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동점골의 주인공, 인천 DF 디에고

멋진 동점골의 주인공, 인천 DF 디에고 ⓒ 심재철

 

지난 해 하반기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수비 조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공격수들이 여러 골을 넣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경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허정무 감독이 9월 4일부터 지휘봉을 이어받았지만 그 이후 2승 6무 3패라는 비교적 초라한 성적표를 내고 말았던 것이다.

 

이에 허정무 감독은 2011년을 준비하면서 인천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을 가장 먼저 바꾸어 놓았다. 인천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임중용 선수는 플레잉 코치(2군 코치)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고, 안재준(전남)과 안현식(경남)은 다른 팀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새롭게 내세운 수비수들은 모두 새 얼굴들로 꾸려졌다. 브라질에서 디에고를, 전남에서 정인환을 데려왔고 부산과 상무에서 활약했던 배효성에게는 주장 완장까지 맡겼다.

 

이러한 수비진의 변화에 대해 지난 12일 인천을 방문했던 제주 유나이티드의 골잡이 김은중은 인천을 향해 '수비 축구'라는 조금 자극적인 표현을 쓰면서 답답했던 경기 양상을 표현했던 적이 있다.

 

단순히 인천 유나이티드의 포메이션(3-5-2 또는 3-4-3)만 놓고 보면 김은중의 발언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록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비록 득점 없이 끝났기는 했지만 그 경기에서 인천은 11개의 슛 기록 중 절반이 넘는 6개의 유효 슛을 남겼고, 방문 팀 제주 유나이티드는 6개의 슛 기록 중 단 2개만이 유효 슛으로 남았다.

 

그를 포함하여 산토스, 이상협, 배기종의 유효 슛 기록이 단 한 개도 남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렇게 우겨서는 곤란하다. 그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본 바로는 배기종만이 조금 위협적이었지 김은중과 산토스의 경기력은 지난 해 2위 돌풍을 이끌었던 핵심 인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상협은 60분간의 출장 기록이 있지만 나온지도 모를 정도였다. 인천 선수들도 그렇게 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들의 부진한 경기력을 다른 색으로 포장하기 위해 상대 팀을 향해 '수비 축구'라고 비난해서는 안 되는 경기였다.

 

수비수들의 흥미로운 득점 맞대결

 

허정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0일 낮 3시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 K-리그 3라운드 대구 FC와의 맞대결에서 1-1로 아쉽게 비기며 정규리그 첫 승리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했다.

 

 인천 FW 유병수가 대구 수비수들을 따돌리며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 FW 유병수가 대구 수비수들을 따돌리며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는 16일 저녁에 같은 곳에서 벌어진 대전 시티즌과의 리그 컵 대회 A그룹 첫 경기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두고 그 좋은 분위기를 정규리그 첫 승리로 이어가고자 노력했지만 후반전에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겼다.

 

대전과의 안방 경기에서 높은 공을 다투다가 정수리 왼쪽 부분이 찢어져 4바늘이나 꿰맸던 골잡이 유병수가 다행스럽게도 시작부터 나와서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만족할만한 공격력을 자랑하지 못했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못했던 탓도 있지만 안상현과 안재훈 등 상대 수비수들의 거친 대응이 그 원인이기도 했다. 이러한 공격력 약화는 방문 팀 대구 FC도 마찬가지였다. 조직력을 조금씩 완성시키고 있는 인천 수비수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그러자 실제 득점은 공교롭게도 양팀의 왼쪽 수비수들이 만들어냈다. 28분, 방문 팀의 골이 먼저 나왔다. 오른쪽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대구 수비수 이지남은 송한복이 왼발로 찬 공이 떼굴떼굴 굴러오자 오른발로 방향을 바꿔 인천의 골문을 흔든 것.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인천 수비수 디에고도 데뷔골을 기어코 터뜨렸다.

 

전반전 종료 직전에 대구 골 라인으로부터 약 35미터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 인천의 카파제가 슬쩍 밀어준 공을 왼발잡이 수비수 디에고가 시원스럽게 후려찼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제대로 뻗어가며 대구 골문 오른쪽 톱 코너를 꿰뚫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골이었다.

