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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따금 마음이 스산한 날, 북촌포구를 찾는다. 이 작은 포구엔 외팔이 어부의 삶을 사는, 그러나 웃음을 잃지 않는, 올해 나이 68세, 그 사람이 산다. 나는 그의 생애를 들으면서 시대의 상처와 인간의 초극을 느꼈다. 무자년 그해 광풍이 휩쓸던 이 바다를 떠올렸다. - 현기영님의 <순이삼촌> 중

현대화 된 북촌포구
▲ 북촌포구 현대화 된 북촌포구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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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서 동쪽으로 18km, 북촌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해안가로 내려가니 북촌포구다. '북촌포구! 북촌포구!' 자동차를 포구로 돌리면서 나는 혼잣말로 몇 번이나 북촌포구를 내뱉었다. 마을길에 접어들었지만 사람 하나 구경 못했다. 이제 막 참깨 수확을 하는 허리가 휜 할머니가 외지인의 방문에 허리를 편다.

포구에 내려오니 정자가 서 있었다. 이 정자는 어르신들의 피서지였다. 나는 포구 정자에 앉아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현기영님의 소설 순이 삼촌'을 떠올렸다. 그리고 무자년 그해 광풍의 바다를 휩쓸던 바다, 외팔이 어부의 삶을 사는 68세의 그 사람을 떠올렸다.

소설 속 포구는 작은 포구라 했는데 사실 북촌 포구는 제주의 여느 포구보다 넓었다. 특히 북촌포구는 여느 낚시 마니아들은 다 알만한 낚시터로 유명하다. 하지만, 내 가슴은 휑~하니 찬바람이 일었다.

순이삼촌의 북촌포구
▲ 북촌포구 순이삼촌의 북촌포구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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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들이 대기하고 있는 포구
▲ 포구 어선들이 대기하고 있는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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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리 마을에서는 모든 것이 다 포구를 바라본다. 팬션과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 지붕들, 수십 여 대의 어선과 여러곳으로 뚫려있는 방파제가 모두 포구와 연계돼 있었다. '배가 드는 개'치고는 상당히 여유있는 포구였다. 방파제에서 서니 짭조름한 바다냄새가 났다. <순이 삼촌>이란 소설을 읽은 뒤 꼭 한 번 방문하고 싶었던 북촌포구. 제주에서 4.3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아프다. 제주 사람들 중 특히 북촌마을 사람들에게 이 포구는 특별하다.

등명대
▲ 등명대 등명대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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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도댓불. 바람에 너울대는 강아지풀 위로 보이는 검게 갈라진 암벽은 차라리 북촌 마을 사람들의 마음 같았다. '등명대'라는 도댓불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고기잡이 배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15년에 세운 것이다. 안내표지판을 읽고 나서 서너 개의 계단을 올라가니 마을이 훤히 내다보였다.

방파제는 강태공들의 아지트
▲ 방파제 낚시터 방파제는 강태공들의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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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는 함덕의 서우봉, 서우봉 또한 4.3의 애환이 서린 기생화산이 아니던가. 그리고 서우봉 아래 바닷물이 하오의 햇빛을 받아 유난히 반짝였다. 만조 시간이라서인지 포구에선 바닷물이 넘실거렸다.

도댓불 근처에는 또 하나의 정자가 있었다. 나는 이 정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푸른 바닷물을 바라보는 북촌 마을 삼촌(어르신)에게 나는 물었다.

"삼촌 바닷물이 언제 빠져 나가나요."
나이 60을 갓 넘긴 듯한 삼촌은 내 싱거운 질문에 싱겁게 화답했다. 하지만 난 포구에서 순이삼촌의 광란의 바다를 생각했다.

"이제 물이 빠져 나갈 시간이우다."
이 삼촌은 내 맘을 모르고 포구만 바라다 본다.

둥대
▲ 등대 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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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낚시터
▲ 방파제 방파제낚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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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포구에서 본 달여도
▲ 달여도 북촌포구에서 본 달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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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끝 빨간 등대를 보니 유난히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긴 방파제 위에서 부질없이 바다를 낚고 있는 강태공들, 그러고 보니 북촌포구는 강태공들의 천국이 아니던가. 달여도를 향해 정신없이 낚싯대를 들이대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왜 그리도 씁쓸하던지.

포구 한 켠에서는 한 어부가 부지런히 노를 젓고 있었다. 올망졸망 모여 있는 고깃배들, 그리고 고깃배들 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전등들, 북촌 포구에 서니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북촌 포구는 그날의 비극을 알까? 북촌포구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너븐숭이 4.3 유적지로 옮겼다.

제주시 북촌리
제주시 조천면  북촌 마을은 해산물과 일반 밭작물을 주 소득원으로 하는 반농반어 마을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신석기시대의 바위그늘 유적지인 고두기 엉덕이 있으며, 해안가의 환해장성과 달여도, 북촌 낚시터는 유명한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매년 1월과 2월에는 마을포제와 영등굿의 세시풍속을 보존 계승하고 있는 전통 있는 마을로 북촌리 앞바다에는 달여도가 있고 북촌리 선착장에서는 나룻배들이 언제나 대기하여 낚시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이곳 낚시터는 암초 위에 모래가 쌓여서 해초류 등이 번식하므로 산란기에는 새끼돔, 북바리, 검은돔, 우럭, 볼락 등이 잡힌다. 낚시터로는 북촌 포구 앞에 있는 달여도가 유명하다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보 중에서

북촌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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