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일 태릉빙상장에서 인터뷰중인 김연아 선수

3.31일 태릉빙상장에서 인터뷰중인 김연아 선수 ⓒ 곽진성

 

4월 2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011 ISU 세계 피겨 선수권대회>. 그간 대회를 앞둔 김연아 선수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피터 오피가드(51.미국)(이하 오피가드) 코치의 합류 문제였다. 3월 20일 입국한 김연아 선수는 세계 선수권 대회전까지 태릉 빙상장에서의 연습을 계획했지만, 미국에 있는 오피가드 코치가 한국에 오는 것은 쉽게 결정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얼마 후, 기분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오피가드 코치가 3월 31일 오전에 대한민국에 입국해 김연아 선수를 지도한다는 것이었다. 오피가드 코치의 신속한 결정은, 대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컸을 김연아 선수의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일임에 틀림 없었다.   

 

김연아의 든든한 조력자, 코치 오피가드

 

 태릉빙상장에서 인터뷰중인 김연아와 오피가드 코치

태릉빙상장에서 인터뷰중인 김연아와 오피가드 코치 ⓒ 곽진성

 
3월 31일. 오피가드 코치는 장거리 이동의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김연아 선수의 공개 연습에 함께했다. 지난 22일 연습 공개가 김연아 선수의 첫 쇼트 프로그램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면, 31일은 오피가드 코치의 면면을 확인 할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15분의 짧은 연습 시간이었지만, 오피가드의 지도 스타일을 파악하는데는 큰 도움이 됐다.
 
그동안 오피가드 코치의 지도 스타일은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가 처음 김연아의 코치로 선정되었을 때, 지도방식에 관한 것보다는 피겨의 전설 '미셸콴'의 형부라는 특이한 인연만이 언론에 부각됐었다.

 

오피가드는 제15회 캘거리 동계올림픽 페어부문 동메달의 주인공이었지만, 코치로서의 큰 이력은없었다. 그렇기에 일부 피겨 팬들 사이에서 그가 과연 '피겨 여왕 김연아'를 잘 코칭할 수 있을까에 대한 작은 염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31일 연습 때 본 오피가드 코치는 김연아 선수의 든든한 조력자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연습중인 김연아와 오피가드 코치

연습중인 김연아와 오피가드 코치 ⓒ 곽진성

 오피가드 코치와 연습중인 김연아 선수

오피가드 코치와 연습중인 김연아 선수 ⓒ 곽진성

 김연아와 오피가드 코치

김연아와 오피가드 코치 ⓒ 곽진성

 
 김연아 선수의 훈련모습

김연아 선수의 훈련모습 ⓒ 곽진성

 

그의 지도방식에서, '훈계'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대신 '지켜보고' '함께하는' 모습이 자주 엿보였다. 연습 중간 중간에 오피가드 코치와 김연아 선수가 서로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오피가드 코치는 요란한 몸짓이나 큰소리 대신,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김연아의 뒤에서 연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술, 예술적으로 거의 결함을 찾아 볼 수 없는 김연아 선수에게 이런 지도방식은 모범 답안처럼, 적절해 보였다.
 
김연아 선수가 오피가드 코치같이 훌륭한 피겨의 동반자를 만난 것은 2011시즌을 준비하는 그녀의 특별한 행운처럼 느껴졌다. 오피가드 코치의 합류로 김연아 선수는 표정은 한층 밝아보였다. 김연아 선수는 22일 연습에서도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지만 오피가드 코치와 함께한 31일은 연신 웃음 띤 얼굴로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꿈을 찾아가는 김연아의 여정, 오피가드를 만나다  

 

 김연아 선수와 오피가드 코치가 즐겁게 대화중이다

김연아 선수와 오피가드 코치가 즐겁게 대화중이다 ⓒ 곽진성

 

피겨 스케이팅에서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지도자(코치)를 만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어떤 코치를 만나느냐에 따라 기량이 급성장할 수도, 때론 슬럼프에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코치가 좋다, 딱히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선수에 따라 '자율형 코치'와 '압박형 코치' 등등. 필요한 스타일의 코치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주니어, 시니어를 막론하고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의 코치 교체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이런 코치 교체 과정을 '스승을 배신하는 것'처럼 잘못 오해할지 모르지만, 피겨에 관심있는 이라면 이런 코치 교체가 '훌륭한 과외 선생님'을 찾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피겨선수나 피겨 코치, 그리고 피겨팬들에게 필요한 일이다.

