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완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누리집(FIFA.com) 첫 화면

브라질의 완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누리집(FIFA.com) 첫 화면 ⓒ 국제축구연맹


월드컵 트로피만 다섯 번 들어올린 브라질은 정말 '축구의 나라'일까? 그들은 왜 강할까? 월드컵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궁금증 중 하나다. 그런데, 그들의 경기 운영을 유심히 지켜보면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선수 개개인의 기술력도 나무랄 데 없지만 팀 밸런스를 경기 내내 잘 유지한다는 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둥가 감독이 이끌고 있는 브라질 축구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21일 새벽 요하네스버그 사커 시티에서 벌어진 2010 남아공월드컵 G그룹 코트디부아르와의 두번째 경기에서 3-1로 완승을 거두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평정심 잃고 쫓겨난 카카

예상 밖으로 이 경기가 싱거웠나 보다. 84분, 관중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지네딘 지단이 루이스 피구를 불러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그 사이에 그라운드는 어지럽게 변했다. 승부를 뒤집기 어려운 시간대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양팀 선수들 사이에 불필요한 신경전이 이어진 것. 스테판 라노이 주심의 미숙한 경기 운영이 도마에 오를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본부석 쪽 옆줄 바로 위에서 코트디부아르 티오테의 반칙으로 브라질의 프리킥이 선언되었을 때, 반칙 장면과 상관 없었던 코트디부아르 미드필더 케이타가 공을 주워 들고 브라질의 빠른 공격 전개를 방해했다. 주심은 이 순간을 놓쳤고 이에 과민반응하던 카카는 케이타와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라노이 주심은 이 상황을 겨우 진정시킨 뒤 두 명의 선수에게 노란딱지를 내밀었다. 최초에 위험한 태클을 저지른 티오테에게 준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서로 밀치며 불필요한 신경전을 펼친 카카에게도 당연히 카드가 나갔다.

그렇다면 케이타의 부적절한 행동에는 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일까? 문제의 상황이 대기심이 있는 곳과 매우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의사 소통이 이루어졌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간 것이었다. 약 10분 전에 먼저 노란딱지를 받은 케이타를 봐준 것은 아닐테고 말이다.

승부의 갈림길이 너무도 또렷하게 난 상황이라 이대로 끝날 것처럼 보였던 이 경기는 곧바로 3분 뒤 앙금이 남았던 선수들의 2차 충돌이 벌어져 얼룩지고 말았다. 옆을 확인하지 못하고 밀려온 케이타가 카카의 오른쪽 팔에 부딪치며 그라운드에 쓰러진 것. 이 순간, 카카의 오른쪽 팔꿈치가 케이타의 가슴 쪽을 치는 듯 보였고, 케이타는 과장된 행동으로 얼굴까지 감싸며 나뒹굴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에 브라질 대표팀으로 뛴 히바우두의 할리우드 액션이 떠올랐다.

이에 라노이 주심은 카카를 불러 두번째 노란딱지를 내밀었고 이 상황을 예감한 듯 카카는 쓴웃음을 지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축구장의 실력자는 오해의 소지를 최대한 남기지 말아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카카는 평정심을 잃고 케이타에게 완전히 말려든 셈이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축구장의 '3B'

옛부터 전문가들은 축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지녀야 할 기본 덕목으로 세 가지 'B'를 강조해왔다. 'Body balance, Ball control, Brain'(보디 밸런스, 볼 컨트론, 지능)이 바로 그것이다. 이 경기의 승부가 거의 결정난 다음이었지만 적어도 쫓겨난 카카에게 'Brain'은 문제였다.

하지만, 카카의 나머지 2B가 브라질을 강팀으로 인정받게 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5분, 골잡이 파비아누에게 찔러준 도움 장면은 그야말로 볼 컨트롤 능력과 보디 밸런스의 조화가 되어 있지 않은 선수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장면으로 보였다.

'상대 수비수 둘이 달라붙고 있는 사이로 밀어주는 강약 조절 능력, 직전에 자신의 몸 균형이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아 파비아누의 선취골을 빛나게 해 준 집중력'을 보면 축구의 동작들이 흉내낸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62분에 동료 미드필더 엘라누에게 만들어준 쐐기골 순간도 그랬다. 왼쪽 끝줄 바로 앞까지 공을 몰고 들어가는 카카의 앞에는 코트디부아르의 간판 수비수 콜로 투레가 가로막고 있었지만 몸 균형이 흔들리지 않고 정확한 찔러주기를 완성시켰다.

하체는 물론 상체의 균형까지 흔들림없이 바른 상태에서 나쁜 결과가 나올 리 없었다. 게다가 상대 수비수가 바짝 달라붙는데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공을 다루며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마무리 능력은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카카는 이 경기 퇴장 징계로 말미암아 오는 25일 밤 11시 더반에서 열리는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브라질이 이미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상태라 그의 빈 자리가 크게 드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혹시 소속팀(레알 마드리드 CF) 동료 호날두와의 불편한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쫓겨난 것은 아닐까? 만약 이런 생각이 카카에게 조금이라도 떠올랐다면 그의 'Brain'까지도 완벽했다고 평가할 만한 경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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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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