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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가 하늘에 닿아 부디 무사히 돌아오길' 세월호 침몰사고 25일째인 10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댓길에서 한 실종자 어머니가 먼 바다를 향해 아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두 손모아 기도하고 있다.
▲ '기도가 하늘에 닿아 부디 무사히 돌아오길' 세월호 침몰사고 25일째인 지난 10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댓길에서 한 실종자 어머니가 먼 바다를 향해 아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두 손모아 기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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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도 세월호 속 아이들의 구조를 기도하는 꿈을 꿨다. 슬픔은 일상이 됐고, 아침마다 일어나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4월 16일'이다.

아이들이 불쌍하고 유가족 분들께 죄송하다.

나도 공범이다. 책임이 있다. 어른이 되고 10년 넘게 아무것도 바꾸질 못했다. 아이들이 그렇게 된 건 내 잘못이 아닐까. 죄인이 분향소에 가도 되는 걸까, 빈소에 가서 유가족 분들과 슬픔과 아픔을 나누어도 되는걸까 수십 번, 수백 번 고민했다.

단원고 자원봉사단 누리집(http://www.sewolhelp.wo.to/)에서 빈소 봉사활동을 신청하게 된 건, 영정사진의 교복 입은 동생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서였다.

도착해 아이에게 인사를 하러 영정사진을 마주보니 꾹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자원봉사단 메뉴얼에는 유가족 분들 앞에서 심한 슬픔의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었는데,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는다는 것은 무척 힘들었다.

"형이 너무 미안해. 고치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인터넷을 보면 아이들의 죽음과 유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너무 쉽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이들에게 '제발 한 번만 빈소에 와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진도에서 유가족들이 대통령과 총리에게 "제발 시신안치소에 죽은 아이 얼굴 한 번만 보고 가라"라는 절규가 어떤 의미였는지 너무 잘 이해가 됐고, 아픔의 크기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부조리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사회

우리 사회는 부조리와 생계가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모두가 부조리에 눈을 감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언론 등에 이야기됐던 위험한 선박 증축을 해도 눈 감아 주는 공무원, 형식적인 안전 검사, 몰래 평형수를 빼고 과적을 하는 승무원과 직원들, 생명을 구하는 구조활동보다 보고서 작성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 공권력, 국민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기 보다 통치권자의 심기를 불편케 하면 안 되는 높으신 분들, 유가족을 배려하기 보다는 권력의 입맛에 맞는 글만 쓰는 언론들까지.

이게 과연 그들만의 이야기일까.

어른들이 지금껏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잘못된 관행 때문에 아이들이 죽었다. 해맑고 천진한 미소를 보이며 수학여행 꿈에 한껏 부풀어 올랐던 17살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 250명의 인생이 바다 속에 사라졌다. 그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온 우주 보다 아끼고 사랑했던 부모님 500명의 세상도 사라졌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단원고 아이들의 질문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돌아간다.

한 달 뒤에는 월드컵이 있고 사람들은 노란색을 잊고 다시 붉은 색을 입을 것 같다(<서울신문> 문소영 논설위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월드컵에서는 붉은 색 대신 노란 색을 입자'라는 의견을 써놨다, 나는 좋아요를 눌렀다).

그런데 영정사진의 동생은 내게 묻고 있었다.

'형도 그럴거야? 형도 나 잊고 살아갈거야?'

기억하고 아파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잊지 않아야 하는건 우리가 모두 이 사고를 일으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용인했던 관행, 당연하다고 여겼던 부조리와 잘못에 '안 된다'고 외치지 않으면, 세월호에서 죽어간 단원고 아이들 250명은 하늘에서도 걱정 어린 눈빛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른다.

빈소의 아이는, 단원고의 아이들은 묻고 있었다. 잊지 않을 수 있느냐고. 고칠 수 있냐고.

우리들의 약속은?

봉사활동을 마치던 날 오전 6시. 유가족 어머님, 아버님께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께 두 가지 약속을 드렸다. 하나, 매년 4월 16일 꼭 추모공원에 찾아와서 아이를 기억하겠다고. 둘, 세상을 꼭 고치겠다고.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보호해줘야 하지만, 국민도 국가가 그렇게 잘 하고 있는지 계속 지켜보고 감시하고 외쳐야 한다. 서로는 서로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하늘에서 단원고 아이들이 지켜보며 묻고 있다. 잊지 않을 수 있느냐고. 잘 할 수 있느냐고. 바꿀 수 있냐고.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 전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 책임이 있는 우리 모두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고대 안산병원 빈소에서 야간 봉사활동을 한 김민후 님의 봉사활동 후기입니다. 이 글은 <단원고 봉사지원팀> Facebook 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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