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뷰(OhmyView)>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의 눈높이로 제품을 꼼꼼히 따져봅니다. 대상은 따로 없습니다. 자동차든, 휴대폰이든, 금융상품이든…. 가장 친소비자적인 시각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또 이 공간은 각 분야에 관심있는 전문블로거나 시민기자 등 누구에게도 열려있습니다. - 편집자 말

지난 4일 애플 아이패드2와 모토로라 줌이 나란히 전시된 종로의 한 IT기기 전문 매장에서 한 고객이 두 제품을 비교해 보고 있다.
 지난 4일 애플 아이패드2와 모토로라 줌이 나란히 전시된 종로의 한 IT기기 전문 매장에서 한 고객이 두 제품을 비교해 보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아이패드2는 아이폰을 써 봐서 익숙하고 모토로라 줌은 새로운 맛이 있네요."

지난 4일 낮 서울 종로에 있는 한 IT기기 전문 매장에선 4월 중 출시를 앞둔 애플 아이패드2와 모토로라 줌을 나란히 전시했다. 이른바 '태블릿 배틀'. 마침 아이폰용 이어폰을 귀에 꽂은 한 젊은 손님이 두 제품을 번갈아가며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자신의 첫 태블릿을 저울질하며 끝까지 '중립'을 지켰지만 그의 최종 선택을 짐작하기가 어렵진 않았다.

6만5000 대 100, 해보나 마나 한 싸움?

지난달 2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모토로라 줌 발표회 때까지만 해도 승부는 자명해 보였다. 비록 구글이 태블릿에 최적화했다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허니콤(3.0버전)을 처음 탑재했다고 하지만 이미 태블릿 전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싸움에서 '100대 6만5000'으로 애플 앱스토어에 절대 열세다. 더구나 3월 초 스티브 잡스가 직접 선보인 애플 아이패드2(8.8mm, 610g)는 두께와 무게 등 '체감 스펙'에서 이미 모토로라 줌(12.9mm, 730g)을 압도했다.

잠깐이나마 두 제품을 직접 살펴본 뒤 그 차이를 더 실감했다. 아이패드1만큼 묵직해 한 손으로 들기엔 버거운 모토로라 줌에 비하면 아이패드2는 마치 얇은 잡지나 쟁반을 '쥔' 듯했다. 해상도가 높은 줌(1280×800)에서 작은 글씨들이 더 또렷해 보이긴 했지만 터치감이나 화면 전환 속도는 아이패드2에 미치지 못했고 종종 헛손질하는 느낌을 받았다.

카메라 성능(전면 200만, 후면 500만 화소, 플래시 장착)이나 기본메모리(RAM, 1MB) 정도를 빼면 '스펙'상으로도 아이패드2(전면 30만, 후면 70만 화소, 512MB)보다 내세울 게 별로 없었다.

애플 아이패드2(왼쪽)와 모토로라 줌. 오른쪽 사진은 두 제품을 맞대 옆에서 본 모습.
 애플 아이패드2(왼쪽)와 모토로라 줌. 오른쪽 사진은 두 제품을 맞대 옆에서 본 모습.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모토로라 줌-애플 아이패드2 사양 비교
 모토로라 줌-애플 아이패드2 사양 비교
ⓒ 고정미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4월 '태블릿 배틀'은 이대로 싱겁게 끝날 것인가? 지난 사흘 직접 다뤄본 모토로라 줌은 앞서 석 달 남짓 사용해 손에 익은 아이패드1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바로 10.1인치 태블릿에 최적화된 허니콤(honeycomb) 사용자 환경이다.

