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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2022'가 새겨진 이 모자를 즐겨 쓴다는 가수 김흥국씨.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2022'가 새겨진 이 모자를 즐겨 쓴다는 가수 김흥국씨.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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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가수 김흥국을? 호랑나비 김흥국? 정말?"

댓글에 안티폭풍이 불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는커녕 기사점수 마이너스 30만을 기록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게다. 그렇지만 <오마이뉴스>에서 왜 가수 김흥국은 안 돼? 반문이 튀어나왔다. 진보쪽 절친만 모셔야 하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자답이 돌아왔다.

지난 10일 오전 가수 김흥국(51)씨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정치 얘기 할 거죠?"
"음··· 뭐··· 같이 곁들여서 하게 되면 좋죠."

운전 중이니 다시 전화를 하겠노라고 했다. 거절의 뜻인가 살짝 고민이 됐다. 그런데, 문자가 날아들었다.

"다음주 화수중 오전에 보지요. 으아."

1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MBC 야외마당 파라솔에서 그와 마주했다. 외모는 TV에서 보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의 막내딸 걱정대로 배가 나온 것을 제외하곤 얼마 전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봤던 모습과 비슷했다. 2022년 월드컵 유치위원회 홍보대사답게 홍보용 모자를 썼고, 삭털식 이후 자라난 콧수염은 과거처럼 그의 인중을 감싸 쥐었다.

쉰하나의 예능인 김흥국. 그는 김구라처럼 독설을 뿜었다. 젊은 사람 못지 않았다. 신정환, MC몽 얘긴 묻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묻는 족족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 했다. 우회하고 유리한대로만 얘기할 법도 한데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방송에서 '김흥국표 웃음'이 사랑받는 건 그 솔직함에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예능프로 촬영이 길어져 지루해하다가도 "형님 그렇게 하시면 출연료 안 나갑니다!" 하는 김구라의 한 마디에 자리를 고쳐 앉는 50대 아저씨의 리얼개그. 이걸 보면서 나도 그와 같다고 공감하는 사람들의 웃음포인트를 아는 예능인인 것이다.

다음은 김흥국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나야말로 진정한 라디오스타...그런데 가을에 잘릴지 몰라~"

- MBC 라디오 <두시만세>를 진행 중이신데, '꽃사슴의 시대'가 가고 '털과 제리'의 시대가 왔습니다. 그런데, 청취율은 잘 나오고 있나요?
"10년 만에 MBC 라디오에 다시 왔어요. 내가 MJ(정몽준 FIFA 부회장) 의리 때문에 떠났었는데···. 다시 왔죠. 잘렸거나 떠났거나 어쨌거나 나갔다 다시 온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하더만요. 나 같은 사람이 진정한 '라디오 스타'라고 볼 수 있죠. 으아.

그나저나 SBS <컬투쇼>가 너무 세. 청취율이 너무 높게 나오더만. 그래도 뭐 계속 들이대야지. 하하. 어쨌든 지금은 딱따구리 김경식이랑 같이 해요. 이 눔이 주로 틴틴파이브로 묻어서 활동하던 눔인데 이번에 나랑 같이 허게 됐어요. 나는 콧털, 김경식은 제리. 그래서 우리가 콧털과 제리야. 벌써 4개월이 넘었는데, 음···. 가을에 잘릴지도 몰라."

- 왜 잘릴 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세요?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SBS <두시탈출 컬투쇼>가 청취율 1위라 비교를 많이 당하시나요? 
"스트레스 많이 받지. 솔직히 나, 무서운 PD 만났어요. 매일 쫄아. 아니, 이래 가지고 어떻게 잡으려고 그러세요? 그러면 확 쫀다고. 아니 그런데 나도 한계가 있지 이제 겨우 넉 달 지났는데, 막 바로 어떻게 잡느냐고. 라디오는 2~3년 꾸준히 가줘야 열매를 맺는데 기다리려고 하질 않아요.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양이 안 차나봐~"

- 듣다보면 라디오 사연이 죄다 서민들의 훈훈한 얘기더군요. 이 고쳐줘 고맙다, 쌍둥이 아빠 사랑해, 돈 좀 받게 사장님께 퍼붓고 싶어요 등. 라디오로 겪는 서민의 삶, 어때요?
"좀 팍팍한 것 같더만요. 사실 돈 있는 사람은 라디오 잘 안 들어요. 역시 라디오는 구수하고 서민적이고 진솔한 얘기가 흘러야죠. 그래야 사랑받고. 하나 더,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MC라야 된다는 거. 으아."

