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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김현옥 교수를 만난 시간은 지난 3월 29일이었습니다.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2주 정도 지난 시간이었죠. 김 교수는 고은 시인이 일본의 재앙을 위로한 <일본에의 예의>란 시를 읽고, 고은 시인의 사전 허락도 없이 바로 곡을 붙였다고 합니다. 바로 강원대로 찾아가 취재를 했죠.

하지만 그날 일본이 독도는 자기들 땅이라는 내용을 담은 교과서를 승인하면서 기사가 틀어졌습니다. 아쉽게도 묻힌 것입니다. 그래도 재앙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을 일본인들을 생각하며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한 김현옥 교수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군요.

김현옥 강원대 교수가 고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였다.
▲ 고은 시인의 시 <일본에의 예의>가 선율을 만났다 김현옥 강원대 교수가 고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였다.
ⓒ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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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의 시 <일본에의 예의>가 선율을 만났습니다. 김현옥 강원대 음악학과 교수가 사상 최악의 상황에도 침착하게 서로 돕는 일본인의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는 고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쓰나미를 눈으로 확인하고도 믿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예술인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다가 고은 시인이 쓴 시를 읽고 바로 가슴으로 곡을 써내려갔다고 합니다. 고은 시인에게는 이메일을 보내 시에 곡을 붙이는 작업을 알렸습니다.

절망에 빠져 있지만 굳건하게 이겨내고 있는 이웃 일본인들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곡을 만드는 일 뿐이라고 여겨, 서둘러 3월 28일 강원대 예대 예강홀에서 녹음작업도 마무리했습니다.

김현옥 강원대 교수가 자신이 만든 악보를 바라보고 있다.
▲ 김현옥 강원대 교수 김현옥 강원대 교수가 자신이 만든 악보를 바라보고 있다.
ⓒ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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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작품을 창작했던 김 교수지만 가슴이 먼저 작품을 완성한 것은 이번이 3번째라고 말했습니다. 1975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작곡했던 '아버지'와 지난 2008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환 교수 재직시절 브라질 유학생 루카스 곁을 지키던 맹인견 '애니'와의 만남, 단 두 번뿐이었습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상처 받은 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신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 눈물로 써내려간 곡입니다." 

이 곡은 지난 3월 31일 오후 5시 강원대 예강홀에서 평창출신 소설가 김도연 작가가 참여하는 '제41회 독서토론회'에서 초연됐습니다. 소프라노 민은홍씨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또 김현옥 교수는 고은 시인의 시를 직접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상황을 떠나 한 예술가의 연민이 담긴 곡의 완성을 통해 역시 인간은 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김현옥 교수는 현재 강원대 문화예술대학 음악학과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고은 시인, #일본에의 예의, #김현옥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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