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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행동 내가꿈꾸는나라'와 <오마이뉴스>는 새로운 나라에 대한 꿈을 꾸기 위해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주권자로서 내가 꿈꾸는 나라와 지역을 상상해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우리들의 꿈을 모으고자 합니다. '내가꿈꾸는나라'와 <오마이뉴스>와 함께 각자가 꿈꾸는 나라를 이야기하고 이러한 장이 정치토론의 마당이 되어 현실로 이루어 가는 시작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 편집자말
제121주년 세계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한국청년연대 소속 회원들이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제121주년 세계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한국청년연대 소속 회원들이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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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교 4학년 평범한 학생입니다. 남처럼 토익 고득점을 위해 해커스 책을 들여다보고, 학점관리를 위해 밤을 새우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뛰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또 여자 친구와 데이트하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뒷전으로 미루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20대 대학생입니다. 그리고 정치에 관심도 있습니다.

중학생 때 미국 뉴욕에서 잠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밥 먹는 시간, 쉬는 시간에 마주 앉아 이야기하면 언제나 화두가 항상 정치에서부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앨 고어와 조지 부시가 맞붙었던 2000년 11월의 대선은 미식축구(NFL) 결승전보다 더 젊은이들의 관심을 크게 사로잡았고, 학교에서는 민주당의 엘리트 정치인 앨 고어가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보다 더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스포츠 스타보다 더 많은 정치인의 이름을 알고 있는 평범한 미국 고등학생들을 보며 이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정치를 '재미있는 스포츠'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역사 수업시간에는 전날 방영된 CNN이나 MSNBC 정세 토크쇼를 보고 수업시간 내내 동료 학생들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체성에 대해, 스타 정치인 개개인의 장단점에 대해, 그리고 미국 사회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열기를 내뿜으며 토론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정치에 관심 많은 미국 학생-'수능대박'만 꿈꾸는 한국 학생

한국에 사는 동안 고작 김대중·김영삼·박정희 같은 전직 대통령의 이름밖에 모르던 저로서는 처음 미국 학생들과 접하며 그들이 국내 정치에 가진 지식의 깊이나 넓이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현직 장관 이름과 상하원 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의 성향까지 꿰뚫고 있는 몇몇 학생들을 보고서는, '이 나라가 괜히 정치 선진국이 아니구나'하는 것을 실감하며 유학 생활을 마쳤습니다.

짧다면 짧은 뉴욕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 이번에는 미국에서와 너무 다른 우리 고등학교 분위기에 또 한 번 당황했습니다. 아이들은 오로지 '수능대박'과 '내신등급'에 목숨을 걸고 교과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누가 더 꼼꼼하게 외우나를 경쟁하고 있었고, 그 공간에서 정치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논할 여지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고교 3학년이던 2004년 4월 15일. 제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해 너무나 기뻐 아침부터 학교에서 얼굴에 웃음꽃을 가득 피운 채 방방 뛰어다니니 아이들이 저를 '이상한 놈'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5월 14일, 헌법재판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에 기각결정을 내리고 50페이지가 넘는 사건 결정문 전문을 프린트해 몇몇 친한 친구들과 돌려보고 토론하자, '정치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으로 몰렸던 기억도 납니다.

이런 인식이 지배하는 분위기는 대학에 와서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학입학'이 '취업'이라는 목표로 바뀌고, 외워야 할 대상이 국사 교과서에서 토익 단어장으로 바뀌었을 뿐 정치 무관심과 혐오증에서는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났습니다. 왜 우리가 미국보다 정치 후진국이어야 하는가? 왜 우리나라 젊은 학생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을까? 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정치혐오증이 팽배하게 깔렸을까? 왜 우리나라 정치인은 국민에게 이것밖에 못 해줄까?

