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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날은 쉬는 날이어서 토요일 하루는 달콤한 휴식의 시간입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이 경우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죠. 평일에는 바빠서 여유롭게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지난 주 토요일인 10일이 바로 그런날이었습니다. 


9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춘천시향 정기공연에서 객원지휘를 맡았던 마틴 직하르트(59)씨를 10일 춘천 세종호텔에서 만났습니다. 현재 춘천시향 상임지휘자로 있는 백정현씨의 스승이라고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피아노를 잘 다룹니다. 이 분도 역시 피아노를 잘 다룬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 정교수로 발탁된 이유도 여기 있다고 하네요.
 
암보를 하고 있어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아니야, 이 부분은 이렇게 쳐야 하는 거지. 자, 봐봐. 이렇게 이렇게"하면 학생들은 어느 부분인지를 찾게 되고 긴장하게 되는 거죠. 수업은 끊김없이 바로 진행이 되는 겁니다. 타고난 음감을 갖춘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그의 능력을 인정해 정교수라는 직책을 부여했던 것입니다.

9일 연주회는 직접 연주회를 찾아가 지휘를 보진 못해서 평가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잘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정현씨는 한 관객으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았다고 하네요. "예민하게 들었습니다." '잘들었다'는 말도 아니고 예민하다는 건 또 뭔가. 뼈가 있는 말인 듯합니다. 마틴 직하르트씨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방문하기 전 다리를 삐어서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자의 요청을 받아 들여, 춘천까지 왔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지휘도 맡았던 그여서,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물었습니다. 그는 오스트리아 출신입니다. 이런 비유를 하더군요.
 
"한국과 일본은 마치 오스트리아와 독일 같다."
 
인터뷰 장소에 있던 백정현씨를 비롯해 마틴 직하르트씨에게 현재 배우고 있는 제자 강원호씨도 이 말에 동감했습니다. 일본은은 규칙 이외에는 에누리 없는 정확함이 느껴지는 반면 한국인에게는 여유와 유두리, 그리고 정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할때 의자 하나가 필요해도 이것은 계약에 없는 내용이라 드릴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실력면에서는 일본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춘천시향을 비교할 순 없겠죠. 그도 그렇게 이야기 했고요. 개개인에게 느껴지는 개성은 없지만 단체의 힘은 무섭다는 것입니다. 잘 짜여 돌아가는 무한괘도처럼 단체의 힘으로 뻣어 나가는 연주의 힘은 놀라울 만큼 대단하다는 것이 일본에서 느낀 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춘천시향은 호기심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개개인의 개성도 뛰어나고. 상당히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의 제가가 맡고 있는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겠죠.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돈의 가치가 중요한 사회죠.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그것은 바로 춘천시향 단원들에 대한 처우 때문입니다. 정확한 처우는 모르지만 일반직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이것도 상당한 좋은 처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요즘처럼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세상에서는 말이죠.
 
하지만 예술은 다른 잣대를 들이대야 합니다. 훌륭한 지휘자 연주가를 얻으려면 투자를 해야 합니다. 모 유명한 지휘자는 한 번의 연주로 1억원의 개런티를 받는다고 합니다. 춘천시향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저에게 마틴 직하르트는 따끔한 충고를 했습니다.
 
"뉴욕필하모니 등 세계적으로 뛰어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그대로 따라했다고 해서 훌륭한 악단이 아니다. 그 연주에서 관람객과 즐겁게 연주하는 것이 소중한 것이다."
 
바로 그겁니다. 연주. 제가 이날 만난 사람들은 그의 말처럼 의사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예술가들입니다. 그래서 그는 연주자들은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또한 재치와 유머를 갖춘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이 '바로크'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바로크 음악은 많이 들어보셨죠. 아무튼 오래된 과거입니다. 자신이 과거의 사람이고, 자연를 특히 산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춘천 세종호텔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그날은 날씨가 좋아서 저도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취미도 등산이라고 했습니다. 삔 다리 때문에 고생했지만 한국의 침 치료를 맞고 많이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거침없던 대화 속에서도 여유와 인간미가 느껴졌습니다. 

마틴 직하르트는 현재 클래식의 미래가 어두운 실정이라고 했습니다. 클래식으로 밥을 벌어먹고 싶어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신중할 것을 권했습니다. 여러 스승을 만나 자신의 미래를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것입니다. 뛰어난 연주자로 학위를 받아도 집에서 놀고 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합니다. 연주자의 길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죠. 인내가 필요하다고 충고했습니다. 실력을 갖추고도 참고 견뎌야 하는... 예술가의 길은 쉽지가 않나 봅니다.

사실 전 클래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문외한(門外漢)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 등 현악의 떨림이 좋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전달되는 현의 떨림, 그 느낌이 좋습니다.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을 때도 있지만. 나같은 사람이 많아질 때 클래식의 미래도 밝아지는 것이겠죠.



마틴 직하르트는.

비엔나 출신. 비엔나 심포니커의 수석 첼리스트를 시작으로 슈트트가르트 캄머 오케스트라, 부르크너 교향악단, 네덜란드 아른헨 필하모니 상임지휘자를 역임. 현재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대 지휘과 정교수로 재직. 오페라 페스티벌 '라인베르그' 축제의 총 감독으로 활동.

태그:#마틴직하르트, #춘천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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