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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재단 김경수 사무국장.
 봉하재단 김경수 사무국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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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재단 김경수 사무국장은 지난 김해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낙선한 것은 "단일화 방식의 문제"라고 진단하고, "야권통합은 국민의 명령이므로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단일화, 또는 통합방식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평가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지난 20일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사무국장은 "노 대통령에 대한 가치나 진정성을 국민들이 알아가는 분위기 속에 맞는 2주기라 남다른 감회가 있다"고 밝혔다.

탄핵 직후인 2004년 5월부터 서거 때까지 노 대통령을 보좌한 김 사무국장은 "반말은 한 번도 하신 적 없고 참모나 비서들에게 언제나 이름을 불러 주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대통령 비서란 느낌보다 '대통령과 뜻을 함께 하는 동지'라는 느낌을 주시고,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셨다"고 노 대통령을 추억하였다.

김 사무국장은 "'노무현 정신'은 특권과 반칙을 배격하고, 정의롭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좌측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극복해야 할 것은 극복해야겠지만, 싸잡아서 비판하는 것은 진보진영에도 국정운영에도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일갈한 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지 전체를 싸잡아서 하는 비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다음은 봉하재단 김경수 사무국장과 일문 일답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1주기 때는 묘역 완공식과 추도식을 같이 했어요. 그때는 참여하신 분들이나 저희들이 대통령님을 추모하거나 애도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고요, 대통령님에 대한 가치나 진정성을 국민들이 알아가는 분위기 속에 맞는 2주기라 좀 남다른 감회가 있는 것 같아요."

- 노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가 언제입니까?
"제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들어갔던 때가 1994년이었어요. 그때는 신계륜 의원실로 갔어요. 대통령님은 원외에 계실 때지만 안면은 있었죠. 여의도에 있는 식당에서 인터넷 사이트 개설 관련 행사가 있을 때 처음 뵀는데, 이웃집 아저씨 같이 소탈하신 분이라는 게 첫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공식적으로 대통령님 캠프에 결합한 때는 2002년 6월이었어요."

- 노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004년 탄핵당하신 후에 5월 15일자로 직무에 복귀하시던 날, 부속실로 발령이 났어요. 그때부터 서거하실 때까지 모셨던 거죠. 처음 만나셨을 때도 그러셨고, 마지막까지도 항상 저를 부르실 때는 '경수씨'라고 부르셨어요. 반말은 한번도 하신 적 없고 언제나 주변에 있는 참모나 비서들에게 이름을 불러주셨어요. 그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옆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단지 '대통령 비서'라는 느낌보다는 '대통령과 뜻을 함께하는 동지'라는 느낌을 주시고, 대통령으로부터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함께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셨던 분이셨다고 기억합니다."

- 언제 가장 노 대통령 생각이 나세요?
"묘역을 가거나 대통령님 영상물을 보거나 할 때는 오히려 괜찮은데, 갑자기 불현듯 생각날 때가 있어요. 특별한 계기 없이. 특히 혼자 있을 때 갑자기 생각나서 울컥하거나 먹먹해지는 경우가 가끔 있죠. 하지만 그것이 언제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김해을 재보선, '자리 싸움'으로 비칠까 출마 안 해

- 김해지역은 노 대통령의 고향이고 퇴임 후에 귀향하신 곳이라 재보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패배했잖습니까?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단일화 방식의 문제입니다. 선거라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되는 것인데, 막판에 가서 여론조사 한 번으로 후보를 단일화하고 후보가 단일화 되었으니 무조건 찍어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야권이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단일화, 또는 통합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는 교훈을 얻은 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하지만 야권의 통합이 가능할까요?
"가능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년 총선과 대선 앞둔 시점에서 (야권 통합은) 국민들의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국민들에게 집권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하면 내년 총선, 대선에서 승리는 어렵다고 보고요. 문제는 이것이 정당들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입니다. 정당들에게 맡기고 통합이 이뤄지길 바라는 것은 어렵다고 봐요. 시민사회 진영이 야권 통합을 이뤄나갈 수 있는 그런 프로세스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같은 진보정당과의 통합에는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민들은 야권의 차이를 잘 몰라요. 퇴행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퇴보한 서민복지정책을 바로잡고 파탄난 평화를 되살리는 일을 할 수 있는 당이 어디냐는 것 아닙니까. 왜 자기들끼리 싸우냐는 것 같아요. 그런 국민의 요구를 생각한다면, 우선 그 내부에서 동의할 수 있는 가치와 노선을 가지고 통합해나가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해야 해죠. 차이를 찾기 시작하면 어려울 것이고요. 총선, 대선을 앞두고는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 그러려면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려야 할 것 같은데요?
"민주당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고집하면 통합은 어렵다고 봅니다. 그건 민주당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봐요."

