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한국시각) 제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칸, 베니스, 베를린 같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진 못하지만, 세계 영화의 중심인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제인 만큼 그 관심은 여느 세계적인 영화제를 능가한다.
국내에서도 영화전문 케이블 TV를 통해 생중계된 2011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킹스 스피치, 초반 부진 딛고 주요 4개 부문 석권
▲ <킹스 스피치>는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 웨인스타인컴퍼니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세계 흥행 기록을 다시 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에 굴욕을 안겨 주며 화제를 모았다. 대신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휩쓸었다.
무려 9개 부문이나 후보에 오르며 <타이타닉>(11개 부문 수상)의 재현을 노렸던 <아바타>는 촬영상, 시각효과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는 데 그쳤다. 공교롭게도 비글로우 감독은 카메론 감독의 전 부인이다(사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쟁쟁한 두 작품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바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와 연설 공포증이 있는 말더듬이 왕 조지 6세의 이야기를 그린 <킹스 스피치>다.
<소셜 네트워크>와 <킹스 스피치>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 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서 경합했다. <소셜 네트워크>와 <킹스 스피치>는 시상식 초반부터 각색상과 각본상을 나눠 가지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소셜 네트워크>는 각색상에 이어 작곡상과 편집상을 수상하며 2011년 아카데미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듯 했다. 그러나 감독상에서부터 <킹스 스피치>의 반격이 시작됐다.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이 데이빗 핀처와 코엔 형제(더 브레이브) 같은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감독상을 차지한 것이다.
이어 콜린 퍼스가 남우주연상을 차지했고, 작품상에서도 시상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킹스 스피치>를 외쳤다. 결과적으로 <킹스 스피치>는 각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작품상을 싹쓸이하며 2011년 아카데미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작년 여름 국내에서 개봉해 550만 관객을 모았던 <인셉션>은 촬영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등 기술부문의 상들을 휩쓸며 4관왕에 올랐고,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미술상과 의상상을 차지했다.
콜린 퍼스-나탈리 포트만, 2011 아카데미 남녀 주연상 차지
▲ 나탈리 포트만은 만삭의 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 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
사실 일반 관객들은 작품상이나 감독상, 각본상보다는 가장 훌륭한 연기를 펼친 배우들이 받게 되는 남녀 주연상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사실이다.
여우주연상에는 <블랙스완>을 통해 선악을 넘나드는 니나 세이어스를 소름끼치게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이 차지했다. <레빗 홀>의 니콜 키드만,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아네트 베닝, 최연소 후보자였던 <윈터스 본>의 제니퍼 로랜스 등이 있었지만 아카데미의 선택은 나탈리 포트만이었다.
1994년 릭 베송 감독의 <레옹>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나탈리 포트만은 데뷔 17년 만에 오스카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블랙스완>의 안무가 벤자민 마일피드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나탈리 포트만은 만삭의 몸으로 시상식장에 등장했다.
작년 여우주연상 수상자 산드라 블록이 시상한 남우주연상은 <킹스 스피치>의 말더듬이 왕위계승자 알버트 왕자를 연기한 콜린 퍼스가 차지했다.
작년 <크레이지 하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제프 브리지스의 연속 수상은 좌절됐고, 아카데미 시상식의 MC를 보기도 했던 <127 시간>의 제임스 프랭코도 '스파이더맨 친구'에서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 후보로 '신분상승'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주요 부문에서 하나의 상도 차지하지 못한 <파이터>는 크리스찬 베일과 멜리사 레오가 남녀 조연상을 싹쓸이하며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