- 월드컵 16강 진출 후 MBC '보이는 라디오'로 삭털식 약속을 지키셨잖아요. 그날은 청취율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안 그랬나요?
"아우 엄청 났지. 기자들 많이 오고, 관심 엄청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PD들은 너무 빨리 성과를 보려고 해요. 도대체 날 왜 쓴 거야? 사람을 썼으면 잘 만들 생각을 해야지. 그리고 나만 문제야? 작가는? PD는 문제없어? 뭔가 삼박자가 맞아야 되는 거지.

<오마이뉴스>니까 얘기 좀 할까 음... 나 정말 MBC 라디오에 다시 오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이상한 소문이 돌더라고. MJ '빽'으로 들어왔다고. 그러나 MBC 라디오는 내 친정집이에요. 호랑나비, 여기서 떴어요. 강석 형을 잊을 수 없는데, 그분이 날 이렇게 키워줬거든요.

나 정말 큰맘 먹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4년 뒤 월드컵 응원하러 갈 거지? 2년 뒤엔 출마할 거지? 누구 선거 도우러 갈 거지? 젊은 PD들 사이에 그런 게 막 도나봐. 그건 그때 가서 할 얘기지 왜 지금부터 그런 얘길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럴 거면 나, 여기서 도로 노사연-지상열에게 이 자리 주고 싶어 진짜. 그 사람들도 열심히 했는데 얼마나 황당하겠어? 그러고 보니 김경식한테 미안하네. 하하. 김경식은 지금 목숨 걸고 이거 하고 있거든. 걔나 나나 지금 일이 이거밖에 없어. 흐흐."

"가수들 똘똘 뭉쳐 세계적인 월드컵송 왜 못 만들어?"

- TV에 자주 나오시잖아요. 얼마 전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도 출연하셨고.
"물론 나는 출연 요청이 많은 10대 가수 출신이잖아요. 으아. 그런데 난 고정은 안 해요. 프리랜서가 좋아. 독립군 가수라 매니저도 없고. 고정 출연하면 국민가수, 10대 가수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디든 나가 항상 즐거움과 웃음을 주면서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사람들은 내가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다 생각하고 말하는 거야. 으아."

- 2022년 월드컵 유치 위원회 홍보대사를 맡으셨습니다.
"아 이거 야단났어요. 두 달 밖에 안 남았는데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요. 사람들은 2022년이면 많이 남았네? 하겠지만 오는 12월 2일 2018년과 2022년 개최국이 결정됩니다. 딱 두 달 남은 거예요.

2018년엔 아무래도 유럽이, 2022년은 미국과 호주, 한국 3파전 분위기인데, 아~ 우리가 상당히 잘해야 돼요. 지금 FIFA 부회장 혼자 들이대는 중인데, 우리가 함께 모두 들이대야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뭐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틈나는 대로 들이댈 수밖에 없는 처지라... 여하튼, 그래서 내가 오늘 모자도 이걸로(2022라 쓰인 흰색 야구 모자를 가리키며) 준비했다고. 이 모자, 국내에서 나 하나 쓰고 다닌다고 보면 돼. 빨아야 하는데, 기러기라 세탁도 쉽지 않네."

- 남아공 월드컵 때 30년 넘게 애지중지 기른 수염을 잘랐는데 한국 와보니 별별 희한한 공약이 다 있었다고 성토하셨더군요. 비키니 공약이 맘에 안 드셨어요?
"아니 뭐, 다른 사람 공약은 내가 말할 바 아닌데, 하나 말하고 싶은 건 나도 월드컵 송을 냈어요. '앗싸 월드컵'이라고. 내 돈 들여 내가 낸 건대, PD들이 안 트네? 하하.

