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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꺼먹다리 산소길 여행 중 꺼먹다리에서 자전거 동호회원들을 만났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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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칼의 노래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김훈 작가께서 지난해 10월 폭주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느림의 미학을 가르치기 위해 다녀갔던 강원도 화천의 북한강변 산소 길.

그날 참여했던 한 학생이"가장 친한 친구가 오토바이로 사고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번 기회로 친구들이 오토바이를 타지 못하도록 자전거를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 했다던가!

산소길 여행을 위해 화천읍내 옆 붕어섬 입구에 위치한'자전거 대여소'라는 간판이 붙은 곳에서 5천원을 내고 자전거 한대와 헬멧 그리고 물을 한 병 공짜로 얻었다.

그런데 자전거를 빌려주는 직원이 답사가 끝난 후 자전거를 반납하면 5천원을 상품권으로 다시 돌려준단다. 일종의 보증금인 셈.

이곳에서 부터 북한강변 산소길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부터 북한강변 산소길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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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최상류인 이곳 강물은 멀리 북한에서 발원해 평화의 댐을 거치고 파로호에 갇혀 몇날며칠 수문 열리기를 기다리다 나를 만났는지 모를 일이다. 이것 또한 인연이려니.

30여km의 자전거 산소길 탐방을 작정하고 페달을 천천히 밟았다.
강변에 지난해 멋대로 자란 마른 수초와 그 사이에서 먹이 다툼을 하는 원앙과 물오리 떼는 푸덕거리며 도망가는 시늉이라도 할 만한데 이곳을 지나는 사람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길 옆 강변의 정취가 그윽하다
 자전거길 옆 강변의 정취가 그윽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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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바위, 그대 소망 이루어지리니

출발한지 5분여, 대이리라는 마을을 지나다 자전거도로 옆에 위치한 미륵바위에서 멈췄다. 미륵을 닮은 구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는데, 왜 이 크지도 않은 5개의 바위를 미륵바위라 했을까!
가장 큰 형님격인 바위의 크기는 170cm를 넘지 않을 정도. 화려함이나 웅장함도 없다.

전해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조선말엽 이곳 마을에 장 아무개 라는 선비가 살았단다. 선비는 매일 습관처럼 미륵 바위를 찾아 정성을 드렸다.

그 때문인지 그 선비는 후에 장원에 급제했다. 때문에 이 바위는 대학입
시철만 되면 사람들로부터 절을 참 많이 받는단다. 주위를 살피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빠른 자세로 엉거주춤 절을 하는 젊은이. 아마 취업이나 간절한 어떤 바람이 있어서일 게다. 그런데 왜 주위를 빠르게 스캔할까? 미물의 바위덩이에 절을 하면 자신이 바라는 어떤 것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보다 쪽팔림의 강도가 좀 더 세기 때문이겠지.

미륵바위
 미륵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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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5개의 바위 중 가장 작은 바위 하나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단다.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아래지방에 사는 어떤 사람이 이 바위하나를 집에다 가져다 놓고 매일 기도를 하면 뭔가 큰 소망이 이루어 질 거라는 기대에서 몰래 가져갔으나, 집안에 우환이 그치지 않아 다시 되돌려 놓았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한국전쟁에서 과연 적군만 죽었을까!

조금 더 위쪽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다 만난 곳은 화천 발전소. 현존하는 수력발전소 중 가장 연로한 유물이겠다.
한국전쟁 당시 이 발전소 탈환을 위해 중공군 3개 사단이 파로호에 수장이 되었다지 않은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크게 무찔렀다는 뜻의'파로호'를 명명했다. 그런데 의아해지는 것은 중공군은 3개 사단 병력 즉, 3만여 명이나 전사를 했다는데, 아군의 사망숫자는 전사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 없다.

얼마전 헬리콥터를 타고 찍은 사진
▲ 파로호 얼마전 헬리콥터를 타고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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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과 유엔군은 너무 용맹스러워 총알이 피해 다녔나? 이곳 화천에서 한국전쟁을 치루셨다는 김달육씨는'시체에 걸려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군의 시체가 넘쳐났다'고 말한다. 그런데 첩첩산중이라 종군기자들의 출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전사에 기록된 것이 없을 거라는...설득력이 있는 말씀이다.

다른 산과 떨어져 있다고 해서 딴산

꺼먹다리
 꺼먹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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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먹다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노란색이라면 노랑다리라고 했을 테지만 다리 상판 목조의 수명연장을 위해 골타르를 칠했기 때문에 색깔이 까맣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44년경 화천발전소 건설을 위해 만들어진 이 다리의 교각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얻은 상처인 포탄과 총탄 자국만이 그때의 상황을 말해준다.

