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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안녕하세요. 고민으로 20대에 속알머리가 빌까 걱정하는 88만원 세대 28살 남자입니다. 제 고민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평범한 삶을 살다 2년제 전문대(전자과)를 졸업하고, 일본에 8개월 다녀왔습니다. 그 후 2년 놀고, 안되겠다 싶어 IT 프로그래밍 국비교육 받고, 이건 아니다 싶어 잡지사 기자를 했고요. 박봉에 야근. 그럼에도 "젊은 땐 돈보다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외치고 다녔지만, 결국 돈 문제로 회사와 틀어졌습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직장 근무를 끝으로 현재까지 도서관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전 기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제 실력이 부족하고, 기자를 업으로 삼을 정도의 의지가 모자라, 출판 편집자 공부를 겸행하고 있습니다. 리영희 선생님을 존경해서 언제나 '세상에 힘이 될 글'을 쓰고 싶다고 자기소개서에 써놓지만, 돌아가시는 마지막 날까지 참 언론인을 넘어,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인의 모습을 잃지 않았던 리 선생님처럼 될 수 있을까 걱정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삼성에 다니는 친구, 언론 보도를 통해 평균 연봉이 4000만 원이 넘는 직업군들을 옆에 두고 결국엔 박봉일 언론인으로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도 고민입니다. 결국엔 하나를 선택해야겠지요. 돈 or 자기 만족.

이런 고민들에 각종 종교와 철학 서적을 읽었는데, 요즘 인문커뮤니티를 다니게 되면서 '니체' '베르그송' '들뢰즈'에 빠져들려 합니다. 그럴수록 언론 공부를 등한시하는 상황의 연속이 이어지지요. 전 좋은 인생을 살고 싶은데 좋은 인생은 대체 무엇인가요?

우리네 인생은 마치 추리소설 같습니다. 다음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내일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지난 사건들을 보고 다음 스토리를 떠올리듯 '이렇게 살아 왔으니 저렇게 먹고 살겠구나'하고 그저 짐작만 해볼 뿐입니다.

추리소설의 끝이 궁금해 죽겠는데 누가 미리 얘기해 준 경험이 혹시 있으신가요? 듣고 나니 책에 대한 매력이 사라져서 책을 덮어버리시지는 않으셨는지요. 궁금해 죽겠지만 그 '미스터리'가 추리소설의 매력인 것처럼 미래의 나를 모른다는 것이 오늘을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님의 나이가 28세이니 평균수명을 90으로 치자면 스토리의 30% 정도는 진도가 나간 셈이네요. 책도 그때가 제일 궁금하듯 그 나이에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호소한답니다. 그러고 보면 '미래에 대한 고민'은 성별을 불문하고 28세 청년이라면 당연히 이수해야 되는 '인생의 필수과목' 같습니다(전개된 얘기보다 펼쳐질 얘기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60살이 다 된 제 주위 분들도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점집이 그리 성행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안철수, 스티브 잡스, 리영희... '젊은 날의 고민'들이 잉태한 이들

88만원 세대의 모습을 담은 영화 '너와 나의 21세기'
 88만원 세대의 모습을 담은 영화 '너와 나의 21세기'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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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미래'라는 것은 내 자신이 애써서 바꿀 수 있는 '노력'이라는 부분과 노력과는 무관한 '운'이라는 두 가지의 변수로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이중에서 '운'이라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으니 오늘은 '노력'에 대해 같이 생각해 봅시다.

전문대학도 졸업하셨고, 일본도 다녀오시고, 국비로 IT 프로그래밍 교육도 받으셨네요.
'이건 아니다 싶고', '저것도 안 되겠다 싶어'하면서 끝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왔지만 지금까지 한 일들에 일관성은 없는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연관이야 있겠지만 님의 맘 속 한가운데 자기 일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리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아이콘 안철수나 스티브 잡스(요새 병이 나서 안타깝기는 하지만)를 보세요. 그들도 28세 때에는 지금의 모습을 짐작도 못했을 겁니다. 28살의 안철수씨. 지금 일과는 전혀 다른 일, 즉 생리학 교실에서 토끼를 만지고 계셨을지도 모릅니다. 얼마 후 의사의 길을 때려치우고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에 집중하기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방황을 했을까하는 짐작은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겠지요.