여하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가수든 그 어떤 연예인이든 진정으로 축구를 사랑한다면 가만 있다가 월드컵 시즌 돌아오면 공약 걸고 노래 내고 그러지 말고 평상시에 축구장 한 번 가서 응원이라도 하라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우리도 외국처럼 가수들이 똘똘 뭉쳐 'WE ARE THE WORLD'같은 노래 하나 만들자 이겁니다. 세계적인 월드컵 송 왜 못 만들어? 이중삼중 돈 없애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하든, 축구협회 차원에서 하든, 아니 내가 싫으면 나 빼도 좋아! 그런데, 축구하면 생각나는 인물 1위가 김흥국이라는 것만 알아줘, 2위가 히딩크야. 하하."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부부젤라를 불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는 가수 김흥국씨.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부부젤라를 불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는 가수 김흥국씨.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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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부터 원정응원을 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 축구광이 된 까닭이 따로 있습니까.
"86년 멕시코 월드컵 때부터 응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내가 11살 때부터 축구를 했는데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축구에 미련을 못 버리고 이러는 건대···.

89년 호랑나비가 떴을 때 난 축구 응원하러 갔어요.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보러 갔지. 스케줄이 빡빡한데 훌쩍 떠났죠. 사람들은 미쳤다고 그랬는데 나는 축구가 너무 보고 싶어서 안 갈 수가 없었어요. 사실 86년 멕시코 월드컵 때도 가고 싶었지만 돈 없어 비행기 표를 못 끊었어요. 그래서 그냥 환송회만 하고 말았는데, 나 정말 꽹과리 들고 응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무명이라 돈이 없었지.

89년 호랑나비 히트 치곤 자비 딱 털어 간 거예요. 89년도 싱가포르 예선 때 응원하러 갔더니 교민들이 깜짝 놀라더군요. 가수가 축구장에 응원하러 온 걸 처음 봤나봐. 하하."

"체육훈장 기린장... 인증샷이 없어"

- 남아공 월드컵 응원하러 갔을 때 음식부터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으셨나봐요. 대표팀을 응원하러 그 멀리까지 갔는데 축구협회에서 나 몰라라 해 섭섭하셨어요?
"나도 축구협회를 잘 알죠. 선수 관리하는 데지 응원단 관리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 그건 내가 이해합니다. 그런데 막상 남아공이라는 나라가 진짜 어렵더라구요. 교민들도 모두 열심히 사시지만 한국식당도 요하네스버그에 딱 하나인가 있었고, 다른 곳엔 한국식당도 없더구만요. 공 찰 운동장만 있었지 월드컵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어요. 그 나라에서 월드컵 한 건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나는 지금도 생각해요. 도로사정도 정말 심했어요.

그 상황에서, 그 멀리까지 응원하러 간 응원단들 솔직히 애국자 아니에요? 다들 자기 돈 아껴서 거기까지 간 건대 태극전사한테는 김치며 된장이며 산지직송 해주는데, 우린 뭐. 물론 선수들부터 잘 먹여야 하지만 그래도···.

사실 응원단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너희들은 너희가 좋아서 온 건대 뭘? 하는 분위기였지요. 사실 응원단 중에 한 사람만 잘못됐어봐, 어떻게 됐겠어요? 난리 났을 걸? 영사든 대사든 관리 좀 해줬어야 했다고 봐요. 그런데 그런 게 없었어요.

독일월드컵 때는 호텔비가 비싸니까 기차역에서 태극기 덮어쓰고 자는 응원단도 많았는데, 그때 생각 나더라고. 4년간 돈 모아 월드컵 보러 가는 응원단인데 나라가 신경 좀 써주면 어디 덧나나? 대책 좀 세우자 이 말입니다."