딴산
 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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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산 인공폭포
 딴산 인공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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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산. 참 촌스런 이름이다.
왜 딴산인지 물어볼 필요도 없이 다른 산과 이웃하지 못하고 별도로 떨어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란 걸 짐작케 한다.

옛날 주물주가 대단한 작품을 하나 만들기로 하고 전국의 멋진 산과 바위들을 금강산으로 소집했는데, 울산에서 출발한 어떤 바위는 가다가 힘에 부쳐 설악산에 머물렀다 하여 울산바위라 하고, 이 딴산도 조물주의 부름을 받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이곳에 눌러 앉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건너편을 보자.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이 뭐가 그리 아쉬워서일까 딴산 인공폭포는 얼음덩이를 안은 자태로 웅장하게 서있다.

파로호의 옛이름은 대붕제

화천댐
 화천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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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숲 사이 비포장 자갈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어마어마한 시멘트 덩이가 가로막는다. 화천댐. 10억1천800만t의 물을 가두고 있다는데,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잘 가늠되지 않는다. 이 화천댐이 가두어 놓은 호수가 산속의 바다라고 불리는 38.88㎢ 규모의 파로호다.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파로호라는 이름을 얻기 전까지 이 호수의 이름은 대붕제였다.

이 마을 명칭이 구만리이다. 옛날 대붕이 이곳에 살았는데, 날개 짓 한번으로 구만리를 날아갔다 하여 붙여진 마을 이름과 호수 이름이다. 이 호수가 이렇게 멋진 고유의 이름이 있는데도 전쟁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강제 개명되었다는 것이 서글프다. 최근 중국 사람들이 파로호 명칭에 대해 불쾌하게 여긴다 하여 옛 명칭(대붕제)을 다시 사용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단다. 그런 이유라면 차라리 파로호라는 명칭을 그냥 쓰자.

물위도 달리는 야릇한 상쾌함

화천댐이 가로막아 더 나아갈수 없다. 따라서 여기가 반환점이다.
'이구가 고개'라는 푯말이 보인다. 댐 앞의 언덕의 경사가 너무 심해 자전거를 타고가지 못하고 머리에 이고(이구)가야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올라갈 때 건너편에 보였던 산길을 따라 꺼먹다리와 화천 발전소를 통과해 차로로 접어들었다. 이 구간에서 자전거길이 끊겼다는 아쉬움도 잠시. 북한강변 산소 길의 꽃이라 불리는 물위도로에 도착했다.
폰툰위에 목재를 견고하게 깔아 물위에 띄워 놓은 물위도로. 1km길이의 이 물위 도로는 생각과는 달리 흔들림도 없다.

물위길 1km 구간 출발점
 물위길 1km 구간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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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원시림 흙길
 숲속 원시림 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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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를 자전거로 달리는 이 야릇한 상쾌함에 이어지는 원시림 흙길도로 1km 구간. 원시림이란 표현을 좀 과장된 것 같고, 그냥 강변 숲속 길 정도의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자연훼손 방지를 위해 터줏대감격인 나무들과 바위를 피해서 만들어진 길이란다. 지나다보면 머리를 숙이라고,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라고 나무와 바위들이 말한다(푯말이야 사람들이 만들었겠지만, 꼭 나무들이 말하는 것 같다)

이곳은 봄이면 산나물이 지천, 가을이면 머루며 다래, 도토리가 널부러져 산토끼와 다람쥐를 모으고, 청설모와 담비, 수달이 덩달아 찾는 숲속 길은 그들이 주인이고 그저 나는 나그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숲속 길을 빠져 나와 강변으로 시원하게 뚫린 자전거 길을 따라 1.5km가량을 달리자 2시간 전에 출발했던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강변을 가로지른 또 하나의 통통 다리를 건너 자전거를 반납하는 것으로 화천 산소길 여행을 마쳤다.

북한강변 산소길 자전거 여행, 느림의 미학이란 거창한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한번쯤 일상에서 벗어나 강변을 따라 내려오는 신선한 산소도 한껏 마셔도 보고, 그 강물속에 녹아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여유와 넉넉함을 권한다.

강 건너편에 2시간30분전에 출발했던 장소가 보인다.
 강 건너편에 2시간30분전에 출발했던 장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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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산소길 이용안내(대중교통을 이용시)
1. 서울에서 춘천역까지 경춘 전철을 이용(1시간10분소요)
2. 춘천역 건너편에서 화천행 버스를 탄다
   (화천까지 30여분 소요)
3. 화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자전거 대여소인 붕어섬 입구로  
   도보이동(3분소요)
4. 북한강변 자전거 산소길 탐방(2시간30여분 소요)


태그:#화천, #북한강 산소길, #자전거 100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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