이다. 하지만 수돗물은 정부와 당국이 직접 관여한다. 생수에 비해 수돗물에 대한 규제가 훨씬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것이다.

 

더욱이 PET병에 들어 있는 생수가 고온 속에서 여러 날 지나면 많은 세균을 번식시킬 수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은 그래서 차 안에 오래도록 놔둔 생수는 절대 마시는 않는 것이다. 그와는 달리, 수돗물은 1∼2분 쯤 빼 내고 받으면 좋고, 20∼30분 휘발성 물질까지 날려 보내면 냄새까지도 사라진다. 거기에다 녹차를 넣어 마시면 생수보다 금상첨화의 물이 된다. 

 

이는 피터 H. 글렉의 <생수, 그 치명적 유혹>을 읽어보면 환히 알 수 있다. 미국 같은 경우, 생수 회사들이 나서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광고를 보낸다고 한다. 더욱이 어떤 생수는 살도 빼주고 날씬하게 해 준다고 포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 광고들은 절대로 믿을 게 못 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수돗물보다 생수를 더 좋아하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 수돗물에 진짜로 세균이 넘실거린 이유일까? 아니다. 상하수도가 도입되기 전 각 나라와 도시에서 이질과 장티푸스와 콜레라 등이 창궐한 데 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그 이후에 상하수도를 설치하고 수돗물에 대한 규제를 펼쳤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 대신에 생수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했는데, 과연 생수가 믿을만한 샘물일까?

 

"생수의 대장균 규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FDA의 생수 기준에서는 일반 대장균을 대상으로, 그것도 주 1회 검사가 고작이다. 게다가 FDA에서는 검사 방법에 따라 적은 수의 대장균은 허용한다. 대장균이 기준 이하로 검출된 경우라도 보다 위험한 균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와 관련해 아무런 추가 제제를 하지 않고, 그런 생수의 판매를 금지하는 조항조차 없다. 수돗물은 조금이라도 규정에 위반되면 강제 조처 대상이 되지만, 생수에서는 대장균이 확인되더라도 '박테리아 과다 함유'란 레이블만 부착하면 시중에서 팔 수 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어떤 오염이 발견되는 경우 생수 업자가 나서서 그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거나, 그런 제품을 리콜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65쪽)

 

어디 그 뿐이랴. 수돗물이 오염되면 그날 저녁 뉴스에 앵커가 등장하여 기관장들을 앞세워서 해명토록 한다고 한다. 하지만 생수는 어떠할까? 생수가 오염되었다 할지라도 당국이 나서서 즉각적인 회수 조치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FDA는 회사가 전적인 책임을 지고 직접 회수하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한다. 설령 법적인 조치가 들어가도 그 때는 이미 가판대의 생수들이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없을 때라고 한다.

 

생수 품질 문제는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2007년 아일랜드에서는 생수의 7%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물질들이 나왔고, 6%가 넘는 물에서는 병원성 대장균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2004년에 16개국을 대상으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생수 68종을 비교 조사한 결과 40%의 표본이 박테리아나 곰팡이로 오염되었다고 한다. 2006년 인도네시아 경찰은 쓰리기 처리장에서 가져온 재활용 플라스틱 병에 지표수를 담고 레이블을 붙여 판매한 회사를 폐쇄 조치했다고 한다. 그만큼 세계 각국의 생수 문제는 제각각인 셈이다.

 

지하수 취수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애리조나의 마리코파 카운티에서 지하수를 퍼내던 세도나 스프링스는 그 지역의 지표면을 변화시키고 말았다고 한다. 지표수가 마르면서 물고기와 표범개구리들이 죽어갔고, 플라타너스와 물푸레나무가 고사했고, 몇 몇 풀들은 가지마름병에 걸리고 말았단다. 네슬레 워터스도 생추어리 스프링스에 대규모 생수공장을 세우려고 했는데, 법원은 적절한 취수량을 산정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우리나라는 어떨까? 얼마 전 모방송사의 소비자 프로그램인 <불만제로>에서 생수의 안전성을 정면으로 다룬 적이 있었다. 그 방송에서는 시중에 유통 중인 46개의 생수를 검사했고, 그 중 28개의 제품에서 일반 세균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그것들 가운데 일반 세균이 검사기준의 100배나 넘는 제품들이 12개나 있었다고 하니,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더 놀라운 사실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환경부가 하는 일은 생수 업자가 사전에 보고된 일정에 따라 수질 분석을 하는지 점검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수질의 적합성을 확인하는 데는 등한시 한다는 게 문제다. 뿐만 아니라 말 통으로 들어오는 생수통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한다. 그것들을 다시 사용하는 빈 통의 관리나 세척이 부실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란다. 더욱이 구제역 매몰지와 상수공장의 수원지가 같은 마을에 있다는 것도 최근에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세계 3개 광천수라 불리는 충복 청원군 북일면 초정리 지하수에서 탄산이 사라졌다. 오히려 질산성 질소 등에 오염된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는 초기 생수업체인 일화·풀무원·진로 등에 의한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1995년 먹는 샘물 공장 건설이 집중된 충북 청원군 미원면 일대에서의 격렬한 저항은 생수 공장에 의한 지하수 교란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270쪽)

 

이는 우리나라의 생수 공장이 불러온 지하수의 고갈에 관한 피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뿐만 아니다. 생수의 생산과 유통과 소비 과정 자체가 많은 자원을 낭비하게 하고 있고, 폐기물의 배출도 국토를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데 있다. 그야말로 생수는 합리적인 샘물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현대인들의 왜곡된 인식과 허황된 본능이 불러온 기형적인 상품일 뿐이다.

 

그래서일까? 외국에서는 그런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공기가 이윤의 대상이 될 수 없듯이, 물도 신의 선물이라는 게 그것이다. 그래서 생수 불매 운동도 벌인다고 하는데, 생수 산업 자체가 난센스이고, 억지이기 때문이란다. 지극히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그 때문일까? 2008년 이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생수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흐름에 동참해야 하는 건 아닐까?


생수, 그 치명적 유혹

피터 H. 글렉 지음, 환경운동연합 옮김, 추수밭(청림출판)(2011)


태그:#생수, #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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