- 똑같이 빨간 T셔츠 입는 응원문화도 개혁대상이라고 피력하신 바 있으시죠.
"태극전사들도 빨간 것만 입지 않아요. 흰색과 파란색 돌아가며 입는데 응원단은 무조건 빨간색이야. 나는 태극기를 생각하고 우리 민족이 단일민족이기 때문에 흰색이나 파란색 아니면 안 입었어요. 빨간색은 중국이나 다른 쪽이 입어줘야 하지 않나 생각했지요.

내 말의 요지는 너무 한 색깔만 고집하지 말고 두루두루 번갈아 입자는 거예요. 대~한민국! 이것도 세계적으로 뜨긴 했는데, 꼭 젊은 사람들만 뭉쳐 다니며 외쳐야 하나.

나는 전 세계 축구장을 다니면서 그 나라 풍습이나 문화를 참 많이 배워요. 길거리에서도 자기네 나라 문화와 풍습을 알리는 이들이 참 많습디다. 우린? 아, 부채춤, 사물놀이, 장구, 얼마나 좋아! 우리 문화가 좀 많아요? 축구모자 하나만 해도 외국 사람들은 너무 다양해. 사진 딱 찍으면 그 자체가 그림이야. 우린 만날 똑같은 빨간 T 좀 그렇지 않나 생각했으면 해요. 브라질 월드컵 땐 좀 다양하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하나 더, 승부에만 집착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4강까지 올랐던 나라로서 이건 좀 벗어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태극전사들 16강 못 들면 난리 날 것처럼 이러지 말자 이거예요. 무서워서 귀국 못하겠다, 이러면 안 되지 않나? 월드컵은 축제예요. 선수든 응원단이든 모두가 함께 즐겁게 즐기는 공연장이 돼야죠."

- 월드컵유공자로 2002년 김대중 정부로부터 체육훈장 기린장을 받으셨던데.
"하하. 아! 그때 못 갔어요. 내가 아리랑 응원단장이어서 그 공로로 받은 거였는데 MJ 돕느라 청와대에 못 갔지. 대선 때문에. 으아. 그래서 인증샷이 없어. 아~ 안타까워요. 청와대에서 훈장 받는 사진 한 커트 딱 있어야 하는데, 없네? 청와대도 못 갔고. 다시 한 번 정식으로 받고 싶어요. 이번에도 가수협회가 상신을 했는데, 아직 결정이 안 난 모양이야. 10월 문화의 날에 결정된다고 하던데, 될까? 됐으면 좋겠는데. 으아."

PD들 재떨이 털어주고, 구두 닦고, 운전하며 '무명 10년'

- 무명 시절 방송국에서 PD들 눈에 들기 위해 재떨이 닦기, 구두 닦기, 커피 타기 등 각고의 노력을 해오셨다 들었어요. 요즘도 연예인 되려고 재떨이부터 닦는 신인들이 있나요?
"음··· 내가 해병대 제대를 하고 '오대장성'이라는 그룹사운드 생활을 몇 년 했어요. 드러머였죠. 보컬도 뭐. 고생 무지 했습니다. 우리 팀이 어렵게 돼서 해체될 위기가 왔는데 그때 내가 기념으로 앨범이라도 하나 내자고 했어요. 돈이 없어 남들 칼라 낼 때 우린 흑백으로 앨범을 냈는데 그때 이 앨범을 들고 방송국에 갔어요. 그런데··· 음··· 아무도 안 틀어줘!

그때 강석 형이 조언을 해줬어요. 야, PD님들 심부름 잘 하고, 담배 피우고 나서 재떨이 수북해지면 갖다버리고, 구두 닦아오너라 하면 구두도 좀 닦아오고 그래라 하시더군요. 그때 발에 땀 냄새 많이들 나던 시절인데, 실내화 좀 사다 드렸죠. 운전 좀 해라, 그러면 운전도 해드리고.

