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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이 종결자 타이틀을 얻기 위한 거센 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올림푸스 XZ-1(왼쪽)과 루믹스 LX5.
 똑딱이 종결자 타이틀을 얻기 위한 거센 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올림푸스 XZ-1(왼쪽)과 루믹스 LX5.
ⓒ 올림푸스, 파나소닉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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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처음 기자가 됐을 때, 500만 화소짜리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이하 '똑딱이')를 들고 다녔다. 거금 25만 원이 들어간 이 똑딱이는 강원도 수해 현장, 매향리, 화물노동자 1박2일 동행 취재에서도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하지만 이 카메라는 점점 내 손에서 멀어져갔다. 사진기자들의 수백만 원짜리 카메라 앞에서 꺼낼 용기가 없었던 탓이다.

4년이 지난 지금, 당당히 똑딱이를 들고 다닌다. 보통의 상황에서 이 조그마한 '똑딱이'가 '아반떼' 중고차 한 대 값인 고성능 카메라만큼 잘 찍힌다(고 느낀다). 수동조작이 가능하고 휴대하기 간편하다. 사진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화질 차이를 쉽게 구분할 수 없다.

내게 이러한 세상을 만들어준 것은 지난해 9월 출시된 '루믹스 LX5'(이하 'LX5')다. 파나소닉에서 만든 LX 시리즈는 '똑딱이 종결자'로 불린다. 이미 똑딱이 세계를 평정하고, 상급 기종으로 렌즈 교환이 가능한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와 크기를 작게 한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에 도전 중이다.

헌데, 최근 LX5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바로 올림푸스에서 지난 1월 내놓은 'XZ-1'이 강력한 도전자로 등장한 것이다. 카메라 동호회 사이트에선 "LX5와 XZ-1 중 하나를 추천바랍니다"라는 글이 쏟아진다. LX5 사용자인 기자 역시 궁금했다. 어떤 똑딱이가 '종결자' 칭호를 받아야 하는지 말이다.

[LX5의 공격] 넓은 화각으로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시원함

LX5와 XZ-1의 기본 성능은 막상막하다. 두 똑딱이 모두 1000만 화소 남짓한 해상도를 보여준다. "1000만 화소 '폰카'도 있는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있을 터다. 좋은 화질의 사진을 만드는 데 화소는 부차적인 요소다. 필름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 크기와 렌즈가 더 중요하다.

두 똑딱이는 똑딱이 중에서도 큰 크기의 이미지센서(1/1.63인치)를 자랑한다. 이 센서의 크기와 함께 곧 살펴볼 렌즈의 성능이 수많은 똑딱이 사용자를 울리는 배경 흐림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자, 이제 똑딱이 세계의 두 강호가 벌이는 건곤일척의 격돌을 살펴보자.

먼저 LX5의 공격. 처음 LX5를 받아본 사람은 카메라 앞 왼쪽 하단에 황금색으로 표기된 'L'이라는 글자에 뿌듯함을 느낀다. 명품 라이카(Leica) 인증 렌즈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넓은 화각(카메라의 시야)은 만족도를 높인다. LX5는 최대 24㎜(초점거리)의 화각을 자랑한다. 이 정도면 DSLR에서도 퍽 괜찮은 넓은 화각이다.

XZ-1의 화각은 최대 28㎜에 그친다. 카메라의 시야가 좁다는 뜻이다. 아래 사진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찍은 사진인데, XZ-1의 사진을 보면 LX5의 사진과 비교해 건물과 뒤쪽 산이 잘려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자 친구 사진을 주로 찍는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풍경을 담을 때는 답답하다.

'루믹스 LX5'의 사진(위)과 '올림푸스 XZ-1'의 사진(아래). 화각 차이로 인해, 루믹스의 사진이 올림푸스보다 더 넓다. 또한 루믹스는 근접 촬영이었음에도 자동초점(AF) 모드에서 의도대로 정확히 꽃에 초점이 맞았지만, 올림푸스는 그렇지 못했다.
 '루믹스 LX5'의 사진(위)과 '올림푸스 XZ-1'의 사진(아래). 화각 차이로 인해, 루믹스의 사진이 올림푸스보다 더 넓다. 또한 루믹스는 근접 촬영이었음에도 자동초점(AF) 모드에서 의도대로 정확히 꽃에 초점이 맞았지만, 올림푸스는 그렇지 못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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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Z-1은 근접 촬영(접사)에서도 문제를 보인다. 보통 사용하는 자동초점(AF) 모드에서 XZ-1은 사물의 약 15cm 내로 접근할 수 없다. 초점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LX5는 그 절반의 거리에서도 초점이 맞는다. 앞서 찍은 사진은 화단에 초점을 맞춘 것인데, XZ-1은 초점이 맞지 않았다.