 

바이야와 송한복의 충돌, '양보 없다'

 

안방 팀의 허정무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유준수와 김재웅을 들여보내며 더 공격적인 주문을 통해 정규리그 첫 승리를 노렸지만 아쉽게도 역전 결승골은 터지지 않았다. 그 결정적인 이유로 수비형 미드필더 송한복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두 팀은 세 명의 수비수 앞에다 다섯 명의 미드필더를 두면서 양보 없는 허리 싸움을 경기 내내 전개했다. 그 중심에서 바이야와 송한복이 자주 충돌했던 것이다. 아마도 두 선수가 제 역할을 다해주지 못했다고 하면 골은 더 나왔을 것이며 경기 결과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끼리의 맞대결, 인천 MF 바이야가 대구 MF 송한복을 피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끼리의 맞대결, 인천 MF 바이야가 대구 MF 송한복을 피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심재철

 

카파제, 김재웅, 디에고 등과 함께 2011년 인천 유나이티드 새내기들 중 최고의 수확으로 꼽히는 바이야는 경기 내내 공이 오가는 곳에 항상 눈에 띌 정도로 왕성한 움직임을 자랑했다. 상대 공격의 맥 끊기는 기본이고 다시 공격으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그 연결 고리 역할을 군더더기 없이 해낸 것이다.

 

반대로 대구 FC의 송한복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인천의 중앙 공격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는 항상 그가 훼방꾼이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도 그의 자리 배치는 효율적이었고 때로는 이상덕과 나란히 가운데 수비 역할까지 훌륭하게 해내는 바람에 인천의 공격력이 더 무디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들 두 선수의 빼어난 활약만으로도 축구의 수비가 실제 수비수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미드필더 중에서도 수비 성향의 핵심 인물이 중앙에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의 역할을 고려하여 '그라운드의 지우개'라는 별명이 붙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천 MF 카파제가 대구 MF 송한복을 피해 공간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인천 MF 카파제가 대구 MF 송한복을 피해 공간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 심재철

 

이제 열흘 이상의 휴식기를 보내며 두 팀은 다음 달 2, 3일에 리그 4라운드를 준비하게 된다. 대구는 2일 저녁에 대구시민운동장으로 전남 드래곤즈를 불러들이며 인천은 3일 낮 3시에 창원 축구센터로 들어가 경남 FC와 만난다.

덧붙이는 글 | ※ 2011 K-리그 3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3월 20일 낮 3시 인천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대구 FC [득점 : 디에고(45분,도움-카파제) / 이지남(28분,도움-송한복)]

◎ 인천 선수들
FW : 김명운(46분↔유준수), 유병수(76분↔박준태)
MF : 장원석(46분↔김재웅), 이재권, 바이야, 카파제, 전재호
DF : 디에고, 배효성, 정인환
GK : 윤기원

◎ 대구 선수들
FW : 조형익(72분↔김민구), 송제헌(90분↔김현성)
MF : 송창호, 안상현, 주닝요(85분↔최호정), 송한복, 박종진
DF : 이지남, 이상덕, 안재훈
GK : 백민철

2011.03.21 09:09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11 K-리그 3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3월 20일 낮 3시 인천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대구 FC [득점 : 디에고(45분,도움-카파제) / 이지남(28분,도움-송한복)]

◎ 인천 선수들
FW : 김명운(46분↔유준수), 유병수(76분↔박준태)
MF : 장원석(46분↔김재웅), 이재권, 바이야, 카파제, 전재호
DF : 디에고, 배효성, 정인환
GK : 윤기원

◎ 대구 선수들
FW : 조형익(72분↔김민구), 송제헌(90분↔김현성)
MF : 송창호, 안상현, 주닝요(85분↔최호정), 송한복, 박종진
DF : 이지남, 이상덕, 안재훈
GK : 백민철
K-리그 디에고 바이야 인천 유나이티드 FC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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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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