그래서 내가 오래 가는 것 같아요. 무명생활도 오래 했고, 어려운 일도 많이 겪었기 때문에. 방송국 파업하거나 PD 어디 휴가 가면 내 노래 한 번씩 딱 틀고, 또 누가 펑크 내면 내 노래 딱 틀고. 그렇게 MBC 7층 복도에서 살았어요. 앨범 두세 장 날렸으니 그 세월이 퍽 깁니다. 10년? 고생하다가 호랑나비로 떴죠. 꿈을 이룬 거지."

- 요즘 신인들도 그렇게 헌신적으로 노력해요?
"요새 애들은 매니저 잘 만나면 6개월에서 1년이면 딱 떠. 아~ 부럽더구만. 기획사 튼튼하지, 노래 잘하면 6개월? 1년? 그런데 오래 못 가. 그게 아쉽더구만. 가수는 국민들에게 오래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금세 없어져. 빨리 뜨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10년 뒤 어떻게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게 참 그렇더라구."

- 초등학생 걸그룹,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어떻게 보시나요?
"남자 아이돌, 걸그룹··· 떼거리로 묻어서들 하더만. 인원이 너무 많아서 그거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대단들 해. 참고로 우리 아들, 딸도 데뷔하려고 하던데? 하하. 우리 아들 동현이 많이 자라서 대학생이 됐어요. 노래방 열심히 다니더구만. 역시 피는 못 속이나봐. 우리 딸, 아~ 끼가 대단해."

- 가수지만 개그맨처럼 웃기기도 하십니다. 가수가 개그 한다고 희극인실에 불려가 원로 코미디언들에게 야단도 맞으셨다고요.
"옛날에는 선배들 방침이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라, 교훈을 주셨지만, 알고 보면 대한민국 예능1호가 나야. 가수가 개그 한다고, 날더러 '개털맨'이라고 하더구만. 하여간 나는 개그, 드라마, 영화, 시트콤 뭐든 살아남았어.

그랬더니 선배들이, 너 뭐하는 놈이야? 노래하는 놈인데요? 그럼 노래나 하지 왜 우리 밥줄을 침범해? 했다고. 사실 내 생각은 방송은 개척이라고 봐요. 알고 보면 내가 처음으로 기록한 게 많아.

얼마 전에 출연한 <라디오스타> 그거 한 번 녹화해서 3주 나갔다고. 이거 아주 대단한 거야. 한번 찍어 3주 트는 게 그게 쉬운 결정이 아니거든. 그렇지만 난 고정은 안 해. 다른 사람도 먹고살아야 할 게 아니야. 방송은 양심이 있어야 돼. 나만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하면 안돼. 더불어 함께 다 같이 먹고 살아야지. 계속 나가면 밑천 떨어진다고. 바닥 나~"

"노 대통령, 나랑 MJ 불러 밥 한 끼 사실 줄 알았는데"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흥국 김경식의 두시만세'를 진행하는 김흥국씨.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흥국 김경식의 두시만세'를 진행하는 김흥국씨.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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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에 있는 낙산사 홍련암까지 찾아가는 걸 보면 대단한 불자신 것 같아요. '더불어 함께' 이런 생각은 불교적 세계관 때문인가요?
"홍련암엘 자주 가는 건 아니고 새천년 들어 부처님께 절하다가 나도 인간적 반성을 하자, 그래서 장학재단을 만들었어요. 나도 도시락도 못 싸갈 정도로 가난했고 등록금도 못 냈고. 나는 어린이가 미래의 보배라고 생각해요. 애들을 돕자고 생각했고 10년 간 100명에게 5천만 원 전달했지요. 그냥 술값 줄이고, 남들이 십시일반으로 5천 원, 만 원 내는 걸로 하하."

- 신정환씨가 필리핀 세부에서 아직 귀국 못했는데 어떤 진실이 있을 거라고 보세요?
"아휴 그건 묻지마. 걔 나랑 친하잖아. 여하튼 도박을 했든, 사고를 쳤든 간에 그 행위 자체는 나쁘지만 내가 사랑하는 후배야, 연예인이야, 말 못 해. 아무튼 나는 좋은 방송인이 방송 떠나는 건 엄청난 손실이라고 봐.

