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북 남원시 도통동에 소재한 신라 때의 고찰인 선원사. 신라 헌강왕 1년인 875년에 도선국사가 처음으로 창건을 했다고 전해진다. 도선국사는 남원의 지형이 주산인 백공산이 객산인 교룡산에 비해 지세한 허약한 것을 알고, 백공산의 지세를 높이고자 만복사와 대복사, 그리고 선원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지금은 시내 한복판에 있는 선원사는 초창기에는 70~80명의 승려들이 상주하던 절로, 만복사에 버금가는 절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597년 정유재란 때 만복사와 함께 소실이 되어버렸다. 현재 선원사에는 보물 제422호인 철조여래좌상과 지방문화재 제119호인 약사전, 지방문화재자료 제45호인 대웅전, 그리고 전라북도 유형문화재인 동종이 전한다. 

 

 

자장면 냄새가 입맛을 다시게 하는 선원사

 

이 선원사는 시내 한복판에 자리를 하고 있어 사람들이 찾아들기가 용이하다. 선원사를 찾는 사람들은 가끔 이곳에서 맛있는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 바로 매주 수요일 점심에 절 안에 가득 차는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하는 자장면 때문이다. 그동안 선원사에서는 '자장면 공양'이라고 하여 남원의 어르신들과 인근 부대의 장병들, 어린 학생들까지 선원사의 자장면에 맛을 들였다.

 

이렇게 자장면을 주민들에게 공양을 하는 것은 바로 현 주지인 운천 스님이 부임하면서 부터라고 한다. 매번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자장면을 공양하는 것도 그리 쉽지가 않다. 더구나 군 장병들 300~400명에게 자장면 급식을 하려면 경비만 해도 40만~50만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풍족하지 않은 절에서 이렇게 자장면 공양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주지인 운천스님께 여쭤보았다.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과의 대담

 

- 이렇게 자장면을 만들게 되신 이유가 있나요?

"절이라는 곳이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꾸려나가는 곳이죠. 저희 선원사는 도심에 있으면서도 그렇게 많은 신도들이 있는 절은 아닙니다. 그러다가 보니 신도님들이 아껴 놓은 쌈짓돈을 갖고 운영을 하는데, 우리가 무엇인가 베풀지를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시작을 했습니다."

 

- 많은 음식 가운데 하필이면 왜 자장면을 택하셨는지?

"음식의 종류를 놓고 생각을 해보았는데, 군부대를 갔더니 장병들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자장면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자장면을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자장면은 만들기도 쉽지만 누구나 다들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고요."

 

- 매주 이렇게 자장면을 만들기도 쉽지는 않을 텐데요?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어르신들이 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가시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죠. 또 신도분들이 항상 도와주시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예 저희 선원사에는 이런 봉사를 하는 봉사단을 조직했습니다."

 

- 경비는 어떻게 충당을 하세요?

"대개는 저희 절에서 충당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절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그러나 매번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서 제가 지리산 야생 돼지감자를 갖고 차를 만들었어요. 그 차를 팔아서 경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또 다른 일들을 계획하고 계신 것이 있나요?

"이번에 처음으로 남원시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가졌어요. 한 500명 정도가 왔다고 하는데, 그분들에게도 자장밥을 드렸습니다. 모두들 좋아하시데요. 이런 음악회 등을 가져 시민들이 언제나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 남원은 문화의 고장인데도 불구하고 시세가 약합니다. 전국에서 살기 좋은 곳으로 치자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곳인 데도요. 그래서 우리가 앞장서서 문화도시답게, 누구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 고맙습니다.

"기자분도 자장면 한 그릇 드시고 가세요."

 

많은 사람들이 절을 찾아와 자장면을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운천 스님. 몸소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사람의 살아가는 것이 재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봉사단장 최인술 거사는 자장면을 만드는 법을 배워 직접 조리를 한다. 면을 절에서 뽑는데 필요한 기구도 샀다고 한다. "저를 사람들이 자장면스님이라고 불러요"라며 환하게 웃으시며 면을 뽑는 스님이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태그:#선원사, #자장면 , #남원, #운천스님, #자장면스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