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서울 종로는 세계의 청소년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관객과 함께하는 '시네마 천국'이 된다. 올해로 12회가 되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 만들기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시네마 천국'으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39개국 135편의 영화가 소개되는 이번 영화제는 그간 상영됐던 가족, 성장 영화들이 청소년의 '살아있는 삶'과는 거리가 있는 '판타지 성장 영화'였다는 것에 착안해 청소년의 현실을 담은 영화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따라서 관객들은 이전보다 좀 더 표현 수위가 넓고 자유로운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7월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식이 열리며 14일까지 종로에 있는 프리머스 피카디리에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천사로 돌아온 '인형소녀 케네디'

 

 12회 서울 국제 청소년영화제 개막작 <하늘이 내려준 선물>

12회 서울 국제 청소년영화제 개막작 <하늘이 내려준 선물> ⓒ 서울 국제 청소년영화제

개막작인 네덜란드, 벨기에 합작영화 <하늘이 내려준 선물>에서 우리는 지난 2007년 한 방송사에서 방영된 <인형소녀 케네디>의 주인공 케네디 쥬르댕 브롬리를 만날 수 있다.

 

'원발성 왜소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소녀가 된 케네디.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날개 달린 작은 아기천사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며 케네디는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천사의 모습을 직접 보여줄 예정이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날개 가진 작은 소녀. 주인공 부부는 이 소녀에게 '버디'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평범한 아이로 키우려 한다. 하지만 평범해지기 싫었던 버디는 결국 남쪽으로 날아가 버리고 버디를 찾기 위한 인물들의 여정이 펼쳐진다.

 

청소년의 삶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청춘'

 

 15세 소년의 방황을 담은 <세베 : 소년의 초상>

15세 소년의 방황을 담은 <세베 : 소년의 초상> ⓒ 서울 국제 청소년영화제

세계 청소년들의 다양한 삶과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알고 싶다면 '아름다운 청춘' 섹션의 영화들을 선택할 수 있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바박 나자피 감독의 <세베 : 소년의 초상>에서는 학교에서는 왕따, 집에서는 엄마의 폭언을 견디며 힘겨운 현실을 견뎌야하는 열 다섯 살 소년의 상실감을 보여준다.

 

또 펠릭스 푸크슈타이너 감독의 <감출 수 없는 비밀>은 무너져가는 가족 관계를 방관하는 부모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소녀를 통해 가족과 청소년의 성장통의 관계를 묻는다.

 

말타는 기수가 되려는 소년의 성별에 의문을 가지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줄리아 솔로모노프 감독의 <지난 여름에 생긴 일>은 청소년기에 한 번쯤은 가질 수 있는 성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그린 작품. 페카 카자라이넨 감독의 <날 좀 존중해줘>는 현실의 벽에 계속 부딪히면서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지적 장애인의 모습을 담는다.

 

가족영화가 보고싶다고? '천국의 아이들'

 

 청소년들의 영화 만들기를 다룬 <7일 안에 영화만들기>

청소년들의 영화 만들기를 다룬 <7일 안에 영화만들기> ⓒ 서울 국제 청소년영화제

모든 세대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를 원한다면 '천국의 아이들' 섹션을 주목해보자. 우마킨트 툼루고티 감독의 인도 영화 <7일 안에 영화만들기>는 우연히 카메라를 손에 얻은 영화광 소년이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 몰래 친구들과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꿈을 이루려는 시네마 키드들의 활약이 재미있게 펼쳐지는 이 영화는 특히 6박 7일동안 영화캠프를 진행하는 영화제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페루에서 네덜란드로 입양된 여덟 살 소년이 동생이 생긴다는 위기의식을 극복하면서 정체성을 찾게 되는 이네케 하우트만 감독의 <인디언>, 외로운 소년과 학대받는 강아지가 개경주 훈련을 통해 우정을 키우는 지아코모 캄페오토 감독의 <스톰>, 영혼을 빼앗긴 아버지를 되돌려 놓으려는 아프리카 소년의 모험을 그린 하와 에수만 감독의 <소울 보이> 등도 관심을 모은다.

 

아이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낯설지만 괜찮아'

 

 '신은 무엇인가'를 찾아나가는 <오 마이 갓>

'신은 무엇인가'를 찾아나가는 <오 마이 갓> ⓒ 서울 국제 청소년영화제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다면 '낯설지만 괜찮아' 섹션을 찾아보면 된다. 피터 로저 감독의 <오 마이 갓>은 '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나간다. 신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휴 잭맨, 링고 스타, 데이비드 카퍼필드 등 스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 또한 있다.

 

아동 인권과 노동 착취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큰 언니, 푸남>, 클래식을 통해 가난과 범죄에서 벗어난 베네수엘라 청소년들을 담은 <엘 시스테마> 등도 현실을 이겨내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담아낸 좋은 다큐멘터리다.

 

영화 제작자로 그리고 감독으로 작품마다 이슈를 만들어내는 강우석. 그가 신인 시절에 만든 청소년 영화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도 주목된다. 학력고사 합격을 위해 공부의 노예가 되어야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로 강우석 감독의 이름을 알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비롯,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열아홉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노래>가 스크린에서 선보인다. 당대 청춘스타였던 이미연, 최진영, 김민종, 강수지 등의 풋풋했던 모습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발칙한 시선, 반짝이는 시선들을 주목하라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 서울 국제 청소년영화제

 

청소년영화제의 큰 재미는 역시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영화들이 공개되는 '발칙한 시선'이다. 청소년이 만든 영화와 일반인들이 만든 청소년 영화로 나누어 상영되는 이 섹션은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들을 사실감 있게 보여준다. 유일한 경쟁부문으로 수상작은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국내외 우수 단편들을 만날 수 있는 '반짝이는 순간들'은 올해 'Red, For Kids, 질풍노도, About Children, 가족'으로 세분화했다. 이 중 'Red' 에서는 청소년의 성(性)을 대담한 시선으로 표현한 작품들도 있어 관심을 끈다.

 

12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다양한 영화와 각종 행사를 통해서 영화를 사랑하는 청소년들의 '시네마 천국'을 만들려 하고 있다. 한번쯤 청소년들의 천국에 들어가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사의 시름을 잠시 잊어보는 것도 더운 여름을 이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2010.06.30 15:43 ⓒ 2010 OhmyNews
청소년영화제 시네마천국 종로 강우석 인형소녀 케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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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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