나는 개인적으로 김승현, 주병진, 서세원 다 좋은 예능인이라고 생각해요. 삐끗하니까 그냥 간 거 아니야. 그럼 사실 팬을 봐서라도 공인으로서 행동을 자제해야 하는데 처신이 또··· 안타깝지 뭐. 자살 일어나고, 사고 때문에 방송퇴출 일어나고 그건 아닌 거야.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고.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소속사가 도대체 스타관리를 어떻게 한 건가. 단지 신정환만의 문제일까. 그런 것도 고민해봐야 돼. 스타시스템 속에서 사람을 너무 많이 돌리면 무척 힘들다고. 스트레스 풀고 싶고, 사람인데 왜 안 그러겠어? 그런 것도 우리가 생각 좀 해봐야 한다고."

- 정치 얘기 좀 하시죠.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여론조사는 거의 조작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으세요?
"아니 뭐, 지금은 사람이 돌아가셨는데 무슨 말을 해. 다 끝난 거지. 노 대통령께서 세상 떠났는데 앙금으로 남아둔다는 게 좀··· 하나 말하고 싶은 건 어쨌거나 대통령에 당선되셨을 때, 청와대로 MJ랑 나를 불러서 밥 한 끼는 살 줄 알았는데 안 사시더라고. 하하.

하여간 정치라는 게 무서워. 안 되면 모조리 조상 탓이더만. 내 탓이다 이런 정당 있으면 아마 우리나라 엄청 발전할 거야. 반성을 하고 다음 4년, 5년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런 게 잘 안 되는 모양이야."

- 2002년 대선 당시 MJ 캠프에서 '문화예술담당특별보좌관'이라는 자리를 줬잖아요. 당시 이 자리에 흠뻑 취하셨던 것 같아요.
"그 순간은 이야~ 김 특보, 차기 장관, 이랬던 시절이니까 아! 좋았지. 김 위원, 모든 사람들이 김 특보, 김 장관 그랬다고. 그런데 뭘 누가 시켜줘야 말이지."

- 시켜준다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열심히 해야죠. 하하. 나는 정말 잘 할 수 있어. 시장, 구청장도 정말 잘할 수 있다고 봐. 안 해서 그렇지. 나는 정말 어려운 것도 알고, 남 아픔도 알고. 내 이름이 흥할 흥에 나라 국. 아마 마지막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할 날이 올 거야."

"MC몽, 그 ×× 진짜 이빨은 뺐대?"

- 2004년 법무부, 2009년 국방홍보원 홍보대사로 위촉되셨던데 주로 어떤 활동 하세요?
"법무부는 딴 사람으로 바뀐 것 같아. 임기도 1년밖에 안 돼. 내가 주로 해병대만 들이댔는데 국방 전체를 홍보 해야겠다 생각했지. 올해가 6·25 60주년이잖아. 의미 있는 해지. 그리고 지금 우리 남북한, 이런 나라들이 전 세계 어딨나. 저쪽도 홍수가 져서 상당히 어려운 모양인데, 좌우지간 우리 국방이 튼튼해야 돼.

천안함 사태 때문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울었어? 육해공군 아들 군대 보내놓고 잠을 못 잔다는 게 말이 돼? 정말 군 환경을 개선해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터전이 되도록 해야 돼.

군대 안 가겠다는 사람이 나오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반드시 갔다 와야 한다는 환경을 만들고, 군대 갔다오면 일자리도 좀 생기고 그래야지, 그러니까 다들 불안해서 군대 안 가겠다, 이러는 거 아니야. 불안하니까 먹고 살기 어렵고. 한류스타들이 자꾸 해병대를 피하는데, 그거 상당히 마음 아파. 한류스타도 군대에 적극적으로 갔으면 좋겠어."

- MC몽 얘기를 안 할 수 없겠는데요?
"아 진짜~, 그런데, 그 ×× 진짜 이빨은 뺐대? 기자니까 알 거 아니야? 그리고 나는 연예인 누가 이혼했다, 잘 몰라. 다 자기 사는 스타일 아닌가? 열심히 일해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프로그램 많이 하고 그럼 되는 거 아닌가?