또한 XZ-1은 접사 모드를 사용하려면, 서로 다른 버튼 3개를 눌러야 한다. 반면, LX5는 렌즈 옆에 부착된 버튼을 이동시켜 접사모드를 바로 선택할 수 있다.

동영상 촬영에서도 LX5가 뛰어나다. LX5는 동영상을 촬영할 때 초점이 빠르게 변환돼 만족스럽게 촬영할 수 있다. 반면 XZ-1은 초점 변환이 느리고, 심지어는 초점을 제대로 못 잡는다. 화질은 두 똑딱이 모두 HD급으로 괜찮은 편이다.

[XZ-1의 반격] 밝은 렌즈로 흔들리지 않는 세상을 본다

여기까지만 보고, "XZ-1의 패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LX5에 'L'이 표기돼있다면, XZ-1에는 'F 1.8'이라는 표기가 눈에 띈다. XZ-1이 똑딱이 종결자에 도전장을 내밀게 한 필살기가 바로 이것이다.

'F 1.8'은 조리개 수치가 1.8임을 의미한다. 조리개는 렌즈를 통과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로, 숫자가 낮을수록 조리개 크기를 작게 해 더 많은 빛을 들어오게 한다. 다시 말해, 렌즈가 밝다는 게다. 밤에도 흔들림이 적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배경 흐림 효과도 뛰어나다. LX5의 라이카 인증 렌즈(F 2.0)보다 밝다.

사실 렌즈가 조금 더 밝다고 해서,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는 아니다. 밝은 렌즈와 함께 손 떨림 보정 장치와 높은 감도(ISO)에서의 노이즈 억제력도 중요하다. 결국 기자는 두 똑딱이를 밤새 찍어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둘 모두 손 떨림 보정 장치를 켰고, 감도는 400으로 맞췄다.

실내등이 켜진 차량 안에서 XZ-1의 셔터 스피드는 대략 1/5~1/20초다. LX5는 약 1/4~1/6초 정도다. XZ-1이 좀 더 넉넉한 셔터 스피드를 제공한다. 그만큼 사진에서 흔들림이 덜하다는 뜻이다. 아래 확대 사진에서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확대하지 않을 경우, 그 차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올림푸스 XZ-1으로 찍은 사진(왼쪽)의 흔들림이 루믹스 LX5보다 적다. 실내등이 켜진 화물차 안에서 같은 위치에 두고 찍은 것이다.
 올림푸스 XZ-1으로 찍은 사진(왼쪽)의 흔들림이 루믹스 LX5보다 적다. 실내등이 켜진 화물차 안에서 같은 위치에 두고 찍은 것이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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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조작성도 XZ-1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고급 카메라를 사는 이유는 '쨍한'(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수동 기능 조작성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XZ-1은 렌즈 겉면에 달린 컨트롤 링을 통해 조리개 수치 등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카메라 뒤편에 뻑뻑한 다이얼이 달린 LX5보다 편하다. 6가지의 아트 필터 기능도 XZ-1이 자랑하는 기능 중 하나다. 

결과는 무승부... LX5는 풍경 사진에, XZ-1은 인물 사진에 적합

LX5의 '넓은 화각' 공격과 XZ-1의 '밝은 렌즈' 반격. 결과는 무승부 쯤 되겠다. 아니, 둘 모두 똑딱이 중 최고임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윈윈'이다. 카메라 동호회에서 둘 중 하나를 추천해달라는 수많은 질문에도 답변이 양분되는 이유다. 다만, 화각이 넓은 LX5는 풍경을 찍기 좋고, XZ-1은 인물 사진에 더 능하다.

LX5의 무게는 233g으로 XZ-1(275g)보다 가볍고, 크기도 다소 작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LX5는 60만 원, XZ-1은 55만 원에 살 수 있다.

기자는 LX5 사용자로 XZ-1을 구입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늦은 밤에 취재하거나 인물 사진을 찍어야할 때, XZ-1이 좀 그리울 것 같다.


태그:#LX5, #XZ-1, #파나소닉, #루믹스, #올림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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