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스틸컷

▲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스틸컷 ⓒ 20세기폭스코리아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1987년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연출한 <월 스트리트>의 속편 같은 작품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개인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상당한 친분이 있다. 그래서 그의 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직접 방문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1980~90년대 영화를 즐긴 관객들이라면 그가 연출한 영화를 1편이라도 보지 않고 지나간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는 <플래툰>(1986년), <월 스트리트>(1987년), <7월 4일생>(1989년), <도어즈>(1991년), <JFK>(1991년), <하늘과 땅>(1993년), <닉슨>(1995년), <유 턴>(1997년), <애니 기븐 선데이>(1999년) 등을 통해 당시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춘 영화를 만들어내면서 할리우드 영화감독 중 선두주자에 서있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제작비 1억5500만불이 들어간 <알렉산더>(2004년)가 북미에서 3429만불이란 엄청난 흥행참패를 기록하면서 그의 재능도 몰락하기 시작했다. 올리버 스톤 감독에게 <알렉산더>는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영화일 것이다.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역시 올리버 스톤 감독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7000만불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지만 북미에서 4832만불의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다. 북미에서 최소한 제작비에 근접해야 그나마 흥행실패란 소리를 안들을 수 있음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다. 확실히 북미 흥행에서 참패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특히 이 작품의 흥행실패가 상당히 아쉬운 것은 최근 할리우드 영화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른 샤이아 라보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1987년 <월 스트리트>의 주인공으로 이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와 골든 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마이클 더글라스(고든 게코)가 주연을 맡았단 것이다. 감독의 명성과 배우들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분명 뼈아픈 흥행성적 같아 보인다.

 

1편의 주인공 고든 게코는 증권 사기죄로 8년간 복역하고 출소한다. 엄청나게 잘 나가던 월스트리트의 큰 손이었지만 옛 영광은 그에게 남아 있지 않다. 그가 없는 사이 제이콥 무어(샤이아 라보프)는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리며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잘 나가면 어려운 일이 꼭 생긴다고 했던가? 오갈 곳 없던 그를 이끌어준 루이스 제이블(프랭크 란젤라)의 회사가 파산하면서 제이콥 무어의 좋던 시절도 끝이 나게 된다.

 

한 가지 그에게 다행스러운 일이 있다면 바로 연인 위니 게코(캐리 멀리건)의 아버지가 고든 게코란 사실. 딸과 예전 사이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고든 게코에게 제이콥 무어가 찾아간다. 제이콥 무어에게 남은 것은 제이블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에 대한 복수다. 그는 제이블의 회사를 파산 시킨 사람들의 정보를 고든 게코에게 요구하고 이 사건을 파헤쳐 가려고 한다. 제이콥 무어는 과연 음모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까?

 

올리버 스톤 감독, 예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스틸컷

▲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스틸컷 ⓒ 20세기폭스코리아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증권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증권이란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현대 자본주의가 낳은 탐욕의 산물이다. 그렇다보니 증권가란 이름만으로도 모든 인간의 욕망과 음모가 숨겨져 있는 장소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작품은 분명 조금만 신경 써서 연출했다면 미국이란 초강대국이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의 적나라한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올리버 스톤 감독은 예전과 같은 맹렬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느 선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관찰자 같은 시선을 유지하고 있단 것이다. 예전에 <JFK>와 <닉슨> 같은 민감한 사안의 정치영화를 만들어내던 그를 떠올린다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다 <플래툰>이나 <하늘과 땅> 같은 베트남 전쟁영화를 통해 미국이란 국가가 가지고 있는 부조리한 모습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과 냉소적인 모습을 견지하면서도 관객들에게 영화 보는 즐거움을 함께 준 그를 떠올린다면 더 아쉽게 느껴진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에서 큰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미국의 모기지 사태부터 다양하고 민감한 주제를 담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정치적이고 민감한 주제는 피해가면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이 있게 하고 있다. 이 작품이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란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솔직히 <월 스트리트: 패밀로>로 바꾸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만큼 고든 게코와 위니 게코의 이야기가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다못해 두 부녀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줄 수 있을 만큼 힘이 있었다면 적정 수준의 평가를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는 촘촘하게 엮이지 못하면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결국 가족이란 틀 안에서 진행되는 부녀의 이야기의 개연성이 상당히 부족하단 것이다.

 

특히 위니 게코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에 큰 문제가 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상이다. 어떤 심각한 문제를 그녀에게 갖다 붙여도 그것은 단순한 문제로 승화되어버린다. 영화가 힘을 얻고 치고 나가야할 시점에 그녀가 보여준 이해 못할 행동과 변덕 등이 안 그래도 결점 있는 영화를 더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현대 자본주의의 야누스 같은 얼굴인 증권가의 실체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겉모습만 보여주고 마는데, 또 다른 중요한 축인 가족관계까지도 영화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면서 표류하고 만다. 이런 부분들은 올리버 스톤 감독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확실히 예전과 같지 않음을 눈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그가 가지고 있던 1980~90년대의 재능이 완전히 소멸 되었단 생각이 들 정도다.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1987년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연출한 <월 스트리트>를 이미 본 관객들이라면 더 그럴 것 같다. 1편은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와 버드 폭스(찰리 쉰)를 내세워 자본주의의 맹점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탐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블루스타란 회사가 피도 눈물도 없는 한 인물에 의해 풍전등화에 놓여 있는 상황을 통해 미국 자본주의 문제점을 잘 표현하였으며, 그런 인물들이 벌이는 증권가의 흙탕물 싸움과 부에 대한 인간의 욕망 역시 제대로 표현했단 평가를 받았다.

 

실제 속편 격이나 다름없는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전편이 가지고 있던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냉소도 인간의 탐욕에 대한 진진한 성찰도 없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0년 10월21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0.26 10:14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 10월21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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