아침에 조기축구 끝나고 찜질방 가면 동네 아줌마들이 다 몰려와서 물어봐, 왜 그랬대요? 아! 내가 어떻게 아냐고. 몰라 난. 사생활을 왜 자꾸 알려고 하지? 그것도 이해가 잘 안 돼.

사실 나이 오십 넘으니까 좋은 사람을 하나 더 만나고 싶지, 나쁜 일엔 관심두고 싶지 않아. 사람이 돈이고 희망이고 그런 거 아니야? 그것도 싫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어려운 사람 돕는 게 속 편해."

-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 가장 부러운 남자로 유인촌씨를 꼽으셨는데, 뭐가 그토록 부러우셨나요?
"사실 2002년엔 유인촌 형이 날 부러워했다고. 그게 그래서 나온 얘기야. 그 형이 날 엄청 부러워했지. 자기보다 먼저 장관되는 줄 알고. 하하. MB 때 도와달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안 갔지. MJ 의리 때문에. 그런데 진짜 지금은 어, 난 형이 부러워! 그랬지."

- 2012년 총선에 출마하기로 결정하신 모양입니다.
"그런 얘기 좀 하지마. MJ한테 나 혼나. 정치 하고 싶으면 나한테 말을 해야지, 너랑나랑 친한 거 사람들이 다 아는데 왜 자꾸 딴 데 가서 말하니 이러신다고. 그러니까 괜히 흘리지마. 서로 안 좋으니까. 항상 걱정하시지 나를."

- 지난해 재보선 때는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 지원유세 활동을 하셨는데 거긴 왜 가셨어요?
"아유 왜 갔겠어. MJ 가시니까 간 거지. 박지성이 수원축구센터에서 행사가 있어가지고 MJ랑 같이 갔었지. 박찬숙씨가 수원 영통에서 출마했잖아. 그래서 그냥 거기서 다 만난 거야. 돕고 그런 건 아니지 뭐. 그나저나, 뭐 떨어졌잖아. 하하."

"내 자리 뺏은 김미화... 많이 늘었더구만"

- 시사MC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8년째 진행 중인 김미화씨를 어떻게 평가하세요?
"그 자리가 원래 내 자리야. 내가 그 자리에서 <김흥국 박미선의 특급작전> 했다고. 김미화한테 내가 뺐긴 거야. 10년을 했어, 내가. 그런데 나한테 양보를 안 하네? 하하. 때가 되면 뭐. 그땐 알아서···. 물론 MJ 때문에 내가 먼저 일어선 거지만. 하하. 많이 늘었더구만."

- 이명박정부 이후 특정연예인에 대한 출연금지가 암암리에 되고 있잖아요. 그런 건 좀 어떻게 보시나요?
"MB 때만 그랬나? 옛날에도 다 그런 게 있었지 뭐. MB탓? NO, NO 그건 아니야. 샐러리맨에 CEO 출신이야. 연예인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아셔. 나라를 위해 뭔가 다르게 정치하려는 분이라고 봐.

4대강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데도 막 밀어붙이잖아. 임기동안 뭔가 남기려고 그러는 거야. 아~ 멋있어. 멋있지 않아? 다른 정치인들은 돈 받고 신세 진 게 많아서 뭐 해주기 바빠. 그런데 이분은 그런 게 아니잖아. 자기가 딱 판단해서 밀어붙이잖아. 난 그런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봐."

- 4대강 사업에 찬성하시는 거죠?
"구체적으로 난 잘 몰라. 담당 부서가 있으니 알아서들 하겠지. 한 번에 하지 말고 낙동강이면 낙동강, 섬진강이면 섬진강 나눠서 좀 하라는 거 아니야? 한꺼번에 하면 벅차니까. 누가 해도 해야 하는 일이니까. 어찌 됐건 이 나라 잘 되는 일이라면 협조해야지."


태그:#김흥국, #앗싸 호랑나비, #4대강, #정몽준, #F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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