그래도 줌과 허니콤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

사실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같은 운영체제(iOS4.x)를 사용한다. 그래서 9.7인치에 걸맞은 차별적인 사용자 환경은 찾아볼 수 없다. 다섯 살배기 우리 아이가 '큰 아이폰'이라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반면 허니콤은 기존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한 단계 발전시켜 '태블릿 전용'다운 화면 구성을 선보였다. 여러 단점에도 모토로라 줌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앞으로 전개될 태블릿PC 사용자 환경 변화를 가장 앞장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우선 모토로라 줌은 전면 하단에 있던 기능 버튼들을 모두 없애고 액정 화면 안으로 숨겼다. 덕분에 상하좌우 액정화면을 감싸는 배젤 두께는 아이패드(20mm)보다 5mm 정도 줄어 상대적으로 화면이 넓어 보였다. 

대신 액정화면 아래에 PC 윈도우 하단 메뉴처럼 왼쪽엔 '이전 화면 버튼', '홈 버튼', '창 버튼' 등 기능 버튼을, 오른쪽엔 앱 다운로드나 메시지 도착 등 작업 상황을 표시했다. '창 버튼'을 누르면 최근 사용한 앱이나 기능 5가지가 왼쪽 화면에 떠 바로 가기나 '멀티 태스킹(두 가지 이상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이 가능했다.     

모토로라 줌 홈 화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위젯과 앱 바로가기 버튼을 배치할 수 있다.
 모토로라 줌 홈 화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위젯과 앱 바로가기 버튼을 배치할 수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홈 화면은 5개까지 확장할 수 있고 캘린더, 날씨, 뉴스, 유튜브, 트위터, 시계 같은 위젯이나 자주 쓰는 앱 바로 가기 버튼도 자유자재로 끌어다 배치할 수 있다. 유튜브나 'USA투데이', 'CNN' 같은 허니콤 전용 앱들은 태블릿에 맞춰 제법 큰 사진을 활용한 실시간 위젯을 함께 제공했다.

크롬 웹브라우저 역시 PC처럼 큰 화면을 활용해 상단에 탭 형태로 다른 창으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 4인치 남짓한 좁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공간 활용도 허니콤의 특징이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답게 곳곳에 구글 음성 검색, G메일, 유튜브, 구글맵, 캘린더 등 구글 서비스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도 눈에 띈다. 유튜브 홈화면 구성도 아이패드용과 달리 15개 영상이 3차원으로 배치돼 있고 음성 검색도 기본 제공하고 있었다. 음성 문자 입력기를 뜻하는 마이크 표시는 키보드에도 기본 탑재돼 간단한 이메일이나 쪽지, 메모도 직접 말로 입력할 수 있을 있었다.  

모토로라 줌은 전면 기능 버튼을 모두 없애고 모두 화면 안에 배치했다. 키보드엔 음성 입력기가 기본 탑재돼 있어 간단한 단어나 문장을 말로 입력할 수 있다.
 모토로라 줌은 전면 기능 버튼을 모두 없애고 모두 화면 안에 배치했다. 키보드엔 음성 입력기가 기본 탑재돼 있어 간단한 단어나 문장을 말로 입력할 수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허니콤 앱은 20개?... 한글 앱은 '갤탭' 덕에 체면치레 

다만 허니콤 자체가 등장한 지 이제 한 달밖에 안 된 탓에 줌에 최적화된 앱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줌에 기본 제공되는 앱도 구글 앱들 외에 '앵그리 버드'나 미식축구게임 백브레이커THD 같은 등 '전시용' 게임 4가지가 고작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허니콤 전용 앱은 100개 정도라고 깎아내렸지만 저스틴 윌리엄스라는 한 미국 IT 블로거(www.Carpeaqua.com)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찾아낸 모토로라 줌에 최적화된 앱(안드로이드 버전 3.0 이상)은 고작 20개에 불과했다.