 

 즐거운 표정의 김연아와 오피가드 코치

즐거운 표정의 김연아와 오피가드 코치 ⓒ 곽진성

 

김연아 선수에겐 과거 훌륭한 코치들이 함께 했다. 어린 시절, 그녀의 정신적, 기술적 기량을 성장시켜준 류종현, 김세열, 지현정 코치, 그리고 정확한 기술 코칭으로 정평이 나있는 신혜숙 코치는 성장하는 김연아에게 날개를 달아준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훌륭한 코치들은 더 높이 날아오르려는 김연아에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더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성장하는 그녀에게 더 적합한 코치를 찾아 떠날 수 있게 배려해 줬다. 그런 과정 속에서 김연아는 또 한명의 훌륭한 스승 오피가드를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오피가드 코치를 만나기 전인,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후의 김연아에게는 영광과 함께 아픔이 존재했다. 꿈에 그리던 동계 올림픽 피겨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그 뒤 코치 교체 과정에서 터져나온 수많은 '말'들이 그녀를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3.31일 태릉빙상장에서 인터뷰중인 김연아 선수와 오피가드 코치, 김연아 선수가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3.31일 태릉빙상장에서 인터뷰중인 김연아 선수와 오피가드 코치, 김연아 선수가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곽진성

 

특히 이전 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가, 미공개 상태의 '김연아의 2011 시즌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한 것은 김연아를 비롯해 많은 피겨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당시 훈련에 매진했던 김연아 선수가 받았을 충격은 가히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당시, 국내 뿐만이 아니라, 국외에서도 오서 코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는 그가 피겨의 오랜 금기를 깨트렸기 때문이다. 시즌을 앞두고 선수의 '프로그램' 공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그런데 프로그램의 보안을 지켜줘야 할 코치가, 그런 당연한 의무를 기만한 것에 대한 분노였다.

 

최근 오서코치가 제자였던 애덤 리폰 선수(미국)에 의해 '2년여' 만에 계약이 해지당한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하게 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성적 부진으로 인한 결별이었지만, 불현듯 필자의 머릿 속에는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코치를 믿고 따를 선수는 없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인터뷰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김연아 선수와 오피가드 코치, 오피가드 코치에게 자신이 넘어질뻔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인터뷰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김연아 선수와 오피가드 코치, 오피가드 코치에게 자신이 넘어질뻔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곽진성

더구나 애덤 리폰이 새로 계약한 코치가 어떤 유명 코치가 아니라, 그간 오서 코치의 보조 코치격이었던 '기슐랭 브리앙'이라는 사실은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기게 했다.

 

그렇기에 성적 부진으로 마음 고생을 한 후, 뒤늦게 코치를 교체한 애덤 리폰보다 좀 더 일찍, 새로운 코치를 찾아 떠난 김연아의 선택은 현명해 보였다. 훌륭한 스승을 찾는 과정은 고됐지만, 덕분에 듬직한 코치 오피가드를 만나게 됐으니 말이다. 

 

오피가드 "김연아의 예술성, 새로운 경지에 올랐다"

 

3월 31일 공개 연습이 끝난 뒤, 김연아 선수와 오피가드 코치는 취재진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기서 오피가드 코치는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받아적는 취재진의 글자를 춤추게 했다. 

 

 인터뷰 도중 김연아 선수가 환하게 웃고있다

인터뷰 도중 김연아 선수가 환하게 웃고있다 ⓒ 곽진성

"2011시즌 김연아의 새로운 프로그램은 예술성에 초점을 맞췄다. 개인적으로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에 예술성을 부각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예술성은 새로운 경지에 올라섰다고 본다."

 

김연아의 안무에 대해, '새로운 경지'라고 언급한 오피가드 발언 속에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넘쳤다.

 

하지만 그것은 오만과는 또다른 것이었다. 자신의 제자 김연아에 대한, 그리고 그녀의 기량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김연아의 프로그램은 이미 미국에 있을때 완성됐다. 앞으로 문제는 남은 기간동안 체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대회가 열리기 3주 전에 안정감을 갖고, 2주 전에는 보다 강하게 체력을 끌어올릴 것이다."

 

철저한 계획을 갖고, 세계 선수권 대회를 준비중인 오피가드 코치. 그리고 든든한 조력자와 함께 꿈을 빚어가는 김연아. 두사람은 지금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김연아와 오피가드는 즐거운 콤비가 되어, <2011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의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 가고 있었다.

2011.04.09 17:44 ⓒ 2011 OhmyNews
김연아 오피가드 세계 피겨 선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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