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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독자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사랑니와 관련된 기사 중에 '임신 중에 사랑니 발치는 번거로울 수 있으니 미리 뽑는 것으로 임신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임신 중에는 아예 치과 치료가 불가능한 것인지, 또 임산부는 어떻게 구강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담고 있었다. 좋은 질문을 해주신 독자분께 감사를 드리고 오늘은 임신 중 구강 관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리 속담에 '애 셋 낳고 이빨 멀쩡한 여자 없다'라는 말이 있다. 임신이라는 것은 산모의 몸 입장에서는 여태까지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대 사건이다. 몸의 항상성을 이루고 있는 혈압, 체온, 호르몬 등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자신 외에 또 하나의 생명을 위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만 한다.

하지만 임산부의 영양 자체를 태아에게 직접 빼앗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관리만 잘 해 준다면 출산 후 건강한 구강 상태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잇몸이 증식되는 모양으로 붓는 것이 특징이다.
임신 말기에 완화되기 시작해서 출산 후 소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임신 중 호르몬의 변화가 원인이지만 관리 소홀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 임신성 치은염 잇몸이 증식되는 모양으로 붓는 것이 특징이다. 임신 말기에 완화되기 시작해서 출산 후 소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임신 중 호르몬의 변화가 원인이지만 관리 소홀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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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임산부에게 가장 흔한 임신성 치은염의 사진이다.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잇몸을 자극해서 붓게 만드는 게 원인이지만 그보다 더 큰 원인도 있다. 바로 환자의 관리 소홀이다.

임산부는 바깥 외출을 삼가하고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일 테고 또 몸이 무거워져서 평소보다 덜 움직이는 것 역시 한몫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구강 관리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임신성 치은염은 호르몬의 변화와 관리 소홀에 의한 두 가지 요인이 만나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따라서 임산부의 관리에 따라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또 혹시 발병됐다 하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임신성 치은염은 임신 9개월에 들어서면 소실되기 시작해서 출산 후에는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이 보통이고 잇몸 뼈에는 후유증이 남지 않는다.

운동 선수들 뿐 아니라 임산부에게도 필요하다.
아기의 태명을 집어 넣은 마우스 가드를 선물한다면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기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마우스 가드 운동 선수들 뿐 아니라 임산부에게도 필요하다. 아기의 태명을 집어 넣은 마우스 가드를 선물한다면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기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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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에 이가 흔들리는 증상에 대해서는 치과의사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관리가 되지 않은 잇몸병이 출산 시 과도한 힘에 의해 심화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출산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몸 전체의 근육에 영향을 미치는데 출산시의 고통으로 이를 악문다면 변화된 치주 인대가 외력을 버티지 못하고 치아 동요가 생긴다는 연구 논문도 있다.

두 가지 주장 모두 출산 시에 과도한 힘이 가해진다는 점에서는 일치함을 생각하면 출산 시에는 마우스 가드를 사용해서 이가 흔들리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좋겠다.

임신 전에 충치 치료를 미리 해두는 것이 좋은 이유는 임신 중에는 치과 진료가 어려운 것도 있지만 아기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충치의 원인균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뮤탄스균의 경우 출생 직후에는 구강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주로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또는 연인 간의 스킨십을 통해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은데 뮤탄스균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이를 전혀 닦지 않아도 좀처럼 이가 썩지 않는다

뮤탄스균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아기의 손이나 입술에는 뽀뽀를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엄마의 입 안에 진행 중인 충치가 있다면 뮤탄스균의 양 역시 많기 때문에 감염 역시 빠르게 이뤄진다. 출산 후에는 산후 조리에 신경쓰기 바빠서 치과 치료를 받을 여유가 없는 것이 보통이니 산모뿐 아니라 아기를 위해서라도 임신 전에 미리 충치 치료를 받도록 하자.

꼭이 아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임산부는 소중한 존재이다.
피할 수 있는 치통을 억지로 참는 것은 아기를 위해서도 나쁜 선택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뱃속의 아기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 꼭이 아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임산부는 소중한 존재이다. 피할 수 있는 치통을 억지로 참는 것은 아기를 위해서도 나쁜 선택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뱃속의 아기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 최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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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임신 중의 치과 치료에 대해 알아보자. 임신 중이라 해도 치과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특히 가장 안전한 시기인 임신 2기(4~6개월)에는 웬만한 진료는 다 가능하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엑스레이 기계는 조사량이 미미해서 태아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나마도 납 방어복으로 자궁 부위를 보호하면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납 방어복으로 보호 받았을 때의 조사량은 자연 상태에서 받는 방사선 조사량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임산부들의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아기에게 나쁜 짓을 했다'라는 엄마의 자책감이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까마귀 날자 배떨어지는 격으로 장애를 가진 아기가 태어났을 때 평생의 마음에 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선뜻 치과 진료를 권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결국 임산부 스스로가 임신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임산부는 아기뿐 아니라 자신의 몸 역시 소중히 여겨야만 한다. 아기 때문이 아니라도 임산부 역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고 그 사랑을 다른 이에게 나눠주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선택한 위대한 존재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 철 없는 아기라도 엄마의 몸과 마음 상태에는 무척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엄마가 아픈 것은 귀신 같이 알아내고 우울해 하는 법이다. 하물며 뱃속에서 엄마와 하나가 된 아기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사랑하는 엄마가 자기를 지키느라고 약도 먹지 않고 고통을 견디는 상황을 아기는 행복해할까.

이가 아프다면 주저하지 말고 산부인과 담당의와 상의한 후 가능한 치과진료를 받기 바란다. 미국 FDA에서는 태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A, B, C, D, X등급으로 약물을 분류해 놓았다.

A는 태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완전히 입증된 약이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약은 거의 없다. B 등급은 동물 실험 결과 태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입증되었지만 사람의 임상 연구는 완료되지 않은 약으로 대부분의 항생제, 진통제, 국소 마취제가 여기 해당한다. 즉, 100% 단언할 수는 없어도 일반적인 치과 진료는 태아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으니 안심하기 바란다.

임산부의 치과 주의사항

1. 가능하면 임신 전에 매복치 발치, 충치 치료 등의 치과 진료를 마쳐두는 것이 좋다.
2. 치과 진료 전에 임신 또는 모유 수유 중일때는 반드시 미리 얘기하자. 사전에 산부인과 담당의와 치과 치료 가능 여부를 상담하고 치과를 방문하면 더욱 좋다.
3. 치과 진료에 가장 안전한 시기는 4~6개월이다. 그 전에는 유산의 위험성 이후에는 조산의 위험성이 있다.
4. 치과의 방사선 조사나 각종 약물은 태아에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약이나 영양 보조제 등이 필요할 때는 산부인과 선생님과 상의하자. 급하게 진통제가 필요할 때는 복합 진통제가 아닌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6. 아기가 중요한 것 이상으로 산모의 몸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것.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 역시 행복하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동시게재입니다.

http://blog.naver.com/bluestag



태그:#치과, #임신, #임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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