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사나이 스틸컷

▲ 파괴된 사나이 스틸컷 ⓒ (주)아이필름/ (주)아이러브 시네마

<파괴된 사나이>는 장·단점이 명확한 영화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도 그것만으로 영화의 모든 것을 채울 수는 없다. 그것 외에 다른 요소들이 합쳐져야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도 영화의 한 요소일 뿐이지 그것이 전체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명배우들 연기가 영화 성공의 모든 것이라면 영화 기획자나 제작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캐스팅만 잘한다면 모든 것이 일순간에 해결되기 때문. 하지만 냉혹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작품은 딸이 유괴된 후 죽었다고 생각하는 목사 주영수(김명민 분)에서 시작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주영수의 5살 된 딸 혜린(김소현 분)이 어느 날 유괴된다. 주영수는 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하지만 그런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느덧 시간은 8년이 지났다. 지난 8년 동안 주영수의 신에 대한 믿음과 가족 관계는 모두 파괴돼 버렸다. 모든 것이 덧없던 그에게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그런데 맙소사. 딸이 살아 있는 것이다. 이때부터 유괴범을 찾아 주영수의 추적이 시작된다.

 

<파괴된 사나이>는 김명민과 사이코패스 범인 역의 엄기준 연기가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두 배우가 보여준 연기는 절정 그 자체다. 영화에 대해 다른 평가를 내린다 해도 두 배우가 보여준 완벽한 연기는 다른 말을 할 수 없게 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엄기준의 연기가 눈에 더 돋보인다. 김명민은 중반부까지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지만 영화가 가진 단점 때문에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반해 엄기준은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스크린에 재현하고 있다. 극 말미까지도 캐릭터가 가지고 있어야 할 힘이 떨어지지 않고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다. 앞으로 영화에서도 주목 할 만한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은 두 배우를 제외하면 다른 출연자들은 정말 주변인에 불과하다는 점.

 

문제는 배우들 연기를 못 받쳐 주는 영화스토리

 

파괴된 사나이 스틸컷

▲ 파괴된 사나이 스틸컷 ⓒ (주)아이필름/ (주)아이러브 시네마

<파괴된 사나이>의 배우들 연기가 아무리 좋았다 해도 한 가지 단점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다. 바로 영화 스토리가 너무 지루하고 안일했다는 점. 영화 초반부 기세 좋게 시작하던 <파괴된 사나이>는 중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가면 갈수록 영화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관객들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인과관계가 부족해지면서 생긴 문제다.

 

이 작품은 완전히 무너진 주영수가 딸아이 유괴 후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사이코패스 범인을 추적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급피치를 올린다. 문제는 이런 과정들이 너무 급작스럽게 전개되면서 관객들에게 주는 파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 주영수란 인물이 딸아이를 찾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지난 8년의 세월 동안 그가 어떤 인물이 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약점은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주영수란 캐릭터가 힘을 잃어버리는 이유가 된다. 유괴된 아버지의 피눈물 나는 감정을 쏟아내던 캐릭터가, 후반부 추격자가 되면서 캐릭터 자체가 완전히 변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결국 영화 스토리 자체가 너무 힘이 없어지면서 발생한 문제라 아쉽다. 배우가 보여준 연기력을 완벽하게 뒷받침해 주지 못한 다른 요소들이 배우가 구축한 캐릭터에 대한 느낌을 지워버리고 있는 것이다.

 

영화 스토리가 힘이 없어진 이유는?

 

파괴된 사나이 스틸컷

▲ 파괴된 사나이 스틸컷 ⓒ (주)아이필름/ (주)아이러브 시네마

<파괴된 사나이>는 두 가지 요소를 차용하였다. <그놈 목소리>에 나온 유괴된 아버지의 한경배(설경구). <추격자>에 나온 엄중호(김윤석), 지영민(하정우)이 바로 그것. 이 작품에 대해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내려도 전반부 김명민의 모습은 한경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후반부에 김명민은 엄중호, 엄기준은 지영민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쉽게 이야기하면 영화의 독창성이 상당히 결여되어 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과 캐릭터들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게 된다.

 

이런 약점은 영화 스토리가 독창성이 없이 무엇인가 짜깁기 했단 느낌을 주면서 힘을 완전히 잃어 버리게 만든다.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가 제법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그것이 영화의 장점이 되지 못한 이유다. 이런 약점이 너무나 치명적이기 때문에 더욱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것. 만약 영화 스토리가 조금이라도 독창성을 띠거나 지루함을 덜어내었다면 지금과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단 점에서 너무나 아쉽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시나리오와 배우, 그리고 감독 연출력이다. <파괴된 사나이>에는 좋은 배우들은 있지만 좋은 시나리오와 감독 연출력은 없다. 한 가지 요소만 만족되면서 완성된 영화는 결국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범작이 되고 말았다. <파괴된 사나이>는 명배우도 명감독을 만나야만 그 연기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됨을 확인시켜 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6.30 10:29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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