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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암 투병생활을 함께 한 지 2년 째, 휴학생이란 신분으로 학교를 기웃거린 지도 2년이 되었다. 이제 아버지의 투병생활도 회복이란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어 복학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는데, 병원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아버지 건강을 신경 쓰던 투병생활만큼 마지막 학기 생활이 힘들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대학교 본부 건물에 붙은 다음과 같은 현수막 내용 때문이었다.
 
"등록금 인상률 전국 1위, 4.9% 용감한 동아대."
 
사실 그동안의 등록금은 학자금대출을 통해 충당했다. 부모님이 공무원이라 3학년(6학기)까지는 무이자로 학자금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4학년부터는 4%의 이자가 붙게 된다.
 
어쨌든 대출로 등록금을 충당하고 졸업을 해도 내 명의의 빚은 고스란히 남는다. 휴학생은 휴학하기 직전 학기의 등록금으로 등록할 수 있지만, 남은 학기는 인상된 등록금으로 다녀야 하고 이 또한 대출을 해야만 한다. 빚더미에 오르는 일은 시간 문제다.
 
그러던 차에 우리 학교에서 학생 총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학 후 듣도보도 못한 학생총회. 당장 내 발에 떨어진 일인 만큼 동아리 선배로서 인맥을 모아보기로 했다.
 
"등록금 마련하려 휴학하고 알바, 그새 또 올라"
 

사실 이번 학기 등록금 인상을 막지 못한다면 내 다음 학기 등록금도 올라가니까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학회동아리의 후배들과 등록금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이것이 꼭 내 문제만은 아니란 걸 알게 됐다.
 
"300만원 가까운 등록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학교 복지에 대부분 쓰일 텐데 과거 학교에 다니던 선배 얘기를 통해서 듣는 학교 시설이나 지금 시설이나 별로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 선배 생각에도 그렇지 않나요?"
 
"학교등록금과 생활비를 위해 휴학하며 1년 동안 대형할인마트에서 일했는데, 또 인상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솔직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에요. 이러다가 돈 벌다가 대학생활 다 마치는건 아닌지…."
 
또, 이번 학기 3학년이 되는 한 후배는 과거 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친구였는데 등록금 마련을 위해 휴학을 하기로 하였다. 동아리 활동도 잠정적으로 못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학교 빨리 졸업하고 취업준비하려고 했는데 학교 다니려면 등록금이 필요한 거고. 그 등록금 마련하려면 부모님이 대출을 하거나 해야되는 건데. 마음이 좀 쓰이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이번 학기 휴학하고 창원에 있는 물류 업체에 아르바이트 하기로 했어요. 그것 때문에 학회활동도 좀 힘들 것 같아요. 봐주세요 선배."
 
후배들에게 인상된 등록금이란 최소한의 대학생으로서 배움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었다. 학교 시간표를 알바 스케줄 맞추어야 하는 스트레스, 늦게 일을 끝나고 돌아와 리포트를 써야 하는 고통까지.
 
복학 앞둔 휴학생이 후배들과 학생총회 간 사연
 

후배들에게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함께 운동장에 가서 화풀이 좀 하고 오자!"
 
그렇게 해서 지난달 30일, 학교 대운동장에는 2000명 남짓한 학생들이 모였다. 학생들의 손에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라고 쓰인 노란 피켓이 들려 있었다. 등록금인상철회 안건으로 총회가 진행되자 학생들의 목소리는 떠나갈 듯했다. 학생총회 단상에 11학번 후배가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저희 부모님은 제 등록금 벌이를 위해 일 하고 계십니다. 딸아이의 등교를 위해 지금도 어머니는 식당일을 하고 계실 것이고 아버지는 집에 늦게 들어오시는데 무슨 일을 그렇게 힘들게 시키는지 말이 없으십니다. 제가 대학교에 와서 우리 부모님이 더 힘든 건가요? 총장님이나 학교 이사장님은 대답해주세요. 제가 대학교에 온 게 죄입니까?"
 
3월, 대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된 11학번 한 후배는 학생총회 단상에서 눈물을 떨궜다. 학교재단에서 보았을 때 4.9%의 인상률은 아주 낮은 수치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4.9%의 수치는 11학번 새내기와 부모님의 몸과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함께 온 후배들과 나는 그렇게 학생총회 대운동장과 대학본부를 향해 외쳤다. 2학기에 당장 알바 시장으로 가야한다는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그리고 돈 걱정 없이 후배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기 위해 외쳤다.
 
그러나 동아대학교 학생총회는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되었다. 학교는 학생총회의 성사유무와 관계없이 등록금 인상에 대한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더불어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등록금 인상에 짜증나고 분노하고 고통받는 나와 같은 대학생, 후배들의 모습이다.
 
아직 학생총회는 끝나지 않았다. 후배들과 함께 대운동장에서 외쳤던 "학생은 주인이다, 등록금인상 철회하라"의 구호가 계속 되었으면 한다. 학교는 쉬고 있지만 함께 외칠 것이다. "등록금인상 철회하라!" 곧 복학을 앞둔 휴학생의 잔인한 4월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태그:#동아대, #학생총회, #인문학회KARMA, #KARMA, #등록금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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