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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가 전해주고 간 술주전자와 술잔. 도자기로 만든 주전자와 잔이다.
▲ 술주전자 아우가 전해주고 간 술주전자와 술잔. 도자기로 만든 주전자와 잔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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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북내면 상교리 지우재에서 도자기 작업을 하는 아우가 전주 한옥마을 안 전통술박물관에서 전시를 했다. 막걸리잔과 술병을 작가들이 들고 와 판매도 겸했는데, 술만 잔뜩 먹어대었지 정작 아우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짠하다. 그런데도 전시를 마치면서 술주전자와 술잔을 기념으로 주고 갔다. 항상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어야 속앓이를 하지 않는 아우의 심성이다.

도자기로 만든 술 주전자와 술잔. 우선은 남들이 생각하기에도 운치가 있다고 느낄 것이다. 소중하게 간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장에 진열을 해놓고, 매일 습관처럼 바라보고는 한다. 그것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간구를 하는 것은, 아우가 만드는 도자기가 더 많이 팔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뚜껑이 없는 술주전자. 술을 어디로 부어야 할까?
▲ 뚜껑이 없다 뚜껑이 없는 술주전자. 술을 어디로 부어야 할까?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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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이 없는 술주전자. 어쩌자는 것이여?

그런데 이 술주전자는 뚜껑이 없다. 이 술주전자를 어쩌라는 것인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술을 부어 넣을 곳이 없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그러다가 밑을 보았더니 웬 구멍 하나가 뚫려 있다. 안을 들여다 보아도 작은 구멍 하나로 무엇이 보일 것인가? 술을 부어 넣을 곳이라고는 그곳 밖에는 없으니 실험 삼아 넣어볼 수밖에.

그 작은 구멍으로 술을 따라 부으면서도 내심 걱정이다. 만일 이렇게 술을 붓고 바로 든다면 밑으로 술이 다 쏟아질 것이 아닌가. 그런데 주전자를 바로 세우자 놀랍게도 술이 한 방울도 흐르지 않는다. 계속 부어보았다. 술이 넘쳐 나온다. 결국에는 적당한 양만 마시라는 것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계영배 생각이 난다.

아무리 보아도 술을 부어 넣을 수가 없다
▲ 주전자 위 아무리 보아도 술을 부어 넣을 수가 없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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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따르는 주둥이는 있는데, 담을 수 있는 곳은 보이지가 않는다
▲ 주둥이 술을 따르는 주둥이는 있는데, 담을 수 있는 곳은 보이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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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찬다는 것은 곧 넘치는 것이니 경계를 하라'
 
'계영배(戒盈杯)'의 가르침이다. '가득 참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과음을 하지 말고, 술이 넘치지 않게 적당히 마시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잔이라고 한다. 술이 차면 저절로 새어나가게 만든 계영배. 그래서 이 술잔을 '절주배'라고도 불렀다는 것이다. 이 술잔은 드라마 '거상'에서도 선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과학자인 하백원(1781~1845)이 처음으로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술을 가득 채우면 넘쳐흐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한사람 우명옥은 자신의 방탕한 생활을 뉘우치면서 이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것을 후일 조선후기의 거상 임상옥(1779~1855)에게 전해져, 늘 이 계영배를 곁에 두고 인간의 과욕을 경계하였다는 것이다. 그가 거상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하나의 술잔이었다.

이 주전자에는 술을 뭇는 곳이 아래에 있다. 그래서 적당히 차면 넘치기 마련이다
▲ 술을 붓는 곳 이 주전자에는 술을 뭇는 곳이 아래에 있다. 그래서 적당히 차면 넘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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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으오 부어 주둥이로 따른다. 술을 적당히 담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술주전자 밑으오 부어 주둥이로 따른다. 술을 적당히 담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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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마시라는 아우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 잔 적당히 마시라는 아우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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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의 따듯한 마음이 담겨

아마 아우가 이 술주전자를 만든 것도 그런 뜻이었을 것이다. 평소 폭음을 하는 나에게 늘 '술을 적당히 마시라'는 말을 하고는 했다. 그래도 술을 입에 대면 끝없이 마셔대는 나에게 이런 술주전자를 선물한 것이다. '그 주전자에는 '차면 넘치니 채우지 말라'는 뜻이 있는 듯하다.

이 술주전자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발발했는지, 저마다 하나씩 소장하고 싶다는 말들을 한다. 연말쯤 시중에 판매를 하고 싶다는 아우는 요즈음 작업을 한다고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작업실에 불은 떼고 하는 것인지. 평소 기관지가 약한 아우가 감기라도 걸린 것은 아닌지. 그 속마음 만큼이나 주변이 따듯했으면 좋겠다. 계영배가 사람의 넘치는 것을 경계하듯, 오늘 이 아우의 따스한 마음이 깃든 술주전자가, 나 자신에게 넘치지 말기를 경계하라 타이르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술주전자, #뚜껑이 없는, #적당량, #계영배, #지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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