- 지난 김해을 재보선에 출마하실 듯하다가 불출마하셨는데, 이유가 무엇입니까?
"국회의원이 되거나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출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것은, '김해을 선거를 통해 야권이 화합과 단합의 장을 만들어낸다면...'이란 생각때문이었는데, 진행 과정이 제 생각과는 달랐어요.

오히려 출마를 계속 고집하는 것이 대통령님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게 '결국은 노무현 사람들도 똑같네'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이른바 자리를 놓고 싸운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상황이 있었어요. 그렇게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는 출마를 고집하는 것이 적절치 않고, 특히 제가 재단에 몸을 담고 있는 입장에서는 (출마 계획을) 접는 게 낫겠다는 판단한 거죠."

- 그럼 이후에도 정치권에 몸담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내년 총선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고민했던 사람이 아니라서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지금은 야권이 어떻게 단합하고 통합하느냐 하는 것을 위해서 제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봉하재단 김경수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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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은 정의롭고 성실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

-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2의 김대중, 또는 제2의 노무현이 나와야 한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대권을 잡을 분은 두 분을 뛰어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국민들이 김 대통령이나 노 대통령의 가치나 진정성 그리고 우리 사회 발전에 미친 영향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다음에 어떤 분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그분의 개인적인 역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정치세력, 그리고 시민세력이 어떻게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받쳐줄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정부 때처럼 보수진영에서는 '좌파'로 공격을 하고 진보진영에서는 '신자유주의'라고 공격하면서, 샌드위치 당하는 식이 된다면 다음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민주개혁진영이 정권창출 이후의 국정운영 과정에서도 서로 합의된 내용을 가지고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패가 달려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노 대통령을 평가할 때 '왼쪽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라는 말을 합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도 비슷한 의미에서 하는 비판인데, 저는 대통령님의 정책이 100% 옳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극복해야 할 것은 극복해야겠지만, 싸잡아서 '좌파 신자유주의 아니냐'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진보진영에도 그렇고 향후에 국정운영에도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은 대통령님께서 '네티즌들과 대화'에서, 말이 안 되는 비판을 한다고 자조적으로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어법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것인데, 이후에 조중동에서는 대통령님께서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스스로 인정했다고 국민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그것이 나아가서 '좌측 깜박이 우회전'으로 확산됐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구체적으로 정책을 놓고 평가와 비판을 해야지 전체를 싸잡아서 하는 비판은 어느 모로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김 사무국장께서 생각하시는 '노무현 정신'은 무엇입니까?
"대통령님 정신의 핵심은 '특권과 반칙을 배격하고 정의롭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였던 것 같아요.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기도 하죠. 원칙과 상식, 특히 원칙이라는 부분은 대통령님께서 '바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원인 중에 하나인데, 당장에는 손해가 되더라도 길게 보면 이익인 것이 원칙이라고 하신 것이죠.

둘째는 잘난 사람, 돈 많이 버는 사람만 사는 세상이 아니고 돈을 별로 벌지 못해도, 또 경쟁에서 뒤처지더라도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세상을 꿈꾸셨던 것 같아요. 그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노무현 정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노 대통령께서는 한미 FTA 추진 때문에 지지세력을 잃으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한미 FTA를 추진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통령님은 한미 FTA에 접근할 때 장사꾼 논리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에게 득이 없다면 필요없다고 통상교섭본부에 지시를 내리셨고, 그래서 한미 간 이익의 균형을 맞췄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와서 재협상을 했잖습니까? 대통령님께서 퇴임 후인 2008년 말에 사이트 '민주주의2.0'에 올린 글에서 두 가지를 말씀하셨어요.

하나는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 재협상에 대해 우리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받아들이는 재협상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요구에 버금가는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켜야만 의미가 있는 협상이죠. 그런 점에서 보면 일방적으로 미국의 요구만 받아들인 재협상은 잘못된 거죠.

둘째, 2008년 말의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대통령님께서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할 당시에는 없었던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미처 점검할 수 없던 상황에 대해 꼼꼼하게 검토해서, 보호해야 할 산업이 있다면 그런 것을 요구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님 글의 핵심이였어요. 두 가지가 관철되어야 한미 FTA는 지켜나갈 가치가 있다고 하셨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의 한미 FTA 협상 결과는 대통령님이 계셨다면 반대했을 겁니다."

-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봉하에 할 일이 많습니다(웃음). 대통령님 묘역은 조성이 돼 있지만 주변은 아직 정비가 안 돼 있어서 올해 하반기쯤 김해시와 재단이 공동으로 추모생태공원을 만드는 작업을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기념사업은 자치단체와 함께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인 계획은 기념사업들이 끝난 후에 생각을 해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 블로그에 중복게재 하였습니다



태그:#노무현, #김경수, #봉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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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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