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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타임>은 정보화 사회를 이끌어가는 '당신(You)'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2006년 <타임>은 정보화 사회를 이끌어가는 '당신(You)'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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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타임>지는 인터넷에서 영상 공유 사이트나 개인 블로그, 누리꾼이 편집하는 온라인 백과사전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디지털 민주화를 이끌어 온 '당신(You)'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십시일반으로 구축해온 인터넷 그물망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그리고 2010년 '인터넷'은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며 다시금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터넷이 평화상을 수상하게 되면 인물이나 단체가 아닌 사물이 상을 받는 첫 사례가 된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인터넷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적 캠페인으로 전개돼 올해 3월 노벨위원회가 인터넷을 평화상 공식 후보로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기업협회, 인터넷 노벨평화상 지지... 회원사들도 동참

국내에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지난 27일, 인터넷 노벨평화상 지지 캠페인(Internet for Peace)에 동참한다고 공식 표명하면서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의 회원사인 구글코리아,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국내 주요 포털들도 노벨평화상 선정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영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기획실 과장은 "다음 주쯤이면 각 회원사들과 논의해 구체적인 캠페인 방식의 윤곽을 잡을 것 같다"며 "인터넷이 소통과 토론을 활성화해 민주주의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 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회원사 중 하나인 구글코리아 홍보팀은 27일 구글에서 제작한 캠페인 지지 사이트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누리꾼에게 동참을 독려했다. 구글 측은 "166개 국가에서 1만 4천 명 이상이 지지를 표명했다"며 "한국어 포함 13개 국어로 개설된 유튜브 내 'Internet for Peace 캠페인' 사이트에서도 전 세계 지지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으며 인류 평화에 기여하는 인터넷을 주제로 9월 1일까지 UCC 동영상 참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코리아의 인터넷 노벨평화상 수상 지지 페이지
 구글코리아의 인터넷 노벨평화상 수상 지지 페이지
ⓒ 구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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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회원사인 포털 NHN 홍보팀 김청 사원도 28일 통화에서 "메인페이지에 관련 배너 부착 등을 디자인 담당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캠페인인 만큼 인터넷의 특성과 가치를 알리자는 취지에 공감하고 수상을 위해 네이버 등에서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리꾼들, 인터넷 노벨평화상 자격 논쟁... "포털들, 수상 지지 전에 반성부터"

인터넷기업협회의 인터넷 노벨평화상 수상 지지 선언 이후 누리꾼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인터넷 자유를 저해하는 정부 규제에 순순히 따라오다 이제 와서 인터넷의 자유로운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대형 포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특히 지난 3월 인터넷의 노벨평화상 후보 등재 이후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다면 집권 후 지금까지 미네르바 탄압, 유튜브 규제, 트위터 선거법 적용 등으로 인터넷을 옥죄어 온 한국 정부에게 망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누리꾼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누리꾼은 28일께 "지금껏 국내 포털-인터넷 기업들은 비판의식 없이 인터넷을 옥죄는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순순히 따라왔고,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과 관리 소홀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키고 비판적 누리꾼을 경찰, 검찰에 팔아넘겨 왔다"며 책임의식 없는 인터넷 기업을 날 세워 비판했다.

그는 "이제 와서 민주주의와 소통을 위해 캠페인에 참여하겠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대형 포털이 캠페인에 앞서 반성의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한편 28일 트위터에서는 인터넷이라는 '사물'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엇갈린 의견들이 나타났다.

아이디 'Wittgenstein7'은 "정보의 구조를 수직에서 수평으로 이끈 급진 개혁파 인터넷님의 사상은 정보의 보편적 평등을 주장하기에 충분해 평화상을 받을 만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디 'shurang'은 "악플러 싹 다 신원공개하고 개인정보 띄우면서 리플 달게 하면 노벨평화상 후보도 좀 고려해보겠습니다만"이라며 인터넷의 수상 자격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이디 '민구망고' 또한 "인터넷을 통해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평화적으로만 사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는 '기술'로서 인터넷이 가지는 가치중립적 특성상 사용자에 따라 순기능과 악기능이 병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터넷에는 인격이 없기 때문에 관련 뉴스에는 "상은 누가 받지? 빌 게이츠가 받나?"라는 의문형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고민은 3월 초 노벨평화상 후보자 공개 이후 컨설팅회사 엔덜리 그룹의 롭 엔덜리 컨설턴트가 미국의 컴퓨터 전문잡지 <컴퓨터월드> 인터뷰에서 "지구나 바다에 상을 주자는 것과 비슷하다"며 "평화상의 목적은 평화에 기여한 이를 격려하는 것인데, 금전적 도움으로 인터넷이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을지 또는 수여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인터넷 수상에 의문을 표한 것과 맥을 함께한다.

이와 관련, 주민영 <블로터닷넷> 기자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인터넷이 군사적 목적으로 처음 개발되었음에도 이란, 티베트, 버마 등의 인권 침해 사례를 세계로 알리는 순기능을 보인 역설을 지적하면서 "인터넷은 결국 하나의 기술이라 사용자에 따라 명암이 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란, 티베트, 버마 등에서 (인권 침해 사례가 나타났을 때) 통제된 기존 미디어가 수행할 수 없었던 역할을 인터넷이 한 것은 사실"이라며 "인터넷이 주체라기보다 '터전'으로서 사람들의 생활이나 사회에 끼친 영향 자체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얘기했다. 

또 "후보에 등재된 인터넷의 실제 수상 여부는 회의적이지만 수상하게 된다면 독재국가의 인터넷 통제나 자유를 가로막는 규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공론화될 계기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덧붙이는 글 | 김혜림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인터넷, #노벨평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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