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종류가 참 많아요. 격정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사랑이 있는 반면, 정신적인 것을 더 중요시하는 사랑도 있죠. 여기에다 요즘 막장 코드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불륜도 있어요. 영화 제목만보면 순정만화 같은 <꼭 껴안고 눈물 핑> 역시 요즘 유행하고 있는 불륜을 다루고 있어요.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드라마에서 봐왔던 막가파식의 막장은 아니란 점이죠. 나름 순수하고 동화적인 느낌이 나도록 영화는 구성되었지만, 이 작품을 어떤 코드에 맞추어야 하는지 난감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해요.

이 작품에 등장한 인물들은 현실성이 거의 없어요.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인 찬영(이켠), 그의 아내인 미선(신동미), 그리고 찬영에게 애정공세를 펼치는 단비(고준희) 등 등장한 인물들이 보여준 반응들이 정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단 것이죠. 연극배우 찬영과 결혼한 미선은 연상이지만 그에게 첫사랑이었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사랑과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음을 감안하면 행운의 사나이라 할 수 있어요. 물론 연극배우란 입장 때문에 아내인 미선이 실제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있죠.

결국 찬영은 자신의 직업을 이해해주고 뒤에서 도와주는 아내가 있었기에 연극을 계속 할 수 있었단 의미에요. 그런데 같은 연극에 출연한 단비의 애정공세를 받고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죠. 찬영의 아내는 남편 외도를 알고도 사랑이란 열병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뒷바라지 하는 것도 모자라서 남편의 외도까지 넓은 마음으로 참아내고 있는 것이죠.

영화에서 다룬 내용은 가정이 있는 남편의 불륜이지만, 실상 영화를 보면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꿈 같이 아름다운 사랑은 이런 것이라 설교하는 것 같아요. 아내의 경제적인 도움으로 겨우 연극배우 생활을 이어가는 찬영에게 단비가 보여주는 현실은 달콤해요. 언제나 마음에 짐으로 있었던 현실적인 문제에서 찬영이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무리 달콤하다 해도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이란 감정은 결국 서로 보고자 하는 부분만 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예요.

찬영과 단비의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현실적인 사랑이 아닌 자신들이 보고 싶어 하는 일부분만 보면서 이루어지는 사랑이죠. 이와 반대로 아내인 미선의 경우 이 작품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부분을 보고 있는 캐릭터예요. 아무리 찬영과 단비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진다고 해도 전혀 현실성이 없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현실위에서 사랑이 그려지지 않고 판타지 같은 사랑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해주면서 영화는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섰어요.

관객들이 찬영과 단비의 사랑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말 드라마 같은 이야기란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현실에서 과연 이런 사랑이 가능 하겠어 질문한다면 더 대답은 명확해지고 말아요. 물론 영화가 현실에서 벗어난 사랑 이야기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극적인 요소가 확실히 잘 살아 있어야하죠. 찬영과 아내 미선의 이야기에 다른 극적 임팩트가 존재해야만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찬영의 현실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인정해줄 수 있단 것이예요.

하지만 <꼭 껴안고 눈물 핑>은 이런 부분이 전혀 없어요. 찬영과 아내 미선 사이에 큰 트러블조차도 없었는데 아무런 이유없이 또 다른 불륜에 빠지게 되는 찬영만 존재하고 있어서 영화에 대한 느낌과 감정은 더욱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되는 것이죠. 주인공의 사랑이 관객들 감성에 전혀 닺지 않게 되는 것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