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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조대의 한 중국음식점의 짬뽕
 하조대의 한 중국음식점의 짬뽕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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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짬뽕 전문가 되겠다. 짬뽕 국물을 그릇째 들고 마시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곳은 하조대에 있는 중국음식점. 나는 혼자 짬뽕을 먹는 중이었다. 지난 3월 25일 저녁이었다.

혼자 여행할 때 가장 만만한 음식점은 중국음식점이다. 혼자 들어가도 절대로 문전박대 당하지 않고, 1인분만 주문해도 눈치를 거의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딜 가나 꼭 중국음식점이 있는 건 아니다. 아예 식당이 없는 곳이 있으니, 중국음식점이 없는 곳도 있는 거야 당연하지 않겠나. 그래도 어지간한 곳이면 다 있기는 하다.

홀로 제주에 갔을 때도, 거금도에서도, 진도에서도, 양양에서도 나는 중국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가끔은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서 가기도 했지만, 홀로 가기 적당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꼭 짬뽕을 먹었다. 여러 가지 야채와 해물이 들어가는 완전(?)한 영양을 갖춘 음식이라는 나만의 이유에서.

그렇다고 여럿이 어울려서 여행을 갔을 때 짬뽕을 절대로 안 먹은 것은 아니다. 철원에 갔을 때도 친구들과 어울려 짬뽕을 먹었고, 바우길 카페 회원들과 주문진 항에 갔을 때도 짬뽕을 먹으러 갔다.

철원에서 먹은 해물짬뽕
 철원에서 먹은 해물짬뽕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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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에서 해물짬뽕을 먹고 맛이 그저 그랬다, 는 내용을 기사에 넣었다가 쥔장에게 유감스럽다면서 꼭 다시 들러달라는 메일을 받기도 했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다시 갈 예정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때는 집에 있을 때도 갑자기 짬뽕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먹으러 가기도 했다. 한 집만 정해놓고 가는 게 아니라, 이 집 저 집 순례 다니듯이. 그래서 우리 동네에 있는 중국음식점 대여섯 군데의 짬뽕 맛은 거의 다 봤다.

짬뽕을 찾아 먹다가 새롭게 깨달은 것은 요즘은 짬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돌아다니다 보면 중국음식점이 아니라 짬뽕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내건 음식점이 심심치 않게 보이더란 얘기다.

처음에는 짬뽕을 먹을 때는 짬뽕 맛이 그게 그거고, 거기서 거기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자꾸 먹으니 그게 아니더라.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고 목소리가 다르고 행동이 다른 것처럼 중국음식점마다 짬뽕 맛이 다르더라는 얘기다.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니 국물 맛이 다를 수밖에 없고 면발 역시 다르다. 해물만 넣은 것이 있는가 하면 돼지고기가 들어간 짬뽕도 있었다.

하조대 중국음식점 짬뽕은 기대 이하였다. 국물은 따끈하고 얼큰했으나 뒷맛이 개운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요즘 식재료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더니, 건더기 인심이 사나웠다. 양파나 배추 등의 채소도 몇 점 없었고, 특히 오징어는 아주 잘게 썰어 넣어서 낚시질을 하게 만들었다. 그 낚시질 심히 어렵더라. 홍합은 그래도 많이 넣은 편이었으나, 그 역시 10개가 넘지 않았다. 면발은 불지 않았으나, 씹으면서 질기다는 생각을 했다. 면발이 탱탱 불은 집도 있었으니, 그에 비하면 낫기는 했지만.

주문진 항에서 먹은 짬뽕.
 주문진 항에서 먹은 짬뽕.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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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에 양양 읍내에서 먹었던 짬뽕은 이렇게까지 내용물이 빈약하지 않았다. 양파를 비롯한 채소류가 나름대로 듬뿍 들어간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집이 훨씬 나았다, 는 결론을 혼자 내린다. 이건 순전히 개인 입맛에 근거한 결론이므로, 다른 사람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사람 입맛이라는 게 늘 똑같은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내 입맛조차도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면서 한 생각은 여행을 가면 그 지방의 짬뽕을 먹어보자, 는 것. 굳이 이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그러고 있으니까. 자의든 타의든, 홀로 여행을 하는 경우 내 발은 늘 중국음식점 문 앞에 머물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고 있으니 말이다.

P·S : 여행 가면 꼭 들러볼 수 있게 지역마다 맛있거나 유명하거나 특색 있는 짬뽕을 만드는 중국음식점 있으면 알려주세요. 짬뽕 때문에 여행지를 택할 수도 있으니까.


태그:#짬뽕, #도보여행, #하조대, #철원, #주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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