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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체험기, 축구 심판 도전기 등 다채로운 기자들의 체험기가 눈에 들어온다. 문화예술계를 취재하고 있는 본 기자도 공연이 이뤄지는 과정을 진솔하게 체험하기 위해 지난 25일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열린 남성합창단 공연에 스태프로 참여했다.

춘천남성합창단은 1986년 창단된 비영리예술단체다. 1985년에 결성돼, 이듬해인 1986년 창단 연주회를 가졌다. 동호회 성격의 단체이다 보니 그리 많지 않은 관객들을 모시고 무대에 서는 것도 떨리고 긴장된다.

 
"자~ 이제 시작입니다. 긴장 푸시고, 다들 바지 지퍼는 올리셨는지 확인해 보세요."

25일 국립춘천박물관 하늘마당무대에서 열린 '춘천남성합창단과 떠나는 음악여행'이 시작되기 직전, 지휘를 맡은 오성룡씨가 단원들에게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웃음 섞인 한마디를 건냈다.

가을과 어울리는 남성의 중후한 목소리로 꾸며진 이날 공연에서 화려함 뒤에 숨은 스태프들의 노력을 그려보기 위해 공연 보조 스태프로 참여, 진행을 도왔다. 공연 시작 3시간 전인 오후 4시 국립춘천박물관에 춘천남성합창단원들이 모였다. 바로 무대를 세팅하고 리허설에 돌입했다. 

일찌감치 오전부터 자리를 잡고 마이크를 설치했던 음향 감독은 "스태프는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며 이날 무대의 주인공을 위해 묵묵히 음향 믹서기를 조절, 최상의 마이크 볼륨을 만들어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21개의 마이크가 설치됐다. 기사에 넣게 이름을 알려 달라고 하자 스태프 이름을 알아서 뭐에 쓰냐고 다시 반문한다. 스태프는 스태프일뿐, 눈에 띄어서 뭐가 좋겠냐는 것이다. 그는 그냥 자신이 맡은 음향이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만 체크했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말도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작은 무대라서 음향시스템과 조명으로 간단히 무대가 꾸려졌다. 조명은 국립춘천박물관 야외무대에 설치된 30개를 사용하기로 했다.

리허설이 꼼꼼하게 진행되는 있는 중간에 박물관 직원들이 야외무대 객석에 방석을 나눠 깔며,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봉사했다. 300여 석이나 되는 자리에 꼼꼼하게 하나씩 스티로폼으로 된 방석을 깔고 잠시 여유의 시간이 생겼다.

단원들은 김밥과 만두, 호빵 등으로 잠시 주린 배를 채운 뒤 다시 무대에 올라 연습을 했다. 공연 시작 30분 전까지 연습에 열중이었다. 리허설이 마무리되고 객석이 하나둘씩 관객들로 채워졌다. 

스태프로서 손뼉을 치며, 호응하는 관객들의 열광적인 모습을 보고 느끼는 희열은 남달랐다. 뭐라고 해야 하나. 내가 참여해 완성된 공연. 그 희열은 경험을 해봐야 안다. 비록 방석 나르고, 팸플릿을 전달하는 단순한 일에 참여했을 뿐이지만 그래도 공연 완성에 한몫했다는 생각이 더 컸다.

엘비스 프레슬리 등 감미로운 곡으로 공연은 마무리됐다. 기립박수가 이어진 뒤, 관객들이 자리에서 빠져나갔다. 공연이 끝난 시각은 오후 9시. 무대를 정리하기 위해 단원들과 스태프들만 남았다. 방석을 한곳에 모으고 음향 장비를 철수했다. 100㎏이 넘는 장비를 차에 싣고 모든 정리가 끝난 시간은 밤 12시가 조금 안 된 깊은 밤이었다.

다소 쌀쌀한 날씨로 감기기운까지 겹친 기자는 집에 돌아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공연의 화려함을 더욱 빛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스태프들의 노고를 새삼 깨달았다. 감기는 아직까지 계속된다. 그만큼이나 작지만 소중한 경험이 간직된다.

결국 내 사진은 찍지 못했다. 나 혼자 취재를 나간 탓도 있었지만 내 역할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음에는 또 다른 공연 스태프에 도전할 것이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원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자신이 쓴 기사에는 중복개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공연 스테프 참여기, #춘천남성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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