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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저는 23살입니다. 첫사랑을 7년째 마음에 두고 있는데 지금은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사랑했던 만큼 이별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흉터로 남았죠. 갑자기 뜸해진 연락 그리고 그녀의 2주간의 잠수 끝에 헤어졌습니다. 슬픔, 그리움, 괘씸함, 복수라는 절차를 밟으면서 2년간 혼자 맘 아파했어요. 다른 사람을 만나면 잊혀질까 이 사람 저 사람 많이도 만나봤죠. 소용없다는 걸 알았을 땐 복수심에 눈이 멀었어요.

그게 두 번째 만남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녀의 친한 친구에게 빌고 빌어 2년 만에 다시 그녀를 만났고 내가 먼저 손 내밀어 시작한 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은 치밀한 계획과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데이트, 잠자리, 마음가짐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적이지 않은 게 없었으니까요. 그녀가 내게 사랑한다 말할 때 저는 이별하자 했고 그녀는 저만큼 아파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통쾌했고 속이 후련했죠. 그러고 평생 그녀를 잊은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제 마음속에 아직 사랑은 그녀뿐이래요. 4년을 마음속에서만 사랑을 했어요. 다른 사랑을 하려 노력도 했지만 모두 차였어요. 마지막으로 이별을 당했을 땐 내가 아직 그녀를 못 잊어서 내 마음이 다른 사람에겐 안 보이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몇 달을 고민한 뒤 연락을 했고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습니다. 벌써 5년이나 지난 일이고 잊었을진 모르지만 항상 미안하게 생각했고 괜찮다면 친구로라도 남고 싶다고 하니 그녀가 사랑한대요. 내 복수극에 놀아난 그녀가 아직도 날 사랑한대요.

그렇게 세 번째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귀자고 하니 일 년을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일 핑계를 대더니 최근에서야 알았습니다. 그녀가 암이랍니다. 수술 받고 몸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려 달란 거였어요.

수술 받고서 눈뜨는 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어요. 전 읽어보지도 않을 문자를 남기고 혼자 기다렸죠.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손을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도 한 달이 또 넘게 걸렸네요. 그녀를 못 본 지 4달이 다 되어 갑니다. 제 믿음이 약한 걸까요. 기다리기가 힘들어요. 매일을 눈물로 지새우는 것에도 지쳤습니다. 수면제와 두통약이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냥 수술 받다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내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불쌍하니깐…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는 연락을 받고서는 또 마음이 설렙니다. 보고 싶고 사랑스럽고 머리 속엔 그녀 생각뿐이에요.

암이라도 수술하고서 5년 안에 재발만 안 하면 평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전 그 5년도 그녀를 위해 써야 할까요. 지금 이런 생각하는 내가 너무 나쁘다는 거 아는데 생각하면 한숨이 나와요. 힘들고 지칠 걸 아니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대로 아픈 그녀와 설레는 내 마음을 묻어야 할까요. 참고 견뎌서 내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그녀에게서 받아내야 할까요. 고민으로 힘들다 못해 괴로워 미칠 지경이에요. 저 좀 도와주세요.
영화 <노트북>에서 17살 카니발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앨리와 노아
 영화 <노트북>에서 17살 카니발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앨리와 노아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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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지독한 병을 앓고 있는 그대에게. 스물셋, 사랑에 모든 것을 던져도 되는 나이에 그댄 벌써 7년째 한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군요. 열여섯 살 달콤한 사랑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더 큰 상처와 배신감을 주었던 사람. 복수도 해보고, 잊으려고도 해봤지만 그러지 못했고, 친구로라도 지내고 싶어 다시 만났는데 이젠 그녀가 그대를 사랑한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사랑, 이별, 상처 그리고 그리움으로 지친 그대에게 나타난 그녀가 암에 걸렸다고요. 5년은 두고 봐야 재발이 될지 아니면 완치될지 알 수 있는 상황이고요. 참 어떤 좋은 일들이 생기려고 그대에게는 이렇게 시련이 많은 건지요.

'이젠 차라리 죽어버렸으면'하는 생각까지 하다니. 얼마나 힘들면 그렇게도 사랑하는 그녀가 죽었으면하고 까지 바라겠어요. 지난 7년 동안 그리도 아프게 사랑하고 지독하게 그리워했으니 그걸 또 하고 싶지 않아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한 거겠죠. 오랜 세월을 수면제와 두통약으로 지새우며 고통스러운 사랑을 다시 하고 싶진 않으니까 피하고 싶은 거잖아요. 맞나요?

그런데 솔직한 당신의 마음, 끝났나요? 그녀에게 먼저 이별도 고해봤고, 그녀를 잊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다는 그대. 그녀를 지우기 위해 이미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보았잖아요. 그런데도 병상에 있는 그녀를 생각하면 아직도 설레고 사랑스럽고 간절하다면 과연 그대는 그녀와의 사랑을 끝낼 준비가 된 걸까요? 그대의 심장이 '이제는 새롭게 다른 사랑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하나요? 그대의 글을 보면 그녀에 대한 사랑이 아직도 큰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들어올 공간이 아직 없어 보이거든요.

5년 정도면 그녀의 병에 대한 결론이 나는데 기다려야 할지 헤어져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런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계산하고 출발하는 건 진실되지 않은 것 아닐까요. 병원에서는 완치든 재발이든 5년이면 알게 된다고 했겠지만 세상사 무엇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요. 그녀가 80년 이상 건강하게 살게 될지 내일이라도 재발돼 더 힘들어질지 그건 누구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니 의사선생님이 정해준 시간에 맞춰 그대의 사랑을 생각하진 마세요.

'지금 결정 내리겠다'는 조급한 마음은 잠시 놓아두고 조금 천천히 가보는 건 어떨까요? 병원에 종종 들러보는 거예요.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남들처럼 데이트를 할 순 없겠지만 가만히 앉아서 잔잔한 기억들, 사소한 일상들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을 나누다보면 오히려 더 진실되고 진지한 속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면 만남을 이어갈지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느낌이 서로에게 올 거예요. 그것이 그대의 '7년 사랑병'을 치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고요. 결과적으로 친구로 남게 되든, 연인이 되든 간에 단순히 '사랑해? 안 해? 헤어져? 말어?'식의 말로만 내린 결정보다 더 진솔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겠죠.

영화 <노트북>에서 치매에 걸린 앨리와 노아는 변함없는 사랑을 간직한 채 여생을 함께한다.
 영화 <노트북>에서 치매에 걸린 앨리와 노아는 변함없는 사랑을 간직한 채 여생을 함께한다.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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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사랑하는 것은 유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고백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힘들 순 있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시간을 두고 사랑을 이어가는 거죠. 변함없는 사랑을 만들어 가는 게 힘들긴하지만 가장 소중한 건데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한 인내심이 부족해서 이별하고 상처받고 싸우고 미워하게 되는 거잖아요. 지금은 아픈 그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이 들겠지만, 소중한 사랑을 이어나가기 위해 한 번 더 용기를 내보세요.

두렵다고요?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한 채 서있기만 한다면 사랑의 문은 절대 열리지 않아요. 지금 당신의 답답한 마음의 실타래를 풀려면 큰 숨 한번 쉬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당신 앞에 놓인 그 문을 두드려야 해요. 그대가 두려움을 이기고 그 문을 넘어 사랑하는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정말 아름답겠네요. 사랑이 항상 고통인 것은 아니랍니다. 용기를 내세요. 당신의 사랑 위에 행복이란 꽃이 피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레인보우 상담실' 윤솔지 상담가
 '레인보우 상담실' 윤솔지 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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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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