전 세계의 IT 흐름을 주도하는 스티브 잡스. 그가 대학을 중퇴하고자 맘을 먹었을 때 얼마나 방황을 했겠습니까. 중퇴 후에는 또 뭘 할까 고민도 많이 했겠지요. 님이 존경하신다는 리영희 선생님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28세의 리영희 선생님도 그 시절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맘을 가지고 기자 생활의 첫 걸음을 내딛으셨을 겁니다. 그로부터 10년 후에도 해직과 복직을 여러 차례 반복하시면서 그 분이 당하셨을 맘고생을 우리들이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고민들과 고통, 방황이 오늘날의 그분들을 잉태시킨 겁니다. '속알머리가 빠질까봐' 걱정까지 하면서도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민하는 님에게는 그래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습니다.

'좋은 인생'에 대한 고민과 함께 노력하는 의지·끈기가 중요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2010년 11월 15일 저녁 서울 충무로 CJ인재원에서 열린 CJ도너스캠프와 함께하는 오마이뉴스 '나눔특강'에서 "고민의 순간들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들"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2010년 11월 15일 저녁 서울 충무로 CJ인재원에서 열린 CJ도너스캠프와 함께하는 오마이뉴스 '나눔특강'에서 "고민의 순간들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들"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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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기가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끝없이 고민하는 것은 좋지만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모자라거나 끈기와 인내가 부족한 것은 큰 장애물입니다. 필이 꽂히면 그것을 만들기 위해 정신없이 매진했다는 스티브 잡스나, 말보다 행동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안철수. 해직과 복직을 밥 먹듯이 반복하면서도 세상의 힘이 되는 글을 쓰고자,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평화를 위한 투쟁을 해오신 리영희 선생님.

모두들 의지와 인내 그리고 끈기가 밑받침이 되어 주어서 가능했던 겁니다. 아무런 생각도 고민도 하지 않고 머리를 비우고 사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불확실한 미래를(미래이기에 불확실하겠죠) 고민하고 좋은 인생을 살고자 노력하는 님이 있어서 한국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는 않겠네요.

'좋은 인생', '성공한 인생'이 뭐냐구요? 그 판단은 자기 자신이 하는 겁니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한 땀 한 땀 이루며 사는 삶이 바로 좋은 인생이고 성공한 삶 아니겠어요? 정해 놓은 목표가 뭔지도 모르는 남들이 다른 사람의 인생이 좋은지 나쁜지, 성공을 했는지 못했는지를 어찌 안답니까?

돈 (자료사진)
 돈 (자료사진)
님은 리영희 선생님을 존경하고 닮고 싶고 또 그런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당장은 실력이 모자라도 '의지와 끈기'만 있으면 이룰 수 있습니다. 남들이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든지, 그 일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면 부러워도 마시고 상관하지도 마세요. 박봉을 받아도 일에 대한 보람을 보너스로 여기시며 앞으로 매진하십시오.

어느 정도 살아보니 젊을 때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 정말 맞습디다. 고민과 방황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의지박약이나 인내 부족은 좋은 인생의 큰 걸림돌이라는 걸 명심하시고 출판 편집이든 시민기자든 주위를 기웃거리지 말고 일단은 몸을 던져 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추리소설의 결말이 풀어지듯 찬란한 미래가 펼쳐져 제2의 리영희님이 되실지 누가 안답니까.

그때 오늘 얘기를 안주삼아서 소주나 한 잔 같이 하자구요.

'레인보우 상담실' 엄을순 이프 대표
▲ 상담가 '레인보우 상담실' 엄을순 이프 대표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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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레인보우 상담실, #상담실, #엄을순, #레인보우, #88만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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