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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뷰(OhmyView)>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의 눈높이로 제품을 꼼꼼히 따져봅니다. 대상은 따로 없습니다. 자동차든, 휴대폰이든, 금융상품이든…. 가장 친소비자적인 시각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또 이 공간은 각 분야에 관심있는 전문블로거나 시민기자 등 누구에게도 열려있습니다. - 편집자 말

4월 초 출시를 앞두고 3월 31일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 전시된 모토로라 아트릭스.
 4월 초 출시를 앞두고 3월 31일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 전시된 모토로라 아트릭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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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 제품들을 너무 봐서 좀 무뎌진 것 같아요."

지난 3월 29일 모토로라 줌 발표회에서 만난 한 '열성' IT 전문기자의 넋두리다. 이른바 '신상 피로감'은 소비자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 태블릿에 스마트 플레이어까지 연일 비슷비슷한 스마트 기기들이 쏟아지다 보니 이젠 그 나물에 그 밥 같다.

제조업체는 제조업체 나름대로 어떻게든 차별화된 신제품을 내려고 저마다 안간힘이다. 아이폰4와 갤럭시S 고화질, 초슬림 경쟁부터 '액정 크기 종결자'가 된 5인치 델 스트릭, N-스크린 기능을 살짝 얹은 '갤럭시S 호핀', 머리가 둘이라는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2X'와 구글 '진저브레드'를 앞세운 넥서스S까지 저마다 '우리는 뭔가 다르다'고 외친다.

스마트폰 차별화 경쟁에 있어 '모토로라 아트릭스(ATRIX)'도 결코 만만치 않다. 고화질과 듀얼코어 프로세서, N-스크린은 기본, 지문 인식 기능과 랩독, 멀티미디어독 같은 묵직한(?) 액세서리까지. 확실히 그럴듯한 스펙이다. 독 액세서리를 앞세워 기존 노트북, PC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모토로라 아트릭스. 지난 1주일 동안 그 성공 가능성을 살펴봤다.

듀얼코어 스마트폰 모토로라 아트릭스와 LG 옵티머스2X 사양 비교
 듀얼코어 스마트폰 모토로라 아트릭스와 LG 옵티머스2X 사양 비교
ⓒ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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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릭스보다 빛난 독 액세서리, 과연 필요할까?

지난 3월 22일 받은 제품은 일단 푸짐했다. 지난 삼성 웨이브2 리뷰 때는 달랑 스마트폰과 전원 어댑터가 고작이었는데, 여긴 노트북 같은 랩독(Lapdock)과 멀티미디어독이란 근사한 액세서리들까지 함께 딸려 왔기 때문이다. 덩달아 '제품 훼손-분실시 책임'이라는 살 떨리는 경고문까지.

지난 3월 초 국내 발표회에서 아트릭스보다 눈길을 끈 게 바로 이 독(Dock) 액세서리들이었다. 아트릭스를 랩독에 꽂자마자 바로 전원이 들어오면서 11인치 화면에 스마트폰 화면이 그대로 뜬다. 웹톱(webtop)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일종의 컴퓨터 본체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화면 아래에는 통화 기능부터 웹 서핑(파이어폭스), 파일 관리, HD 영상 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연결 등 주요 기능 아이콘들이 죽 배열돼 있어 애플 맥북을 연상시켰다.

랩독 자체는 투박해 보였지만 11.6인치 스크린, 풀 키보드, 트랙패드, 스테레오 스피커, USB포트, 배터리 등 외형상 갖출 것은 다 갖췄고 무게 1.1kg에 두께 13.9mm로 11인치 새 맥북 에어(1.06kg)를 보는 느낌이다. 다만 CPU나 메모리, 저장장치가 따로 없어 아트릭스만 빼면 무용지물이다. 말 그대로 '두뇌' 없는 노트북이랄까.

모토로라 아트릭스(왼쪽)을 랩독에 꽂으면 모니터에 스마트폰 화면이 그대로 뜬다.
 모토로라 아트릭스(왼쪽)을 랩독에 꽂으면 모니터에 스마트폰 화면이 그대로 뜬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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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에 갇힌 스마트폰, 효용성은 물음표

발상 자체는 기막히지만 효용성은 물음표다. 단지 동영상을 좀 더 넓은 화면에서 보고 문서 작성이나 웹 검색할 때 편리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과 같이 들고 다니기엔 아무래도 번거롭다.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키보드 독에서 한 단계 진화한 듯 보이지만 결국 '옥상옥'인 셈이다.

적어도 랩독이 노트북이나 넷북을 대체하려면 현재 스마트폰과 모바일 운영체제, 응용 프로그램 성능이 PC 수준으로 향상돼야 하는데, 시간도 시간이지만 굳이 독에 갇힌 스마트폰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나올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랩독 미국 출시 가격이 500달러(약 55만 원)로 요즘 웬만한 넷북 가격인 걸 감안하면 합리적인 액세서리는 아니다.

차라리 랩독보다는 HD멀티미디어독에 눈길이 간다. 보기보다 꽤 묵직했는데 HDTV 옆에 HDMI 단자끼리 연결해 꽂아두면 아트릭스 안에 있는 동영상이나 음악, 사진 등을 TV에서 바로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콘텐츠를 스마트폰, TV, 모니터, 태블릿 등 여러 기기에서 동시에 본다는 'N-스크린' 기능이다. 또 멀티미디어독 자체에 USB 포트가 있어 키보드와 마우스, 모니터와 연결하면 랩독처럼 활용할 수 있다. 

