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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은 아직도 부동의 1등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위기'를 얘기한다. KBS <해피선데이 - 1박2일>(이하 <1박2일>)의 이야기다.

 

악재가 겹친다는 건 요즘 <1박2일>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 '리얼'을 담당하던 '엄마' 김C가 하차했다. 병역을 마친 원년멤버 김종민이 투입됐지만 제몫을 못해주고 있다. MC몽은 병역기피 의혹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파업으로 제작진이 한동안 프로그램에서 손을 떼야 했다. 하나둘 현상을 나열해보니 이러고도 방송이 여전히 잘나간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할 지경이다.

 

지금 <1박2일>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밸런스 붕괴다. 그 중심에는 김C와 김종민이 있다. 김C는 <1박2일>의 '엄마' 같은 존재였다. 강호동이 그 특유의 카리스마로 멤버들을 통솔하며 방송을 이끌었다면, 김C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멤버들을 보듬어 가며 다독이는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강호동은 나이대도 비슷한 그를 '김 선생'으로 부르며 대우했고, 김C는 강호동이 너무 세게 나가면 적절히 제동을 걸며 방송의 밸런스를 맞췄다.

 

김C 본인은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예능에서 웃기는 게 힘들다고 토로한 적 있다. 김C가 <1박2일>에 처음 투입되었을 때만 해도 그의 진중한 캐릭터를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 말이 많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이야기들은 사라져버렸다. 그것은 그의 캐릭터와 존재감이 <1박2일>을 '리얼 야생 로드버라이어티'로 만들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김C의 캐릭터와 존재감은 <1박2일> 내에서도 특별했다

 

<1박2일>은 리얼버라이어티다. 게다가 여행을 소재로 삼는다. 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위적이고 인위적인 설정과 장치, 억지로 꾸민 듯한 냄새를 최대한 지우는 일이다. 날것 그대로의 '신선함'이야말로 <1박2일>을 <1박2일>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C가 있었다.

 

아무렇게나 기른 듯한 머리카락과 손질하지 않은 것 같은 수염이 어우러진 그의 외모는 그야말로 '무전여행'이 어울릴 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 그가 복불복 게임에서 져 홀로 낙오된 채 도로 위를 터벅터벅 걸어가면 그 순간 <1박2일>은 잠시 예능이 아닌 여행 다큐멘터리가 되어 버린다. 사실 예능의 다큐화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지만, <1박2일>은 그 특성상 이따금 다큐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가 하차했을 때 이승기는 "이제 모르는 게 있으면 누구한테 물어보냐"면서 그의 하차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말처럼 김C는 <1박2일>에서 이승기와 더불어 지적인 캐릭터도 담당하고 있었다. '섭섭당'으로 통하는 영보이(YB)들과 3:3으로 팀을 나눠 대결을 펼쳤을 때, 이승기에 대적할 올드보이(OB)의 브레인은 김C였다. 그가 빠진 지금, 심지어 게임에 있어서도 YB와 OB 간의 균형은 예전 같지 않게 됐다.

 

김C가 하차하기 얼마 전, 병역을 마친 김종민이 다시 <1박2일>에 합류했다. 그리고 무산된 남극행을 대신한 전국투어가 끝나고 김C가 하차했다. 잠깐 동안 7명이었던 <1박2일>은 다시 원상태인 6인 체제로 돌아왔다. 이 상황에서 누구라도, 김종민에게 김C가 했던 만큼의 몫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하차하기 전 그가 <1박2일>에서 보여줬던, 웃음을 만들어내는 역량 또한 그런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그러나 2년의 공백은 너무 길었던 걸까. 복귀한 김종민은 좀처럼 감을 회복하지 못했다. 과거의 그는 상황을 만들 줄 알고, 주도할 줄 아는 예능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주어진 상황에서도 자기 몫을 챙길 줄 모르는 그저 그런 예능인이 되어버렸다. 지금의 그는 카메라의 단독 샷을 받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바뀐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작아져만 가는 김종민

 

김종민은 복귀 후 적응의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과거에는 자신의 장난을 잘 받아주던 강호동이 이제는 그렇지 않더라고. 그랬다. 2007년 <1박2일>에서 김종민은 강호동의 천적이었다. 두려울 것 없는 어리바리 캐릭터를 무기로 큰형 강호동에게 겁 없이 덤비던 그였다. 강호동은 그런 그의 장난을 받아주며 웃음을 만들었다.

