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니콜 하우젠 2010 올 댓 스케이트 섬머>가 25일, 3일간의 화려한 여정을 뒤로하고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공연은 김연아 선수의 새로운 갈라 <블릿 프루프> 열연과 미셸콴, 샤샤코헨, 스테판 랑비엘 선수의 감동 깊은 연기로 어느 때보다 큰 성황을 이뤘다는 평이 많습니다. 피겨 팬들에겐 완벽한 공연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했지요.

 23일 오후 고양 킨텍스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진행된 삼성 애니콜 하우젠 2010 올댓스케이트 서머에서 김연아와 미쉘콴이 열연하고 있다.

23일 오후 고양 킨텍스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진행된 삼성 애니콜 하우젠 2010 올댓스케이트 서머에서 김연아와 미쉘콴이 열연하고 있다. ⓒ 뉴시스


그런데 지난 24일 오후 필자는 <삼성 애니콜 하우젠 2010 올 댓 스케이트 섬머> 공연을 취재하던 중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성공적인 아이스 쇼 뒤에 이어진 당혹스런 기자 회견 사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날 자녀와 함께 23일 공연 후 기자회견 현장을 찾았던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김연아 선수가 인터뷰 자리에 불참한 것 때문에 혼선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연 후 김연아 선수가 인터뷰 자리에 나올 것으로 알고 있던 취재진이 김 선수가 나오지 않자 주최 측에 이를 항의했고, 결국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결국 그냥 현장을 떠났다는 건데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샤샤코헨과 한국 피겨의 기대주 곽민정, 피겨 신동 김해진 선수 등이 인터뷰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는데, '김연아 선수'를 기다리다 성난 취재진의 태도에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며 어머니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으셨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김연아 선수만 없었지 곽민정, 샤샤코헨, 그리고 아이스 댄싱 팀이 인터뷰를 기다리다가 다시 들어갔어요. 인터뷰도 못하고 말이에요. 당시 자리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김연아(선수)도 없는데 저 선수만 뭣 하러 인터뷰해?' 같이 험한 말들도 나오더라고요. 가까이에 있던 선수들이 그 소리를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어요."

복수의 관계자에게 그날의 일을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일은 사실이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언론 매체의 기자는 당시 인터뷰가 파행으로 끝나게 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열렸던 다른 아이스쇼와 다르게 첫날 김연아 선수를 간이 인터뷰에 내보내지 않았다. 현장에는 30~40여 명의 기자들이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들이 아쉬웠던 부분은 여기(김연아 선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한 해명이 없었고, 대행사를 통해서만 이야기가 전달돼 혼선이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30분 정도 기다리다 밤 11시가 넘어 다수의 취재진이 빠져나갔다.

물론, 김연아 선수 외 다른 선수들이 나와서 기다리다가 인터뷰를 못 하고 들어간 것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미안한 감정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소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나온 것이기에 주최 측의 문제가 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취재진들이 나온 선수들을 일단 현장에서 나가게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선수들에게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댓 스포츠의 '사과'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

 <올댓스포츠>의 사과 메일

<올댓스포츠>의 사과 메일 ⓒ 곽진성



사건이 있은 후, 하루 지난 24일, 기자들의 메일 주소로 한통의 사과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올댓 스포츠 이름으로 전달된 메일에는 지난 23일 아이스쇼가 끝난 뒤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에 대한 장문의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23일 공연 후 기자회견에 대한 사과였습니다. 올댓 스포츠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당초 23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태 그리고 공연의 호응 정도를 고려해 선별해서 3명의 선수를 기자회견장에 내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정됐던 김연아 선수가 나오지 못했다. 첫날 기자회견에 혼선이 있어 죄송하다"고 전했습니다.

금요일 공연 이후 예정되어 있던 기자회견에 저희 주최 측의 진행 미숙으로 인해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가 진행되지 않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내부 의사소통의 혼란으로 본의 아니게 많은 취재진들이 불편함을 야기하고 원활한 취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리며 기자님들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 올댓스포츠 사과 이메일 중에서

사실 이 일은 몇몇 언론에 의해 올댓 스포츠의 '사과' 관련 내용만 단신 기사로 짧게 보도 됐었는데요. 그렇기에 이번 일은 주최 측의 혼선으로 기자회견이 진행되지 못한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어찌됐든 현장에 모인 다수의 취재진이 김연아 외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이콧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세계적 피겨스케이터 무시한 언론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세우며 13위에 올라 '제2의 김연아' '피겨요정'으로 불리는 곽민정(16·수리고) 선수가 2일 오후 인천공항 미디어실에서 열린 선수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메달을 따지 못한 곽 선수는 의자에 앉지 못한 채 1시간가량 서 있어야 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세우며 13위에 올라 '제2의 김연아' '피겨요정'으로 불리는 곽민정(16·수리고) 선수가 2일 오후 인천공항 미디어실에서 열린 선수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메달을 따지 못한 곽 선수는 의자에 앉지 못한 채 1시간 가량 서 있어야 했다. ⓒ 권우성


물론, 사태의 발단을 놓고 보자면 취재진들이 올댓 스포츠를 비롯한 주최 측에 컴플레인(불평)을 할 부분이 있습니다.

'김연아'가 나온다고 했다가 나오지 않는 등의, 혼선이 빚어진 부분에서는 자세한 해명도 필요했고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취재진들을 위해 공연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인터뷰를 위해 대기하고 있던 선수들을 외면하고 '집단 보이콧'한 태도는 잘못된 행동이었습니다.

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기자들의 보이콧 상황에 놀란 주최 측이 급히 김연아 선수를 인터뷰 회견장에 불러오려고 했지만, 태반의 기자들이 회견장을 빠져나가 이조차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피겨 팬으로서 정말 안타까운 것은 멋진 공연을 마치고 기분 좋게 회견장에 들어섰던 피겨 스케이터 선수들 때문입니다. 인터뷰 장에 나와 있던 선수들은, 다수 언론사 기자들의 항의와 '보이콧'에 어색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현장에 있던 이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올댓 스포츠는 기자들에게 사과 메일을 보냈고, 금, 토, 일 아이스쇼 직후로 예정했던 기자회견 일정도 일요일 아이스쇼 후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23일 '회견 보이콧'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인터뷰에 혼선이 빚어진 것은 나중에 따로 주최 측의 사과와 해명을 듣더라도 적어도 회견장에 나온 선수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기 위해 인터뷰는 예정대로 진행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김연아 미셸콴 아이스쇼 기자회견 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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