HD멀티미디어독. HDMI포트와 USB포트가 있어 PC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등과 연결해 모토로라 아트릭스를 PC본체처럼 활용할 수 있다.
 HD멀티미디어독. HDMI포트와 USB포트가 있어 PC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등과 연결해 모토로라 아트릭스를 PC본체처럼 활용할 수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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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막상 N-스크린 기능을 체험할 기회가 없었는데, 지난 주말 아트릭스와 TV를 연결해 보여줬던 애니메이션을 기차 안에서 바로 이어서 보여줬을 때 놀라는 아이 표정에서 그 필요성을 실감하기도 했다. HD 동영상을 볼 때 16:9 와이드스크린 화면비와 일치하는 아트릭스 해상도(960×540)도 나름 강점이다. 여백이 없어 화면을 넓게 쓸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때 보는 영상과 결과물 크기가 일치하는 것도 이점이다.  

물론 멀티미디어독이 없더라도 HDMI 케이블로 연결만 해도 TV나 모니터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다행히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이 지난 3월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100달러(약 11만 원)짜리 멀티미디어독을 아트릭스 기본 번들로 제공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번들로 제공한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겠지만 스마트폰은 역시 독에 갇혀 있을 때보다 손안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스마트폰이다. 그렇다면 아트릭스 자체는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을까?

모토로라 아트릭스를 TV에 연결해 영상, 음악,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모토로라 아트릭스를 TV에 연결해 영상, 음악,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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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둘이면 속도도 2배 빠를까?

LG전자 옵티머스2X에 밀려 빛이 바랬지만 아트릭스 역시 듀얼코어 프로세스(CPU)를 장착했다. 역시 같은 엔비디아 태그라2 1Ghz CPU를 사용했는데, 아트릭스가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미 소비자가전쇼(CES2011)에서 '최고 제품상'을 받는데도 일조했다. 

스마트폰 CPU는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구동시키는 핵심장치다. 듀얼코어 CPU는 사람의 뇌처럼 연산 기능을 하는 '코어'가 2개여서 두 가지 이상 작업을 동시 수행하는 멀티태스킹 환경에서 유리한 걸로 알려졌다. 다만 머리가 둘이라고는 해도 어차피 같은 자원을 나눠 쓰기 때문에 속도가 2배까지 빨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한 가지 프로그램만 가동할 때는 같은 1Ghz 싱글코어보다 늦을 수도 있다. 

모토로라 아트릭스 지문 인식 장면.
 모토로라 아트릭스 지문 인식 장면.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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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아트릭스를 쓰면서 듀얼코어 성능을 체감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기존 스마트폰에서도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해도 PC처럼 한 화면에 동시에 뜨지 않는 한 과부하가 걸리는 일은 드물다.

오히려 랩독 등을 이용해 큰 화면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띄워놓고 그 능력을 비교 테스트해야 할 텐데, 속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줄 뿐 듀얼코어가 어떤 능력을 발휘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다만 앞으로 듀얼코어 환경에 맞춘 무거운 모바일 프로그램들이 등장한다면 제 능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아트릭스가 스마트폰에 처음 도입한 기술이 지문 인식 보안 장치다. 상단 가운데 붙은 전원 버튼이 지문 인식 장치 역할을 하는데, 미리 사용자 지문을 입력해 두면 본인 외에는 스마트폰 잠금 장치를 풀 수 없다. 오른손과 왼손 집게손가락을 몇 차례 아래위로 문지르면 자동으로 지문을 인식하는데, 일단 등록이 되면 다른 손가락에는 반응을 하지 않았다.

숫자 암호 입력이나 안드로이드 패턴 암호 입력 방식도 가능하지만, 일단 잊어버릴 일이 없고 자신 이외엔 쓸 수 없다는 건 매력적이다. 다만 지문을 등록할 때 종종 오류가 발생하고 잠금 해제 때도 지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아직 불완전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노트북 자리 넘보는 아트릭스, 자충수 될 수도

랩독에 꽂은 모토로라 아트릭스
 랩독에 꽂은 모토로라 아트릭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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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릭스는 빠르면 4월 2일이나 4일쯤 KT와 SK텔레콤을 통해 동시 출시된다. 공식 출고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돼 아이폰4나 옵티머스2X와 같은 수준에서 판매될 걸로 보인다. 랩독, 멀티미디어독 역시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통신사들을 통해 국내 판매할 예정이다.

아트릭스는 이미 지난 1월 말 국내에서 출시된 옵티머스2X와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된다.  해상도, 기본메모리, 카메라 화소수 등 일부 차이를 빼면 운영체제, CPU 종류뿐 아니라 크기, 외형까지 많이 닮았다. 또 아이폰4와 갤럭시S가 양분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넘버3'를 노리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아트릭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노트북과 PC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하지만 "성공하려면 반걸음만 앞서라"는 말이 있다. 너무 앞서 나간 나머지 독(Dock) 액세서리를 활용한 기능을 소비자들이 거추장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시장에서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은 아직 독보다 손안에 있을 때 더 잘 어울린다.


태그:#모토로라, #아트릭스,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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