사실 저도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정치에 관심을 끊었습니다. 그렇게 열렬하게 지지하던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이 연일 불협화음을 내고,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며, 힘을 모아 지지해 준 성원에 전혀 보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한 나머지 한동안 신문도 보지 않고 정치 이야기하는 사람을 멀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시위하는 여대생을 곤봉과 방패로 찍어 누르고, 국가기관이 정부에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을 사찰하고, 전직 대통령을 자살하게 하고, 국민 대표자로 뽑힌 국회의원을 날치기 처리 도구쯤으로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열혈 청년' 모습을 회복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들었던 실망감이 또다시 생기지는 않을지 내심 노심초사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20대는 감동을 주는 정치를 갈망합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등록금넷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열린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등록금넷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열린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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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는 나라. 20대가 정치하고 싶은 나라. 결국 그런 나라는 '감동을 주는 정치'와 함께 해야만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살면서 느낀 미국 정치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누가 더 국민들에게 감동과 믿음을 주나'였던 것 같습니다.

정책의 구체성이나 연설기술, 대중과의 공감능력 등이 모두 경쟁대 위에 올랐지만 무엇보다도 국민 개개인에게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는 호소력을 갖춘 정치세력이 국민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또 선택받은 정치세력은 다시 국민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믿임을 주는 순환 과정. 이것이야말로 국민이 정치를 '재미있는 스포츠'로 여기게 하는 토양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어떻습니까? 최소한의 룰마저 깨버리는 비겁한 '선수'가 너무 많습니다. 인터뷰 할 때와 경기장에서의 모습이 다른 선수가 많습니다. 서포터가 보내주는 응원을 무참하게 짓밟고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선수가 횡행합니다. 팬 없는 스포츠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도, 사람들에게 경기장 와서 관전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입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 특설링크에서 열린 'KCC 스위첸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1' 아이스쇼 오프닝에서 'Born This Way' 노래에 맞춰 깜찍한 표정을 짓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 특설링크에서 열린 'KCC 스위첸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1' 아이스쇼 오프닝에서 'Born This Way' 노래에 맞춰 깜찍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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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는 언제나 감동이 있습니다. 감동이 있는 스포츠 경기만이 진정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과 핸드볼 대표팀이 보여줬던 감동. 거기에는 전라도와 경상도도 없었고, '수구꼴통'과 '좌익빨갱이'도 없었습니다. 모두 하나 되어 부둥켜안고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이런 감동 있는 정치문화가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젊은이들도 자연스레,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더 많이 정치에 참여할 것입니다. 투표장에도 더 많이 찾아갈 것이고요. 유권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줄 줄 아는 정치인이 많다면, 밝고 새로운 사회의 도래에 대한 구체적 비전까지 제시해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많아진다면, 혹여나 내가 응원하는 사람이 선거에서 지더라도 괜찮을 것입니다. 다음에 더 멋있고 감동적인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그때까지 더 열심히 응원하고 기다려 줄 수 있고요.

20대가 정치하고 싶은 나라, 감동 있는 스포츠 경기 같은 정치가 펼쳐지는 나라. 양식 있는 정치인이 선의의 경쟁을 펼쳐,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나라. 그런 나라, 대한민국에서도 한 번 만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20 dream '내가 꿈꾸는 나라' PT 공모전 

주제 : '내가 꿈꾸는 나라'에 대한 자신의 경험, 바람, 구상 및 제안 표현
(예시: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는 나라, 내가 꿈꾸는 취업환경, 내가 꿈꾸는 주거형태, 내가 꿈꾸는 동네 등)

- 자격 : 내가 꿈꾸는 나라를 표현하고 나누고 싶은 20대(10대도 가능)
- 응모 기간 : 2011. 5. 4 ∼ 6. 3
- PT 예선 : 2011. 6. 11 (심사위원단 심사 및 조언, PT 결선 참가자 발표 : 6. 14)
- PT 결선 : 2011. 6. 27 예정 (5명 진출, 오마이뉴스 생중계, 현장평가단 투표)
- 제출 방법 : e-mail(civilaction21@gmail.com)로 최종 ppt 파일 제출함
PT 시간(5분 이내)을 고려 작성하고 필요시 PT대본을 첨부할 수 있음
- 시상 내역: 최우수상 1명 (상장, 100만원) / 우수상 1명 (상장, 50만원) / 장려상 3명 (상장, 10만원)
(PT예선 참가자 전원 : <진보집권플랜> 증정, 저자 친필 서명)
- 심사기준 : 진정성, 공감도, 창의성 등
- 문의처 : 02 393-0712 시민정치행동 '내가꿈꾸는나라' 



태그:#20대, #내가꿈꾸는나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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