인체 모습을 3차원으로 보여주는 '구글 바디'가 눈에 띌 뿐 CNN, USA투데이 등은 기존 아이패드 버전과 큰 차이는 없었다. 이 가운데 국내 앱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나마 YTN, SBS뉴스 등 7인치 갤럭시탭에 최적화된 일부 태블릿 앱들이 체면치레를 했고 '월간 산' 같은 일부 앱들은 줌에선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모토로라 줌 등 안드로이드 태블릿용 USA투데이 앱(왼쪽)과 아이패드용.
 모토로라 줌 등 안드로이드 태블릿용 USA투데이 앱(왼쪽)과 아이패드용.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당장 '스캔서치'나 '트위터'처럼 기존 안드로이드폰 앱들을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해상도 차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뉴욕타임스 태블릿 버전'은 기기 호환이 안 된다며 아예 줌에 깔리지도 않았고 '페이스북' 등 일부 앱은 설치가 되더라도 실행 시 오류가 발생해 무용지물이었다.

그나마 하드웨어 사양에서도 아이패드2는커녕 아이패드1조차 압도하지 못했다. 우선 모토로라에선 16:9 와이드 스크린에 가까운 화면비를 내세우고 있지만 유튜브 HD 동영상를 재생할 때는 화면비가 불리한 아이패드 화질이 더 또렸해 보였다. 오히려 일부 유튜브 HD 동영상 재생 시 아이패드가 중간 끊김 현상 정도에 그쳤던 반면 줌에선 불러오기 자체에 짧게는 수 분 길게는 10분 넘게 걸리기도 했다..

또 화면 구성 방식에 차이가 있긴 했지만 같은 'USA투데이' 전용 앱이나 웹사이트 접속 속도를 비교해 봤을 때 플래시 재생 등을 감안해도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갖춘 줌이 1Ghz 싱글코어인 아이패드1을 뛰어넘는 속도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플래시까지 달린 500만 화소 카메라 역시 HD급(1080p) 동영상 촬영까지 가능했지만 화질이나 감도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고 본격적인 '휴대용 카메라'로 활용하기엔 10.1인치 크기는 역시 부담이었다. 오히려 아이패드2의 70만 화소짜리 '저사양' 카메라가 비용 대비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아이패드의 더딘 배터리 충전 속도만큼은 줌이 확실히 따라잡았다. 화면을 끈 상태에서 20분 정도 충전했을 때 아이패드 배터리가 2%p 늘어나는 동안 줌은 16~18%p씩 늘어나 큰 차이를 보였다.

모토로라 줌 뒷쪽 500만 화소 카메라. 플래시도 달려있고 HD급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전원 버튼도 스피커와 함께 단말기 뒷쪽에 달려 있다.
 모토로라 줌 뒷쪽 500만 화소 카메라. 플래시도 달려있고 HD급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전원 버튼도 스피커와 함께 단말기 뒷쪽에 달려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소비자는 준비된 태블릿을 원한다

시장에 나온 지 이제 한 달 정도 지난 허니콤 태블릿에게 1살짜리 아이패드 못지않은 성능이나 앱 활용도를 기대하긴 어렵다. 더구나 모토로라 줌에겐 삼성 갤럭시탭이 내세웠던 한글 앱이나 지상파 DMB 같은 '국산 프리미엄'조차 없다. 앞으로 허니콤 태블릿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면서 전용 앱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대신 갤럭시탭10.1이나 LG 옵티머스 패드 같은 토종 강자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지난 모토로라 줌 국내 발표회에서 정철종 모토로라코리아 대표는 아이패드 4:3 화면비를 '구식'으로 깎아내리며 '와이드 스크린' 등 '보는 태블릿'을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가능성 있는 제품보다는 당장 준비된 제품을 원한다. 그런 점에서 모토로라 줌은 비교 상대를 잘 못 고른 셈이다.

더구나 모토로라 줌은 SK텔레콤을 통해 80~90만 원대 고가인 3G(WCDMA) 제품만 출시할 예정이어서 소비자 선택이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모토로라 줌이 내세우는 '보는 태블릿'을 부각시킬 만한 풍부한 앱과 콘텐츠가 지금은 더 절실해 보인다. 


태그:#모토로라 줌, #아이패드2, #태블릿, #아이패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