 

그러나 2년이란 시간은 많은 걸 변화시켰다. 지상렬에게 구박받고 이승기에게 동정 받던 이수근은 '앞잡이' 캐릭터를 앞세워 <1박2일>에서 가장 웃기는 인물로 성장했고, 솜털 보송하던 이승기는 시청률 100%의 '황제'로 거듭났다. 하차한 자신을 대체해 들어온 MC몽은 '버라이어티 정신'으로 <1박2일>의 중심 캐릭터가 됐다.

 

무엇보다 자신과 같은 나이대인 MC몽과 은지원, 이승기가 이미 '섭섭당'이란 이름으로 하나의 캐릭터 집합을 이루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김종민은 그들과 동화되지도 못했다. 지난 8일 방송에서 그가 YB를 떠나 OB로 합류한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수근은 "어차피 (김종민도) 김C(씨)입니다"라며 그의 합류를 반겼지만 지금, 김종민이 김C의 몫을 해낼 거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변화된 환경에서 김종민은 위축됐다. 자신의 개그가 먹히지 않을 때마다, 자신의 존재가 팀에 민폐로 작용할 때마다 그는 말이 줄었고, 웃음이 줄었다. 그 결과 지금 그는 아무런 존재감 없이 공중에 붕 뜬 신세가 됐다. 실제 <1박2일> 멤버는 6명이지만, 사람들 눈에는 5명처럼 보인다. <1박2일>로선 뼈아픈 일이다.

 

위축된 MC몽, '버라이어티 정신'이 사라졌다

 

김C가 빠지고 김종민이 제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MC몽의 위축은 마무리 펀치 수준으로 다가온다.

 

최근 병역기피 의혹으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 MC몽에 대한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진 상태. 아직 무엇 하나 확실하게 판명된 것은 없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벌써부터 그의 방송 하차를 언급하고 나설 정도다. 공교롭게도 그가 지난 19일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직후 그가 출연하던 MBC <꿀단지>의 코너 '몽이'의 폐지 소식이 들려왔다.

 

병역기피 의혹이 보도된 이후 여론의 관심사는 그의 <1박2일> 녹화 참여로 쏠렸다. 이에 제작진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MC몽은 예정대로 녹화에 참여했고, 우리는 그를 믿는다"고 하며 시중에 떠도는 하차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아무리 수습에 나서도, 그 여파는 방송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다. MC몽이 이전과는 확 다른 위축된 태도로 방송에 임하는 게 시청자의 눈에도 그대로 보였기 때문.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동작과 함께 "버라이어티 정신!"을 외치며 멤버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MC몽이 위축돼 소극적인 모습이 됨으로써 <1박2일>의 사기는 확실히 전과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MC몽이 소극적이 되면서부터 <1박2일>에는 '일'을 벌일 사람이 없어졌다. 리얼버라이어티의 장점은 대본의 설정과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 연기자들이 제작진의 예상에서 벗어난 돌발행동을 하고, 그것이 시청자에게 '리얼함'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은 '의외성'이야말로 리얼버라이어티의 최대 무기이고, MC몽은 바로 그걸 제대로 할 줄 아는 예능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강호동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멤버들을 이끌어야 하고, 동시에 의외성도 만들어내야 한다. 지난 주 방송에서 그가 레이싱 도중 잠시 쉬었다 가자고 팀을 계곡으로 이끌지 않았다면 두 팀의 대결은 싱겁게 끝났을 것이다. 이제는 이런 일 하나까지 전부 강호동의 책임이 됐다.

 

제작진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1박2일>이 첫선을 보인 게 2007년 여름이니 벌써 방송 4년차에 접어들었다. 4번의 여름을 겪었고, 4번째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멤버 변화가 크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포맷이 확 바뀐 적도 없다. 여행과 복불복 게임. 늘, 언제나 한결같은 그 방식 그대로, <1박2일>은 4년을 달려왔다. 위기론이 거론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고, 실제로 위기도 몇 차례 존재했다.

 

그때마다 <1박2일>을 위기에서 건져낸 것은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이었다. 제작진은 억지감동을 자제하고, 여행이 주는 소소한 감동을 찾아내려 힘썼으며, 시청자와 연기자의 친구들 같은 일반인 출연자들을 카메라 안으로 끌어들여 '여행'이라는 방송의 본래 테마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위기는 자연스레 벗어났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헤쳐나갈 구멍이 아직까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방송의 흐름과 코드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순전히 연기자의 하차와 투입,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밸런스 붕괴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박2일> 역사상 최악의 위기가 될지도 모를 상황, 제작진은 과연 어떤 마법을 부릴 것인가.


태그:#1박2일, #위기론, #김C, #김종민, #MC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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